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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낚싯대와 조선환도' 선물 교환한 한러 대통령

대북 원유공급 중단엔 명확한 입장차

정영태 기자 jytae@sbs.co.kr

작성 2017.09.07 15:01 조회 재생수1,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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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낚싯대와 조선환도 선물 교환한 한러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국가 정상간 회담에서는 보통 선물교환을 하는데,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준비한 선물은 낚싯대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자주 본인이 낚시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해 왔고 잠수복을 입고 작살 낚시를 할 정도로 낚시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과거 미국 방문 때 부시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 같이 바다 낚시를 한 적이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번 G20 정상회의 이후 두 번째입니다. 낚싯대라는, 푸틴이 좋아하는 취미와 관련된 선물을 준비한 건 양국 정상의 개인적인 '신뢰와 우의'를 두텁게 한다는 이번 회담 취지를 살린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대나무로 만든 한국 전통공예 낚싯대라고 하니 특별한 의미기 담긴 셈입니다.

선물이 하나 더 있었는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야경을 촬영한 사진으로 알려졌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가 푸틴의 고향이라는 점에 착안해 우리측이 준비한 선물이라고 합니다.관련 사진푸틴 대통령도 문 대통령에게 선물을 줬는데, '조선환도'였습니다. 사진에 나오는 바로 저 칼입니다. 사진을  보면 양날이 있는 '검'이 아니라 한쪽 날만 있는 '도'가 확실해 보입니다. 이 선물엔 특별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러시아 측 설명에 따르면 1800년대 제작된 걸로 추정되는 이 칼은 1950년대에 미국인에 의해 미국으로 반출됐습니다. 그뒤 러시아의 개인이 미국으로부터 사들인 것을 러시아 정부가 확보했다가 이번에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는 겁니다. 한국의 귀중한 문화재를 돌려주면서 양국의 우의를 두텁게 한다는 의미가 담긴 걸로 일단 해석됩니다.

한편으론 선물에 담긴 사연이 좀 미묘하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1800년대면 구한말로 이 조선환도가 당시 강탈당한 것인지, 아니면 매매 과정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간 것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당시는 열강의 간섭으로 한반도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던 때. 이후 일본에 주권을 빼앗겼고, 해방이 됐지만 분단으로 이어지면서 북한은 중국, 러시아와 남한은 미국과 동맹관계가 됐습니다.

지금 북핵 문제를 놓고도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조선환도' 선물에, 미국에 경도된 한국 외교의 입장 변화를 원하는 러시아의 속내가 담긴 것은 아닐까하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어쨌든 한반도를 둘러싼 이런 대립 구도는 이번 한러 정상회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보통 의미를 알듯 말듯한 외교적 어법으로 서로의 의사를 표현하는 게 정상회담인데, 양측 모두 분명한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문 대통령은 사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푸틴과 전화 통화에서 이미 분명한 우리 입장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북한의 노동자 송출 금지 등 외화수입원 차단과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이제 검토할 때'라는 겁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우리측 요구 사항을 밝힌 것은 문 대통령 취임 뒤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얼굴을 직접 마주하는 이번 정상회담에선 그렇게까지 구체적인 요구를 반복하기 보다는 '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가 필요하다는 선의 두루뭉술한 표현이 나오지 않겠냐는 예상도 있었는데 그런 예상은 빗나갔습니다.관련 사진한러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적어도 대북 원유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 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달라"고 다시 분명하게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도 모호한 외교적 수사를 버리고 분명히 입장을 내놨습니다. "북한은 아무리 압박해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수출하는 석유는 1년에 4만톤 정도로 미미하다. 원유 중단이 오히려 북한의 병원등 민간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겁니다. 매우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나타낸 셈입니다.

문 대통령이 다시 한번 설득에 들어갔습니다. "과거 최초의 6자 회담 때 북한이 응하지 않자, 중국이 원유공급을 중단했고 그후 북한이 6자 회담에 참여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푸틴은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 필요가 없다. 지금은 냉정하게, 긴장고조 조치를 피해야한다"고 반박했습니다.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은 러시아와 중국이 해야하는 제재입니다. 그렇게 하기를 한미일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죠.
중러가 동의하지 않으면 유엔 안보리에서 통과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조선환도는 미국과 러시아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지구를 한바퀴 돌아 60년만에 조국으로 귀환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은 200년전 그때처럼 복잡다단해서'쾌도난마'로 일거에 풀기엔 어려워 보입니다. 물때와 어종에 맞춰 은근과 끈기를 발휘해야하는 낚시의 지혜는 발휘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