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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재용 부회장은 나갈 수 있을까?…'횡령'의 딜레마

박상진 기자 njin@sbs.co.kr

작성 2017.09.07 14:37 수정 2017.09.07 14:38 조회 재생수6,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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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이재용 부회장은 나갈 수 있을까?…횡령의 딜레마
특검은 지난달 25일 뇌물 등 혐의로 1심 선고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항소했다.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는데 양형부당의 이유 가운데 횡령피해금이 변제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인정한 횡령액은 약 80억 원이다. 횡령 범죄 사건에서 피고인이 횡령액을 변제하면 이를 양형에 참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횡령액을 변제하고 이를 토대로 형을 낮춰 집행유예를 받아보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입장에서도 볼 때 무턱대고 '횡령액 변제'로 감형을 노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 횡령액 변제는 뇌물인정?
이재용, 박근혜 전 대통령, 법원, 재판, 생중계특검이 말하는 이 부회장 사건의 횡령의 동기는 뇌물공여다. 자신의 승계 작업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제공하기로 하고 삼성전자 등 일부 계열사를 동원해 자금을 마련하기로 한 혐의가 횡령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부회장 측이 항소심에서 횡령액을 변제한다는 건 뇌물제공을 위해 회삿돈을 임의로 빼서 썼다는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해석이 된다. 뇌물은 부인하면서 횡령은 인정한다는 건 논리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측에서는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대주주 입장에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횡령액을 변제하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 이것도 일종의 재판부에 선처를 구하기 위한 제스처로서 해석이 될 수 있는데 딱히 효과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1심도 아닌 이제 와서 횡령액을 변제한다는 것이 형량을 낮춰보려는 꼼수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돈만 쓰고 욕만 먹는' 결과로 돌아올 공산이 커 보인다.

● 집행유예는 가능할까?

이재용 부회장은 1심 선고 이후 구치소에 돌아와 "(집행유예로) 나갔으면 좋았겠지만 징역 5년 실형이 나와 허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바람대로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형을 받아 밖에서 상고심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 부회장의 혐의는 뇌물과 횡령, 국외재산도피, 범죄수익은닉이 일종의 세트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한 혐의만을 끊어서 형을 줄이는 게 불가능해 보이기도 하다. 1심도 특정 시점을 나눠 횡령, 범죄수익은닉 등 혐의에서 액수를 줄여 판단하긴 했지만 혐의 자체를 무죄로 판단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1심 재판부는 “이재용을 비롯한 삼성그룹 임원들이 우리나라 경제정책에 관해 막강하고 최종적인 결정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위 승계과정에 대한 도움을 기대하며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 자금의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 범행에 나아간 사건”이라고 5개의 혐의가 모두 연결돼 있음을 판결문에서 정의했다. 물론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가장 핵심 혐의인 뇌물이 깨지면 한 세트로 모두 무죄가 날 수도 있다는 약점도 분명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더욱 거세질 특검의 공세와 1심 판결문에도 나왔듯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으로 여전히 이 사건을 보고 있는 다수의 시각이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이 부회장 측의 논리가 어느 정도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