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가 예고한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이란 '2차 보이콧'이라고 불립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의 사전적 의미는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 3국의 정부와 기업,개인 등에도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2차 제재'라고도 부릅니다. 미국의 국내법으로, 간단히 설명하면 제재 대상 국가의 기업이나 단체 등과 미국 내 기업, 단체, 개인은 물론 다른 나라의 기업이나 개인 등도 거래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길 시에는 제재하겠다는 겁니다.
■ '중동의 맹주' 이란도 손들었던 강력한 경제 제재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말은 미국과 이란의 핵 분쟁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10년 6월 미국은 이란의 원유를 수입하는 제 3국에 대해 미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의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은 '이란 제재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나라에 경제 보복을 선언한 겁니다.
미국은 5년간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강력한 경제적, 군사적 제재로 이란을 압박했습니다. 2015년 7월 이란은 마침내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과 핵 합의안(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JCPOA)을 체결했습니다.
미국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제로 발동한다면 주요 대상국은 중국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북한 교역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제로 단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 무역 전쟁을 각오해야 할 뿐 아니라 미국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틀을 벗어나는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추이텐카이 미국 주재 중국 대사는 지난달 말 미 재무부가 북한 핵 관련 기업과 개인에 대해 제재에 나서자, "어느 나라에서든 국내법에 따라 활동하는 중국의 기관과 개인에 대해 지나치게 멀리까지 확대한 사법관할권을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1,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미국은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523조 원어치를 수입하고 131조 원어치를 수출했습니다. 두 나라가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할 경우 두 나라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는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을 실제로 중단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미국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미국은 대북 제재의 가장 강력한 카드로 꼽히는 대북 원유수출금지 조치를 유엔 제재안에 포함시키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에게 대북원유공급 중지 조치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