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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성도 잘 알지 못하는 생리 그리고 생리대

[취재파일] 여성도 잘 알지 못하는 생리 그리고 생리대
여성환경연대는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생리대 '릴리안' 사용자들이 생리와 관련된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성들 사이에 은밀하게 떠돌던 특정 생리대에 대한 괴담이 공론화된 순간입니다. 여성 3,009명이 여성환경연대에 제보했고, 일부 여성은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증언했습니다.

제보한 여성 중 66%가 생리 주기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86%는 생리 양이 줄었고, 4%는 양이 늘었습니다.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응답이 68%, 피부질환이 생겼거나 더 심해졌다는 응답이 48%나 됐습니다.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릴리안' 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니, 대체 뭘 쓰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트리는 것도 당연합니다.

생리대 위해성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30일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김만구 교수가 실시한 시험결과를 공개했습니다. 브랜드 이름을 밝히는 대신 A, B, C로 대체했고, 일반 소비자가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숫자와 전문용어만 가득한 석 장짜리 자료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공개하지만, 신뢰할 수 없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검증위원회 논의 결과, '상세한 시험방법 및 내용이 없고 연구자 간 상호 객관적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아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우므로 이를 근거로 정부가 기업의 조치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못 박은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 자체를 신뢰할 수 없고, 이것만으로는 생리대와 사용자들이 호소하는 증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다는 뜻입니다.(이후 여성환경연대측이 최종본이 아니라 초기 자료가 공표됐다며 반발했지만, 이 문제는 여기서는 접어두겠습니다.)
생리대 독성논란, 시험결과 공개, 제품 비공개
식약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전수조사가 마무리되는 즉시 업체명과 품목명, 검출량, 위해 평가 결과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의학적인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범부처 차원의 역학조사가 이뤄진다면, 소요 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여성의 생식기 건강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고 있지만, 생리대에 대한 환자들의 질문에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입니다. 톨루엔 같은 휘발성유기화학물의 생식 독성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생리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 인과관계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연구 결과를 근거로 '릴리안' 사용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에 대해 의학적 소견을 밝힐 따름입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생리 과다는 주의 깊게 봐야 하지만, 생리 양이 적은 것은 대개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강남세브란스 병원 산부인과 조시현 교수는 자궁근종 등 각종 질환으로 인해 생리 양이 많아질 수 있고, 또 생리 과다의 결과로 빈혈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생리 양을 주의 깊게 관찰해, 생리 과다가 장기화할 경우 진료받아야 합니다.

반면 양이 적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조시현 교수는 설명합니다. 일부 여성이 생리 기간 동안 몸 안에 있는 나쁜 피가 빠져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생리란 자궁 내막 세포가 탈락돼 빠져나오는 것으로, 그 양이 적다고 해서 자궁 내에 노폐물이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임신한 것이 아닌데 석 달 넘게 생리를 하지 않는다면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생리 불순의 원인도 다양합니다. 조기 폐경의 징후거나 관리되지 않은 당뇨병 등 여러 질환 때문에 주기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과격한 운동을 한 경우에도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질 수 있습니다. 자궁선근증을 비롯한 산부인과 질환이 원인일 때는 생리 양이 늘고 생리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동반 증상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폭염 기승
생리대 위해성에 대한 공신력 있는 연구결과도 없지만, 여성의 생리에 대한 연구도 의외로 많지는 않습니다. 대다수 여성은 생리가 건강의 중요한 지표인 줄은 알지만, 생리에 대해 사실 잘 알지 못합니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기도 어렵고, 마땅히 교육받을 수 있는 곳도 없습니다.

여성마다 생리의 양상이 다르고 생리 주기도 일관성이 없어서, 정상 생리 주기는 24~35일까지로 최대 11일 차이 날 정도입니다. 생리 기간도 8일 이내로 다양합니다. 생리 양을 측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것들이 생리에 대해 무관심해지게 하고, 연구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여성들조차 생리나 생리대에 대해 말하는 것을 터부시한 분위기도 한몫 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터놓고 얘기하고, 생리대 위해성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계속 요구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여성의 건강은 출산율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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