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시장에 풀린 미허가 살충제 달걀…뒤늦게 '부적합' 판정

당국과 양계농가는 알고 소비자에만 감춰온 살충제 달걀

[취재파일] 시장에 풀린 미허가 살충제 달걀…뒤늦게 '부적합' 판정
지난 8월 18일 정부의 살충제 달걀 전수 검사결과가 발표된 뒤 며칠 지났을 때입니다. 정부의 전수 검사 결과를 되짚어보는 와중에 당시 문제가 됐던 피프로닐, 비펜트린 등 5개 살충제 성분에 이어 추가로 미허가 살충제 성분 2가지가 검출된 사실을 접하게 됐습니다. 또 정부가 해당 농장에 유통 '부적합' 판정을 내리지 않아 살충제 달걀이 버젓이 시판중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 살충제는 테트라코나졸과 클로르페나피르라는 물질이었습니다. 추가 취재를 통해 전자의 경우 경남 창녕의 한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0.0212mg/kg이 검출됐고, 후자는 광주광역시의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0.019mg/kg이 검출됐다는 팩트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클로르페나피르의 경우 혈액수치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고, 테트라코나졸의 경우 간과 신장 독성이 있는 농약 성분입니다. 독성물질인 만큼 국내에서 닭과 달걀에 대한 살충제로 허가되지 않았고, 식약처의 잔류농약 허용 기준도 설정되지 않은 미허가 품목이었습니다. 유럽과 국내에서 살충제 달걀의 주범으로 몰린 피프로닐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피프로닐의 경우 코덱스라는 국제기준에 잔류 허용치 기준이 있다는 점에서 일부 차이가 있지만, 국내 기준이 없어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은 피프로닐을 포함한 3가지 살충제 모두 똑같은 상황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살충제 달걀 전수 검사 결과 발표에서 테트라코나졸과 클로르페나피르 검출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해당 농장에 부적합 판정을 내리지도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 제가 통화했던 취재원에 따르면 "테트라코나졸과 클로르페나피르 두 물질이 독성을 가진 농약 성분이 맞긴 맞는데 달걀에 대한 사용 허가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농식품부와 식약처 어느 부처도 책임지기를 꺼렸다"는 겁니다. 식약처 내부에선 관련 부서끼리도 서로에게 공을 떠밀었고 이런 과정에서 유통 '부적합' 판정 리스트에서 제외됐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지난 21일 8시 뉴스를 통해 보도됐지만 농식품부와 식약처는 보도내용에 대해 꿀먹은 벙어리였습니다. 사실관계가 맞는지 틀리는지, 어떤 조치를 취할 건지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살충제 달걀'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속내였겠죠.    
미허가 농약 검출에도 적합, 이중잣대
미허가 농약 검출에도 적합, 이중잣대
그런데 뒤늦게 테트라코나졸과 클로르페나피르 검출 사실이 발표됐습니다. 8월 29일, 그러나까 제 보도가 나간 뒤 8일이 지나서였습니다. 발표 주체는 '살충제 달걀'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와 식약처가 아닌 경상남도였습니다. 

경상남도 발표에 따르면 농식품부 산하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난 24일 창녕의 두 농장에서 테트라코나졸과 클로르페나피르가 검출된 사실을 경상남도측에 통보했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두 농장을 달걀 유통 '부적합'으로 간주하고 이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도 통보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수검사 결과가 발표된 게 8월 18일, 이로부터 계산해보면 11일이 지난 뒤입니다. 그 사이 창녕과 광주의 농장에서 출하된 살충제 달걀은 마트와 시장 등 유통망 곳곳에서 팔려나갔습니다. 어쩐 일인지 농식품부나 식약처 대신 경상남도가 발표 책임을 떠맡았는데 경남도 또한 지각 대응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농관원으로부터 통보 받은게 24일인데 닷새가 지나서야 이같은 통보 사실을 밝힌 겁니다. 

시장에선 요즘 달걀이 안 팔린다고 난리입니다. 살충제 검사를 거쳤기 때문에 깨끗한 달걀인데도 필요 이상으로 달걀을 기피한다고 푸념입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죠. 그동안 미허가 살충제를 쉬쉬하며 뿌려온 양계농가와 이를 알고도 방치해온 당국 사이에서 유독 소비자만 아무 것도 모른 채 당해왔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쯤 되면 달걀 구매 '보이콧'에 나선 소비자들의 심리가 이해되지 않나요?

-관련기사

▶ [단독] 미허가 살충제인데 적합?…버젓이 달걀 판매 중
▶ '미허가 농약' 나왔는데 적합 판정…'이중잣대' 논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