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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드에 이어 北 발사체까지…오락가락 '청와대 입'

[취재파일] 사드에 이어 北 발사체까지…오락가락 '청와대 입'
북한이 지난 26일 쏜 단거리 발사체를 분석하는 중에 청와대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북한의 발사체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드러나고 있고 미일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보인다고 발표했는데 청와대만 발사 당일 오전 섣불리 300mm 방사포로 추정해서 발표한 것입니다. 청와대는 추정이니까 틀릴 수도 있다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군과 정부가 북한 미사일 종류를 발표할 때의 추정이란 80~90% 이상의 확신이 설 때 선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북한의 발사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국제사회의 제재와 북한의 반발을 연쇄 촉발할 수 있는 터라 북한 발사체에 대한 평가는 정확해야 합니다. 청와대의 300mm 추정은 미국과의 공조, 그에 앞서 청와대와 군의 소통 수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추정은 추정일 뿐이라고 발을 뺄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청와대 입의 안보 관련 말 실수는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6월 초에는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말이 국민소통수석실 뿐 아니라 안보실, 민정수석실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때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가 무기체계의 전개, 배치, 반입의 차이도 모르면서 ‘사드 발사대 반입 보고 누락’ 진상조사를 했음을 고백했습니다.

● '300mm 방사포 추정', 어떻게 자신했나

지난 26일 오전 6시 49분쯤 북한은 강원도 깃대령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쏘았습니다. 북한 발사체는 최고 고도 50km를 찍고 비행거리는 250km를 기록했습니다. 이 발사체가 탄도 미사일이었다면 최고 고도는 비행 거리의 3분의 1인 80km 가까이 돼야 했습니다. 단거리 탄도 미사일보다 낮은 고도와 사거리로 미뤄 북한의 신형 300mm 방사포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마침 25일까지 깃대령 주변에서 300mm 방사포 발사차량 몇 대가 꾸준히 포착된 것이 ‘300mm 방사포 추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군은 발사 4시간 가까이 지난 26일 오전 10시 반까지도 “북한이 쏜 것은 단거리 발사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북한 발사체는 250km를 날았는데 반해 신형 300mm 방사포의 최대 사거리는 200km입니다. 개량해서 사거리를 50km 늘렸을 수도 있겠지만 300mm 방사포는 작년 하반기에 갓 실전배치된 신무기입니다. 사거리를 50km 늘리는 개량을 하기에는 물리적으로 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청와대는 북한 발사체를 분석한 군의 보고를 실시간으로 받았습니다. 군의 보고 요지는 “300mm 방사포 같지만 다른 발사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였습니다. 국방부 안팎에서는 스커드 미사일의 저각(低角) 발사, 지대함 탄도 미사일, 지대함 순항 미사일로 보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300mm 방사포라고 단정해서는 안 될 일이었는데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오전 11시쯤 “현재로서는 개량된 300mm 방사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오전 8시 전후로 미 태평양 사령부는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 미사일(short-range ballistic missle)로 추정했습니다. 같은 시간 일본 언론들도 “북한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를 쐈다”고 속보를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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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단계에서 혼선은 있을 수 있다?

미국도 발사 당일엔 “첫째와 셋째 발사체는 비행중 실패했고 둘째 발사체는 발사 즉시 폭발했다”는 잘못된 정보를 공개했다가 이튿날 "첫째와 셋째 발사체는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수정했습니다. 미국도 분석에 실패한 것입니다.

한미는 종종 북한 발사체 분석에 실패합니다. 하지만 미사일 종류를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낸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한미일 3국은 북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는 협정도 맺고 있어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 정찰위성의 정보를 받았는데도 혼자 다른 분석을 내놓은 꼴이었습니다.

특히 북한 발사체의 속도가 방사포로서는 따라갈 수 없는 마하 5를 넘나든 것으로 확인돼 군은 300mm 방사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청와대의 발표를 뒤집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군은 어제 “북한이 26일 쏜 발사체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야권은 “청와대가 북한의 도발을 의도적을 축소했다”고 성토했습니다. “탄도 미사일을 쏘면 UN 제재를 받는데 방사포는 특별한 제재 대상이 아니어서 방사포로 밀어부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초기 단계에서 혼선은 있을 수 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저강도이고 정부 대응에 미치는 영향에는 차이가 없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습니다. 옹색합니다. 초기 단계에서 자신이 없으면 발사체의 종류를 특정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추정이나마 기종을 특정하려거든 100% 확증할 수 있는 근거를 뒷주머니에 넣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국제적 망신은 둘째 치고 북한이 UN이 금지한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사실을 덮어줄 뻔했습니다.

● '사드 반입 보고 누락' 진상조사 발표 때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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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5일이었습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사드 반입 보고 누락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때 라이브로 TV에 중계됐던 발표 동영상을 찾아서 자세히 들여다 보면 청와대는 반입과 배치를 완전히 혼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입은 말 그대로 무기를 들여온 것이고, 배치는 무기를 반입해서 당장 전투할 수 있게 준비한 것인데 청와대는 반입과 배치의 차이를 몰랐습니다.

윤 수석은 그 날 “청와대가 사드 4기의 추가 ‘배치’에 대해 최초 인지하게 된 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세부적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하던 중, 사드 4기의 추가 ‘배치’ 사실을 최초로 인지하게 됐습니다”라고 발표했는데 사드 발사대 4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추가로 실전 배치되지 않았습니다. 4기는 반입만 돼서 현재도 미군 기지 창고에 보관중입니다.

가장 심각한 장면은 정의용 안보실장과 한민구 전 국방장관의 오찬 중 대화에서 나옵니다. 윤 수석의 발표에 따르면 정 실장의 “사드 4기가 추가 ‘배치’되었다는데요?”라는 질문에 한 전 장관은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발사대 4기는 반입만 됐을 뿐이지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게 추가로 실전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관은 "배치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답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 전 장관이 “4기는 ‘반입’은 됐지만 ‘배치’는 되지 않았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줬으면 좋았을텐데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수석의 진상조사 발표 원고는 안보실, 민정수석실, 국민소통수석실이 두루 돌려 보며 강독을 했을 것입니다. 강독을 한 전원이 배치와 반입의 차이, 4기의 추가 반입 사실을 몰랐다는 방증입니다. 특히 장성 출신이라는 안보실의 1차장은 그때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반입과 배치의 의미 차이도 모르면서 어떻게 진상조사를 했는지 의문입니다. 윤영찬 수석은 반입과 배치를 완전히 혼동한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발표문의 주요 내용을 TV 뉴스용으로 새로 읽어 녹화했습니다.

청와대는 사드 반입 진상조사 때 한 번 실수하고 북한 발사체로 또 한 건 추가했습니다. 국민소통수석이 사드 반입 말 실수할 때는 중국과 멀어진 상황에서 미국과도 척을 지게 될까봐 아찔했고 북한 발사체 말 실수에서는 북한에게 탄도미사일을 마음껏 발사할 여지를 열어줄까봐 아찔했습니다. 두 번째까지는 다행히 큰 탈 없이 넘어갔으니 양해할 수 있지만 더 이상은 곤란합니다. 오늘 북한은 대형 미사일을 처음으로 일본 하늘을 관통해 날려 보냈습니다. 말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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