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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옥바라지도 대행?…교도소 해결사 '수발업체'

[취재파일] 옥바라지도 대행?…교도소 해결사 '수발업체'
● '유영철 성인만화'도 수발업체가 전달

3년 전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교도소 안에서 성인만화를 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확인된 것만 20명을 살해한, 게다가 성범죄 전과까지 있는 유영철이 마치 제 집처럼 교도소에서 성인물을 봤다는 데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법무부 조사 결과 그에게 전달된 성인만화 등 도서는 200권이 넘었습니다. 교도관 두 명이 유영철의 부탁을 받아 전달한 것이었지요. 하지만 당시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있습니다. 교도관 2명이 성인만화 등 책을 직접 구해준 게 아니었단 것입니다. 유영철에 전달된 성인만화는 교도소 구매대행 업체로 알려진 이른바 '수발업체'가 구해준 것이었습니다.
[취재파일] 옥바라지도 대행?…교도소 해결사 ‘수발업체’
● '교도소 해결사' 옥바라지 대행 서비스

교도관들까지 이용했던 이 옥바라지 대행 수발업체는 3년이 지난 지금은 그 수도 더 많아졌고, 더 활발하게 성업 중입니다. 영업 방식은 간단합니다. 신문을 통해 광고하고 이를 본 수감자들과 편지를 통해 의사소통 하지요. 실제 신문을 보면 성인 만화나 사진, 여성 수감자와의 펜팔 주선, 심지어 미행이나 감시 등까지 해준다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교도소 수용자가 이 광고를 보고 편지를 보내면 수발업체는 안내문을 수용자에게 보내줍니다. 안내문에는 성인만화 등 도서나 사진, 기타 가능한 서비스의 목록과 가격이 적혀있지요. 수용자들은 이 안내문을 보고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편지로 요청하고 영치금 등을 통해 대가를 지불합니다. 교도소 담장 안과 밖을 연결해주며 이윤을 남기는 서비스입니다.
[취재파일] 옥바라지도 대행?…교도소 해결사 ‘수발업체’
● "부르는 게 값…못하는 일 없다"

수발업체의 서비스는 안내문에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다양합니다. 무협지나 성인만화, 잡지 등 서적과 연예인은 물론 일반인 사진, 칫솔이나 안경테 등 물품을 넣어줍니다. 기념일에 맞춰 케이크나 선물을 대신 보내주기도 하고 차량이나 집기류의 대리 처분이나 전월세 계약 등도 대신해줍니다. 서비스가 어려워질수록 가격도 올라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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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안내문 외의 서비스도 있습니다. 실제 수발업체를 찾아가보니 SBS가 보도한대로 교도소 안에 음란 동영상을 넣어달라는 수감자들의 요청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자사전에 넣어 볼 수 있도록 SD카드에 넣어달라'거나 '컴퓨터나 TV 등을 통해 볼 수 있도록 USB에 영상 파일을 담아 보내달라'는 요청이 있다고 말했지요.
교도소 음란물, 소포, SD카드
현직 교도관과 전 재소자들의 증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재소자는 수발업체를 통해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합니다. 이 사람은 "합의 보는 데 3개월 이상이 걸린 사람이 수발업체에 1,500만원을 주는 것을 봤다"며 "대행 서비스는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지요.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자의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를 이뤄내는 게 자신의 형량을 줄일 수 있어 절박한 문제기 때문에 수발업체에 성범죄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넘어가는 등 2차 피해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현직 교도관은 "수발업체가 접견을 신청했다가 취소하는 방법으로 공범들끼리 접견 종료실에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범들끼리 입을 맞추지 못하도록 분리한다는 원칙이 수발업체를 통해 깨진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교정본부는 관련 보도 이후 "공범에 대한 접견은 30분 이상의 간격을 두어 분리 실시하는 등 공범 간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는 것처럼 해명할 뿐입니다. 개선을 바라는 현직 교도관의 현장 증언이 공허하게 돼버렸지요.
[취재파일] 옥바라지도 대행?…교도소 해결사 ‘수발업체’
● 이번에도 "제기된 문제는 개선하겠다"

유영철 관련 공문에서 볼 수 있듯 법무부와 교정본부는 수발업체의 존재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도 이후 교정본부는 "수발업체가 금지물품을 전달하는 경우에는 형집행법의 벌칙규정 및 형법에 의해 고발 등이 될 수 있다"며 "제기된 문제점은 개선하겠다"고만 밝혔습니다. "금지물품이 반입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물품 검사를 통해 단속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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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기획취재부는 교도소 관련한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교도소 안에 성폭행 장면 등이 담긴 성인만화가 반입돼 성범죄자들마저 이를 돌려보고 있는 실태를 보도했고, 심지어 음란 동영상까지 반입돼 전자사전이나 TV, 컴퓨터 등을 통해 보는 경우도 있다고 고발했지요. 전 재소자들과 현직 교도관의 증언, 이런 음란물을 반입하거나 그런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는 수발업체의 증언까지 보도했지만 교정본부의 대답은 늘 한결같습니다.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제기된 문제는 개선하겠다'는 것입니다.

취재 중 만난 한 전문가는 "교정행정이 교화보다는 보안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문제가 불거지면 해당 교도관이나 교도소를 벌점을 주거나 인사조치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처분이 사안을 쉬쉬하며 덮거나 조용히 자체 처리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제가 제기되면 '개선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 먼저 내놓을게 아니라 현장 교도관들의 목소리라도 한 번 들어보고 대응책을 고심하는 게 교도행정 개선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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