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9 판박이 사고 은폐?…도 넘은 국산무기 죽이기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08.23 09:09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K-9 판박이 사고 은폐?…도 넘은 국산무기 죽이기
"2년 전에도 지난 18일 발생한 K-9 사고와 판박이 사고가 있었다"
"군은 원인 조사도 없이 은폐했다"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어제와 오늘 K-9을 100발 이상 쐈다"
"1997년에도 K-9 자주포 사고로 한 명이 숨졌다"
"2013년에는 K-9 부품 납품업체가 공인 시험성적서를 조작했다"
"연평도 포격전 당시 K-9 2문이 고장나 최초 대응사격에 실패했다"

어제(22일) 진보와 보수 매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특종' 타이틀을 달고 K-9의 과거 사고들을 보도했습니다. 대단히 잘못 짚었습니다. 매체들은 마치 확인된 팩트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보도했지만 하나같이 사실과 다릅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국산 무기를 이토록 매도할까요. 매체들의 주장들을 따르자면 국산 무기는 애초에 만들 생각도 해서는 안 됩니다.
K-9 자주포 사고 뉴스 KBS 캡쳐● 2년 전 사고는 '제퇴기' 개발 과정

매체들은 지난 2015년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시험장에서 K-9 자주포 시험 사격 중 폐쇄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화재가 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18일 사고와 판박이이고 군은 정확한 조사도 없이 은폐했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매체는 과감하게 기계, 즉 K-9 결함 쪽으로 몰고 갔습니다.

아닙니다. 우선 K-9 시험 사격이 아닙니다. 모 업체가 개발한 제퇴기를 시험 평가하는 자리였습니다. 제퇴기는 자주포나 전차의 포신 제일 앞부분에 있는 장치로 화염을 포신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새로 개발한 제퇴기이니 여러 차례 시험 평가를 거쳐야 '전투 적합' 판정을 받고 군이 구매합니다.

이런 경우 시험 평가는 야전부대에 보급된 장약보다 훨씬 강력한 장약으로 실시합니다. 그래야만 극한의 상황에서도 견디는 튼튼한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야전부대는 1호~6호 장약을 사용하지만 ADD의 제퇴기 시험 평가에서는 초고압 장약을 포에 넣었습니다. 10호 장약 정도의 폭발력을 내서 실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장약입니다. 2년 전 K-9의 폐쇄기는 이런 초고압 장약의 폭발을 견뎌내지 못했던 겁니다.

국산 무기는 이렇게 개발합니다. 목숨 걸고 합니다. 국산 무기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여러 연구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사격 훈련 중지했다더니 100여 발 사격?

군은 18일 사고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K-9 교육과 훈련을 위한 사격을 중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한 매체는 "군이 작전 목적 외의 사격은 전면 중지한다고 해놓고 ADD는 어제와 오늘 100여 발을 쐈다"고 보도했습니다.

맞습니다. ADD는 어제와 오늘 100여 발 쐈습니다. 쏠 만하니까 쐈습니다. K-9 생산업체인 한화 테크원은 군이 발주한 K-9을 지금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한화 테크윈이 만든 K-9은 그냥 군에 넘겨주지 못합니다. ADD가 몇 문을 뽑아서 시험 사격을 해보고 합격 판정을 해야 한화 테크윈은 납품을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불량 방지를 위한 품질 관리 절차입니다. 그 매체의 보도는 시험 사격도 하지 말고 K-9을 군에 공급하라는 뜻입니다. 안 됩니다. 시험 사격도 않고, 불량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 채 장병들 앞에 K-9을 갖다 놓을 수는 없습니다.

● 1997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K-9 자주포 사고 뉴스 JTBC 캡쳐1997년에도 K-9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1997년은 K-9이 전력화되기 전입니다. 당시 삼성 테크윈과 ADD가 K-9을 개발하고 있을 때입니다. 언론 보도대로라면 국산 무기는 개발이 끝나기 전에도 완벽해야 합니다. 어머니 배 속에 있는 태아가 걷고 뛰고 공부하지 못한다고 탓하는 꼴입니다.

1997년 사고는 18일 사고처럼 3번째 사격에서 발생했습니다. 2번째 시험 사격 때 불완전 연소한 장약의 불씨가 3번째 사격을 위해 장전된 장약에 옮겨붙어 화재와 폭발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고로 사수석에 앉아 있었던 삼성 테크윈 정동수 대리가 심한 화상을 입었고 한 달 뒤 부인과 어린 아들을 남겨놓고 숨을 거뒀습니다. 34세였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산 무기는 이렇게 개발합니다. K-9은 정 대리 같은 연구진의 희생을 딛고 탄생한 국산 무기입니다. 1997년 사고는 무지하고 무책임한 언론이 마치 비리처럼 들먹일 수 있는 사고가 아닙니다. K-9을 위해 목숨 바친 정 대리에 대한 모독입니다.

● K-9 부품업체가 공인 시험성적서 조작?

한 매체는 "2013년에는 K-9 부품 납품업체가 공인 시험성적서를 조작했다"며 K-9에 방산비리의 낙인을 찍었습니다. 2013년 공인 시험성적서 조작 사건이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시험성적서가 조작됐다는 부품은 장병들이 K-9 장착 기관총의 총열을 교체할 때 쓰는 장갑의 팔목 부분에 들어가는 고무줄입니다. 장갑 고무줄 몇천 개면 가격이 얼마쯤 할까요? 고무줄이라도 시험성적서 받으려면 10만 원은 필요합니다. 부품 단가와 상관없이 시험성적서를 받으라는 것이 법이지만 테크윈 직원은 영세업체한테 그런 성적서 내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시험성적서을 받은 것으로 관련 서류를 처리했습니다.

'K-9 고무줄 비리'는 국방기술품질원의 모 씨가 위에 잘 보여 좋은 자리 하나 얻어 보려고 무리하게 방산업체들을 들볶아서 찾아낸 것입니다. 비리라면 비리입니다. 하지만 이토록 돌팔매 맞을 일은 아닙니다.

● 연평도 포격전, K-9 고장나 최초 대응사격 실패?
연평 포격전 당시 대응 사격하는 K-9 자주포한 매체는 "연평도 포격전 당시 K-9 2문이 고장나 최초 대응사격에 실패했다"고도 했습니다.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방사포 도발에 맞서 싸워 이긴 해병대 연평부대 포 7중대에 대한 모욕입니다.

당시 K-9 6문을 운용하던 포 7중대는 북한 도발 직전 사격 훈련을 했습니다. 훈련 중 1문의 포신에 포탄이 걸렸습니다. 훈련하다 보면 생길 수 있는 병가지상사입니다. 운용 중에 이런 장애가 발생하는 것조차 완벽하게 방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때마침 북한이 방사포 공격을 했고 북한 방사포탄의 파편과 화염이 K-9으로 튀어 2문에 불이 났습니다. 하지만 포 7중대원들은 쏟아지는 적 포탄 세례 속에서도 K-9의 불을 끄고 수리하며 1차 대응 사격은 3문으로, 2차 대응 사격은 4문으로 맞섰습니다.

▶ [취재파일] 보수 야당들의 'K-9 사고' 논평…"누워서 침 뱉기"

따라서 "북한의 연평도 도발 때 포 7중대의 K-9 2문이 고장났다"는 주장도, "최초 대응 사격에 실패했다"는 주장도 완전한 거짓입니다. 포 7중대는 대포병 레이더를 운용하는 타군 병사가 무서워서 도망치는 바람에 원점 좌표도 없이 싸웠습니다. 그해 1월 1일부터 북한이 도발한 날까지 455회나 훈련하면서 익힌 무도의 북한군 진지 좌표로 K-9을 쏴서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적 포탄을 맞으면서 13분 만에 대응 사격을 했습니다. 포 7중대는 용감했고 K-9은 빛났습니다. 감히 누구도 포 7중대와 K-9의 초기 대응을 실패라고 규정할 수 없습니다.

국산 무기에 작은 흠결이라도 생기면 세상은 방산비리라며 물어뜯습니다. 국산 무기 말살하는 데는 보수, 진보가 따로 없습니다. 국산 무기 개발은 포기하고 죄다 미국, 유럽에서 무기를 수입해서 써야 직성이 풀리겠습니까.

국산 무기는 국산 자동차, 국산 컴퓨터와 다릅니다. 미국은 절대로 무기의 핵심기술을 안 줍니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미국 통제에서 벗어나 북한과 맞붙을까봐 최고의 무기는 팔지도 않습니다. 국산 무기는 그래서 자주국방의 창끝이고 상징입니다. 오늘도 많은 무기 개발자들은 방산 비리꾼이라는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목숨 내놓고 국산 무기를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