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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 미애도 하고 싶은 거 다해…그녀의 '속사정'

더불어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를 둘러싼 논란과 전망

[취재파일] 우리 미애도 하고 싶은 거 다해…그녀의 '속사정'
최근 50%가 넘는 역대급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여당, 더불어민주당 분위기가 요즘 심상치 않다. '내홍(內訌)'이라는 단어가 계속 오르내리는가 하면, '탄핵'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유는 바로, '정당발전위원회(이하 정발위)'라고 공식 명명된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 때문이다.

● 시작부터 '시끌시끌'

애초 혁신위원회가 처음 거론된 건 지난 7월 28일이었다. 국회 휴가철을 앞두고 열린 최고위원회의 비공개회의가 이례적으로 길어지고 있었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오늘 느낌이 싸한데…"

바로 그날, 회의에서 추미애 대표가 처음 혁신위 구성 카드를 꺼냈다. 보통 정당 혁신위는 선거에서 패배한 당에서 구성한다. 패인을 분석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런데 선거에서 이긴 정당에서, 그것도 '잘 나가는' 정당에서 혁신위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추 대표는 당시 혁신위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집권여당으로서 장기적으로 100년 정당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혁신위를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는 의구심이 쏟아졌다. 혁신위의 목적과 제안자인 추 대표의 의도에 대한 궁금증이이었다. 여러 의문을 남겨둔 채 국회는 1주간 여름 휴가철에 접어들었고, 혁신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8월 2째 주부터 시작되었다. 공식 명칭을 정당발전위원회로 정하고, 최재성 전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정하였다. 논의 내용은 당 체질 강화, 100만 당원 확보 방안을 비롯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헌·당규 개정 작업까지 포함한다고 발표하였다. 이게 논란의 불씨가 되었다.

현재의 당헌·당규에서는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권을 중앙당이 아닌, 시도당이 가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 대표 시절, 혁신위에서 결정한 내용이다. 추 대표는 시도당이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인재' 영입이 어렵다고 밝혔다. 지금 시스템대로라면, 계파에 따라, 또는 당내 실세가 '찍은 사람'이 공천을 받고 선거에 출마할 수 있기 때문에, 실력 있는 정치 신인의 등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발족과 함께 정발위는 8월 3째주부터 본격적인 구성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계획대로 이뤄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선거 공천권 문제를 다루는 정발위에 참여했다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나중에는 원성만 들을 수도 있기에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 "불출마부터 선언하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하고, 100년 정당으로서의 기틀을 다진다는 목표로 시작한 정발위가 비판을 받고 있는 대목은 딱 한 가지이다. 과연 정당을 위한 조직이냐는 것이다. 지역 시도당에서 중앙당으로 공천권을 옮겨온다는 건, 결국 추미애 대표와 당 지도부가 권한을 갖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 대표가 자신의 조직 강화를 위해 정발위 카드를 내민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추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설, 최재성 위원장의 경기도지사 출마설이 돌고 있는데, 본인들의 출마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정발위를 내세웠다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추 대표와 최 위원장이 정발위를 이끌고 싶으면, 지방선거 '불출마'부터 선언해야 하는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두 사람은 '내 잇속'을 위한 게 아니라고 하면서도, 출마 여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 추미애 vs 친문 '배틀'

정발위를 둘러싼 갈등은 추미애 대표와 친문 세력의 대결로도 나타나고 있다. 추 대표가 바꾸겠다고 하는 당헌·당규는 지난 2015년 문재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당시 혁신위에서 만들었다. 이걸 바꾸자는 건 곧,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겠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안은 단 한 번도 실천된 적이 없다. 추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문재인 대통령 발목을 잡겠다는 건 소설 같은 허구와 왜곡”이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국민주권 실천 정신에 맞춰 정당을 변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내 친문 의원들은 일제히 이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전해철, 홍영표, 황희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정발위를 비난한 것이다. 전해철 의원은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지방선거 1년 전 필요한 규정과 절차를 확정해 공표해야 한다"며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당헌·당규를 바꾼다는 건 규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홍영표 의원도 "중앙권한의 분권화 혁신안을 한 번도 실천해보지도 않고 바꿔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황희 의원은 "문 대통령은 지방 분권을 주장했고, 당 운영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하였다. 세 의원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날 정발위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글 게재 시점 때문에 '혹시 문재인 대통령 측과 의견 교환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추 대표와 친문진영은 표면상으로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내용은 같다. 서로 문 대통령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 측의 팽팽한 대립이 '추미애-친문 충돌'로 비춰지자, 추 대표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고 있다. 기자간담회 '번개'를 비롯해 페이스북 친구들과 '영화 번개' 등을 하며 정발위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페이스북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추진하려던 정당혁신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친문 정조준'이나 '추미애 vs 친문 전면전' 같은 갈등 조장형 언어는 피해달라"고 호소했다.

● #하고싶은대로_될까?
추미애 트위터 (사진=추미애 트위터 캡처)
최근 추미애 대표는 페이스북, 트위터에 정발위 관련 글을 올릴 때마다 이런 해시태크(#)를 달고 있다.

#우리_미애도_하고싶은거_다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우리 이니 하고 싶은거 다해'의 패러디라 할 수 있다. 정발위의 정당성을 알리고, 문재인 정부의 뜻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정발위의 성공 의지까지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은 '부글부글'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8월 18일 의원총회에서 한 다선의원은 "당헌·당규를 왜 안 지키나. 박근혜 전 대통령도 헌법을 안 지켜서 탄핵 당하지 않았냐"는 거친 발언도 나왔을 정도이다.

최근 만난 당 지도부의 한 다선의원은 정발위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발위 자체가 '김빠진 사이다'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정발위가 구성되고, 당헌·당규 개정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최고위, 당무위, 중앙위를 차례로 거쳐야 최종 결정이 된다. 시작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당헌·당규 개정이 과연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정발위가 '내홍'으로 비치는 것도 민주당에는 큰 부담이다. 현재 당이 받고 있는 높은 지지율은 새 정부와 그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는 여당에 대한 믿음 덕분인데, 내부 갈등이 지속되면 지지율이 빠지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25~26일)은 정발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모이는 워크숍에서 '끝장 토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과연 원만한 타협을 통해 '미애가_하고싶은거_다할수있을지' 아니면 '미애와_반대파의_배틀'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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