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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성 재판 ② - 제3자 뇌물의 관건, '청탁'

[취재파일] 삼성 재판 ② - 제3자 뇌물의 관건, '청탁'
<공방기일로 정리하는 삼성 재판 ②>

▶ [취재파일] 삼성 재판 ① - 뇌물을 줄 이유가 있었을까?

● 제3자 뇌물죄가 인정될 수 있을까?

제3자 뇌물죄는 '돈을 받은 사람이 부정한 청탁을 받은 공무원이 아닌 다른 사람'인 경우가 적용 대상입니다. 공무원이 직접 돈을 받지 않은 경우도 처벌할 수 있기는 한데, 문제는 단순 뇌물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을 입증해야 합니다. 처벌하는 데 제약이 풀렸으니(받은 사람이 공무원이 아니어도 됨) 대신 입증을 좀 더 해야(공무원에게 부정청탁 입증)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삼성 뇌물 재판에서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된 부분은 삼성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하고, 한국 동계스포츠 영재센터에 지원금을 건넨 부분입니다. 당연히 이 부분 역시 부정청탁이 있었는지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삼성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에 따라 제3자인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영재센터에 출연금이나 지원금을 건넸느냐는 부분 말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 입증을 위해 가장 주목받은 부분이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사이의 단독면담입니다. 특검은 이 단독면담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현안에 대해 청탁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그 근거는 단독면담 직전에 작성된 말씀자료입니다.

"말씀자료는 독대(단독면담)에서 말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했던 내용이다. 삼성 이외에 다른 그룹 회장들의 진술이나 관련 자료를 보면, 말씀자료에 기재됐던 내용들에 대해서 실제로 단독면담 때 이야기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 본인 역시 박 전 대통령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황을 먼저 물어보면서 독대가 시작됐다고 진술한다."
이재용, 혐의 부인
하지만 삼성 측 변호인단은 '대통령이 말씀자료에 나온 대로 말했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고 맞섭니다.

"말씀자료 작성자들은 말씀자료를 인터넷에서 기사 보고 검색해서 작성했다고 진술한다. 단독면담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내용이 특정되지 않고 있다. 특검이 '묵시적 청탁'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는데, 이는 '묵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으면 독대(단독면담)와 청탁을 도저히 연결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말씀자료 외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말씀자료를 읽었다는 보장도 없지만, 특검이 '사초'라고 주장하는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도 증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특검은 말씀자료 외에 당시 정황만 보더라도 단독면담 때 청탁이 오고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후 삼성에서는 오직 정유라만 챙기기 시작한다. 단독면담 때 이 부회장이 당시 대통령에게 ‘정유라를 특정한 승마지원’을 요구받았다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2015년 6월 24일 SK그룹 합병 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반대 결정 이후 시점인 6월 27일에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챙겨보라'고 지시한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서도 반대할 것이라고 예상되던 시점이었다. 이런 지시는 사실상 찬성하라는 지시를 한 것 아니겠는가.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역시 법정에서 '복지부에서 왜 챙기겠느냐, 찬성하라는 것 아니겠느냐'고 진술했다."

또, 미래전략실 차원에서 다양한 청탁이 있었다고도 주장합니다.

"김종중 전 미전실 사장은 일련의 승계 작업이 존재한다는 진술을 한 바 있다. 또, 미전실이 중심이 된 대관팀이 공정거래위원회 상대로 현안 해결을 청탁했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엘리엇 관련해선 박상진 전 삼성 사장이 안종범 당시 수석에게 직접 청탁하기도 했으며,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이 안 전 수석에게 문자 보낸 것도 있다."
이재용 삼성 전자 부회장
삼성 측 변호인단은 경영을 열심히 했을 뿐, 뇌물을 위한 청탁은 아니었다고 맞받습니다.

"특검 주장대로라면 경영을 위해 열심히 활동한 것들, 내실 약한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만드는 작업들도 다 승계 작업이란 이야기이다. 기업으로서 손 놓고만 있는 것이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양측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현안과 관련돼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논쟁했습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해 구체적으로 지시한 흔적을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합병을 챙겨보라고 했다는 진술은 김진수 전 보건복지비서관의 진술이 유일하다. 하지만 김 전 비서관은 허위진술을 할 동기가 충분한 사람이다.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원 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도 받던 사람이다. 안 전 수석은 당시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지원해준 것이 있다고 자백하면 기소를 면제 해주겠다는 회유를 받았는데, 김 전 비서관 역시 같은 식의 회유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김 전 비서관은 해당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는 것은 뇌물과 관련된 현안이나 부정청탁이 없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승마와 관련된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승계 작업에 대해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는 것은 부정청탁이 없었다는 아주 강력한 간접사실이다."
특검 박근혜 대통령
하지만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반박합니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직권을 남용해가면서까지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고(이 부분에 대해서는 1심 재판 결과까지 나왔습니다), 엘리엇과 관련해 원샷법 입법안이 마련됐다. 메르스 사태 역시 별다른 행정처분 받지 않고 조용히 지나갔다."

또한 설령 지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부정청탁이나 뇌물을 대가로 삼성의 현안을 살펴봐 주겠다는 합의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도 주장합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재단 출연과 관련해서 다른 대기업들은 놔두고 왜 삼성만 뇌물 혐의가 적용되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삼성에 대해서만 법적 평가를 달리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말씀자료의 내용은 대기업 대부분 동일하고 현안 부분만 달라질 분이다. 삼성 말씀자료만 대통령이 특별히 작성을 지시했다는 것인가? 삼성이 먼저 재단에 출연하겠다고 제안한 사실도 없고, 최서원(최순실)이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없었다."

특검은 '삼성만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답합니다.

"전부터 승마 지원과 관련된 관계가 형성된 기업(삼성)과 다른 기업들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나? 또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명백한 현안이 있었고,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라는 급박한 상황이 존재했다. 게다가 2014년 9월, 1차 독대(단독면담,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 단독면담은 불과 5분 정도 이뤄진 것이어서 청탁이 오갈 수 없었다고 주장합니다)가 있었단 사실도 추가로 밝혀져서 기소한 것이다. 그리고 삼성과 다른 대기업의 가장 큰 차이는 '최서원(최순실)과 직접 접촉한 대기업이었느냐'는 부분이다."

제3자 뇌물이 성립되는지 아닌지 여부를 놓고도 치열하게 다퉜지만, 정작 '승마 훈련 지원' 이야기는 이 부분에서는 빠져 있습니다. 이 부분에는 '단순 뇌물' 혐의가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제3자 뇌물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또 이를 둘러싸고는 어떤 공방이 오고갔는지는 다음 취재파일을 통해 정리하겠습니다.

▶ [취재파일] 삼성 재판 ③ - 단순 뇌물의 관건, '박-최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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