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ASMR 영상을 본 뒤로 잠자리에서 숙면을 취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설명합니다. '피로 사회'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진 요즘 '저자극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젊은 층이 늘고 있습니다. ASMR처럼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에 자극이 적은 콘텐츠로 피로를 풀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겁니다.
■ '스윽스윽' 알로에 자르는 소리…듣다 보면 잠 온다?
ASMR은 저자극 콘텐츠의 대표 주자입니다. ASMR 관련 영상만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한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50만 명에 육박합니다. 해당 채널에서는 연어 샐러드 먹는 소리, 상자 뜯는 소리 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대신 모든 소리는 귀에 속삭이는 정도의 소리라는 게 특징입니다.
ASMR이 청각에 집중한 저자극 콘텐츠였다면, 청각과 촉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평을 받는 콘텐츠도 있습니다. 이른바 액체괴물로 불리는 슬라임입니다. SNS상에 '#(해시태그)'와 함께 '#슬라임', '#액체괴물', '#액괴' 등만 검색해도 관련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영상 속에는 끈적한 액체 상태의 물체인 슬라임과 슬라임을 주무르는 손만 등장합니다.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영상도 많지만, "촉감이 너무 폭신해 보인다", "소리 듣고 있으면 스트레스 풀려요", "볼륨 꼭 키우고 보세요"라며 영상을 추천하는 댓글도 올라와 있습니다.
■ "노벨 평화상 줘야 한다"…무자극 SNS 페이지까지 등장
저자극을 넘어 무자극을 추구하는 SNS 페이지도 등장했습니다. '무자극 컨텐츠 연구소'라는 페이지에는 밋밋한 일상을 담은 각종 사진들이 올라옵니다. 페이지 관리자가 사진을 올리며 남기는 글마저도 무미건조합니다. '때 탈 걱정이 적은 회색 안경닦이입니다', 광고가 없는 광고판입니다' 등의 글과 조금은 허전해 보이는 사진이 게시돼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페이지에 "과도한 관심이나 큰 정을 담지 않은 듯한 글과 댓글이 기계 같으면서도 '괜찮아'라고 담담하게 토닥여 주는 듯합니다. 참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저자극과 무자극이라는 새로운 자극으로 '힐링'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는 겁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