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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의시사전망대] 김상조 "3, 4세대 총수들 기업가정신 부족해, 가신들 정보 왜곡 문제"

* 대담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박진호의 시사 전망대 (FM 103.5 MHz 6:20-8:00)
■ 진행 : SBS 박진호 기자
■ 방송일시 : 2017년 8월 17일(목)
■ 대담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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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운동가와 공직자 생활은 한마디로 '천지 차이’
- 왜 文 캠프 참여? 안전지대서 훈수만 둘 수는 없었다
– 공정위 기업집단국 신설, 靑에 강력히 요청해 성사
-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점주 단체행동에 보복은 안 돼
– 공정위 내부개혁 TF 활동 완성단계, 곧 실행할 것
- 젊은 총수들 도전의식 부족해, 가신들 정보 왜곡도 문제
– 나는 변하지 않았다. 예측 가능한 시장개혁 추진할 것"

▷ 박진호/사회자:

재벌 저격수로 불린 학자이자 경제민주화 시민운동가. 하지만 이제는 시장 질서를 감시하는 고위 공직자로 변신했습니다. 요즘은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수호자로 기대를 받고 있지만, 짐작하건대 이상과 현실 사이의 벽이 분명히 존재할 것 같은데요. 오늘(17일) 박진호의 시사 전망대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보겠습니다. 김상조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네. 안녕하십니까.

▷ 박진호/사회자:

오랜만입니다. 취임을 6월 14일에 하셨으니까 두 달이 훌쩍 지난 건데. 시민단체에서의 활동과 또 공직자로서의 공무. 어떤 차이가 있었습니까?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천지차이입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할 때보다는 훨씬 큰 제약과 훨씬 무거운 책임감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가장 큰 차이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런 부분도 있겠군요. 아무래도 공무원이니까. 사실 이 질문이 좀 늦은 감이 있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 캠프로 가셨을 때 저희 청취자 분들이 이런 질문을 많이 해왔었는데. 그러니까 김 위원장께서 재야에서 계속 날카롭고 정의로운 전문가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혹시 후회는 안 하십니까?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회라기보다는 아쉬움은 크게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경제개혁연대에서 활동했던 20년은 제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솔직히 지난 겨울의 촛불 국면이나 올해 초의 탄핵 국면이 없었다면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와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그런 변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시민들의 갈망은 끝없이 높아졌는데요.

그에 비해서 우리의 현실 여건은 너무나 나빠진, 이러한 큰 괴리를 목도하면서 제가 안전한 지대에서 훈수만 두는 것은 지식인으로서 너무 비겁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겁니다. 그래서 제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인생의 경로를 변경하는 모험을 하고 있는데요. 현 위치에서 하여튼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자 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최근의 소식을 보니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직을 조금 늘리나봐요. 60명 정도 증원이 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위원장께서 직접 요청하신 겁니까?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예. 그렇습니다. 물론 기업집단국 신설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재벌 개혁과 건전한 시장 질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업 집단과 관련된 일을 하는 조직이 인적으로 그리고 조직 역량에서 강화될 필요가 있는데. 사실 노무현 정부 이후에 기업 집단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부서가 한 개 과로 축소가 됐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제가 강력하게 요청을 드려서 이것을 하나의 국 차원으로 승격을 시켰고요.

여기에 더 나아가서 최근에 기업들과 관련된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문서 자료보다는 디지털화 된 자료를 찾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디지털 포렌식이라고 하는 첨단 조사 기법을 담당하는 하나의 팀도 만들고 해서 인원으로는 순증으로 60명을 증원하는 조직 개편 작업이 있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디지털 포렌식을 말씀하셨는데. 이게 청취자 분들이나 저는 알기로는 삭제된 정보를 되살리는 기술 아닌가요?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예. 그렇습니다. 요즘은 기업의 모든 관련 정보를 컴퓨터나 클라우드 같은 곳에 디지털화해서 저장하고, 그것을 삭제하면 증거를 찾기 어려운데. 그런 것을 찾는 첨단 조사 기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그러면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사실 말씀하신 기업집단국을 보면 지주회사과, 공시점검과, 내부거래감시과, 부당지원감시과. 그 동안 어떻게 보면 국내 대기업 재벌들의 폐해로 지적됐던 분야들이 다 포함이 됐어요.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이게 보도된 기사를 보면 한시적 조직으로 운영한다고 나오는데. 이것은 맞습니까?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예. 일단은 한 2년여 정도의 한시 조직으로 운영하겠습니다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또 열심히 해서,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열심히 해서 재벌의 지배 구조와 사업 모델이 공정해진다면 그런 큰 조직을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고요. 두 번째로는 이러한 조직이 사실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만드는 경쟁 당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게 항구적인 조직으로 갖고 갈 성격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일단 한시적으로 운영을 해보고 그 성과에 따라서 계속 유지할지, 폐지할지 여부는 추후에 다시 판단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취임 후에 가장 집중하신 부분이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였는데. 이게 경과를 보면 업계 스스로가 자정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고. 김 위원장께서 일단 10월까지 자체적으로 상생혁신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고요. 업계가 프랜차이즈 혁신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그런데 이 위원회 안에서 최근에 가맹점주의 교섭권을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서 포퓰리즘으로 표현을 했고, 계약서 체결 당시에 가맹점주의 책임을 또 강조하면서 이게 업계가 이런 일을 겪고도 진정성이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가맹 분야의 대책과 관련해서 논란이 됐던 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영업 마진 등의 정보를 공개하라고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공개라고 하는 것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고요. 가맹점을 운영하기 위한 계약 상대방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것이고, 또 이 분야의 정책을 만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과 관련해서 가맹본부 측에서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제가 분명히 약속드렸듯이 가맹본부의 영업 기밀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모색하려고 하겠고요. 이 부분에 관련해서도 가맹본부 측에서 의구심을 거두고 진정성 있는 방향의 대책을 마련해주시기를 기대하고 있고요. 또 하나 논란이 됐던 것이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해서 교섭을 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인데. 사실 가맹점주들의 단체교섭권을 법으로 인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게 법으로 돼있는 것은 단체구성권까지만이고요. 다만 갑질 논란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무엇이냐면 가맹본부 측에서 이런 가맹점주들의 단체 구성 자체에 대해서 보복 행위를 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에 관해서는 가맹본부들도 이제는 상생 협력 차원에서 새로운 사회에서 상생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이 대책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일단 10월까지 기다려보셔야 할 것 같은 그런 상황인데.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호프 미팅에 참석하셨었죠. 그 때 경영자들 직접 보셨을 텐데. 지금 경제민주화라는 개혁 과제에 대해서 어떤 느낌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까?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실 제가 공정거래위원장이 되기 전부터 시민단체 활동 하면서 기업에 계신 분들, 그 중에 일부는 총수들도 있었습니다만, 기업인들을 많이 만나봤는데요. 기업인들을 만나보게 되면 이제는 세상이 변했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인식들은 분명 갖고 계십니다. 문제는 그런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 것이냐. 그리고 한꺼번에 변화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그 과도기 동안 어떤 변화의 전략을 갖고 갈 것인가 부분에 관해서 아직 정확한 생각이 정립된 것은 아닌 것 같고요.

더욱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 경영권을 승계 받는 3세나 4세들이 도전의식 또는 기업가정신을 상실한 분이 많고. 또 그룹 내에 가신들이 정보를 왜곡하는 등의 지배구조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기업 차원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겠지만, 그러한 과도기를 짧게 하기 위해서 정부가 법 제도도 만들고 정책을 통해서 유도하는 노력을 할 것이고요. 기업들도 이런 정부의 구상과 의지에 대해서 이제는 충분하게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차세대 재벌 총수들의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는 점은 어떤 점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우리나라 재벌들의 총수 일가가 이제 3세나 4세까지 내려오게 됐는데요. 창업자나 2세대는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만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 과정에서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도전 정신을 보여줬고 그것이 한국 경제를 성장시키는 주역으로서 활동한 측면이 있었는데. 그러한 패스트 팔로워, 추격자의 입장을 벗어나게 되는 현 시점에 이르게 되니까 모든 사업이 성공의 가능성 못지않게 실패의 위험을 안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온실 속에서 자란 3세들이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고요. 이런 것이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떨어트리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고. 아마 이런 부분은 많은 전문가들이 공유하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변화된 환경, 특히 제 4차 산업혁명의 환경 속에서 이제는 기업가들이 보다 적극적인 도전정신을 발휘해야 되겠고, 또 그런 것이 발휘될 수 있도록 경제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고 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단답식으로 답변 부탁드리면. 아까 저희가 공정위의 조직 개선, 증원 문제를 여쭤본 적이 있었는데. 사실 공정위라는 조직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대기업 편의를 봐주는 데에 급급했던 게 아니냐는 건데. 이게 구성원의 마인드라든지 조직 체질 개선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제가 취임하면서 바로 말씀을 드린 바가 있는데. 공정위가 그 시대적 책무를 다 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공정위 내부적으로 이런 국민의 신뢰 재고를 위한 TF를 구성해서 사실상 거의 완성 단계에 왔고요. 다음 주부터는 외부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고, 9월 초에는 국회를 비롯한 외부의 토론회를 통해서 공정위의 신뢰 재고를 위한 방안들을 보다 구체화하고 실현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사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공약을 내놨었고요. 당시에 꼭 필요한 조치라는 지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국정자문위원회 국정과제 선정에서는 단계적 폐지 쪽으로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아는데. 저희가 김진표 위원장에게 물어보니까 공정위가 단계적 폐지 쪽으로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요?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예. 공정위는 단순한 법 집행기관일 뿐만 아니라 1심 법원의 기능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공정위가 판단을 내리는 것에는 경제 분석이 매우 중요한 것이고. 이것이 법원이나 검찰이 수행할 수가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 분석과 관련된 중요한 법이 공정위 산하에 6개 정도 있는데요. 물론 정도는 다 다르지만 경제 분석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법부터 전속고발권을 폐지할 것이고요. 다만 아직도 경제 분석이 많이 필요한 법 영역, 또는 조항에서는 일단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고발권을 행사하고 또 일부의 권한은 지자체에도 이양하고, 그리고 3배 배상 제도 등의 민간의 소송 제도도 활성화 하는 다양한 제도 전체의 체계적 합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고요. 그것을 위한 TF를 지금 가동시킬 것입니다. 그 결과를 가지고 국회와 충실히 협의해서 우리의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겁니다.

▷ 박진호/사회자:

시간이 한 30초 정도 남았는데. 이것만 여쭤볼게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많았는데, 막상 취임하고 나니까 신중한 모습인 것 같다는 느낌. 좀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보시겠어요?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원래 재벌저격수라고 하는 저의 별명은 사실 저의 일면이 좀 과장된 것이고요. 저는 굉장히 신중하고 합리적인 성격을 갖고 있고. 특히 재벌 개혁과 관련해서는 이런 재벌 기업들이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거듭나는 방향으로 저희들이 대책을 만들 것이기 때문에 제가 변한 것은 아닙니다. 일관되게, 예측 가능하게 개혁을 추진할 것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알겠습니다. 오늘 감사합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예. 감사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까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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