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AI 공개수사 한달 '구속 0'…검찰, 아니면 말고?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08.14 09:25 수정 2017.08.14 10: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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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KAI 공개수사 한달 구속 0…검찰, 아니면 말고?
검찰이 압수수색을 대대적으로 언론에 알리며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를 의욕적으로 공개 수사한 지 한 달이 됐습니다. KAI의 경영진들이 횡령을 하고 비자금을 만들어 정권 실세들한테 뒷돈을 안겼다는 흐릿한 이야기들이 검찰에서 쉴 새 없이 흘러나왔고 신문 방송들은 대서특필했습니다. KAI 임직원 수십 명을 출국금지를 했다는 수사 기밀도 버젓이 나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 동안 검찰은 단 1명도 구속하지 못했습니다. KAI가 절정의 방어 내공을 갖고 있어서 검찰의 칼날을 요리조리 잘 피하고 있든지, 검찰이 비리랄 것도 없는데 어떤 목적을 위해 부질없는 힘 자랑을 하고 있든지 둘 중 하나 같습니다.

후자라면 검찰은 나라에 중차대한 해를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최대 방산기업의 신뢰도 붕괴는 둘째 치고, 연내에 있을 사상 최대 방산 수출의 기회를 검찰이 무참히 짓밟아버렸습니다. 국산 무기는 비리 덩어리라는 오명을 더욱 공고히 해서 군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이적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발 검찰이 떠들썩한 공개 수사에 걸맞게 KAI의 초대형 비리를 찾아내 주길 바랍니다. 그렇지 못하면 검찰은 적을 이롭게 하고 사상 최대의 방산 수출을 방해한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도 검찰을 단죄할 수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니면 말고’입니다.

● 미확인 혐의만 난무할 뿐 구속도 못해

검찰이 보는 KAI의 최대 혐의는 경영진이 회삿돈을 빼돌려 박근혜 정권의 핵심들에게 상납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기자들에게 찔끔찔끔 혐의를 흘리며 KAI가 개발한 모든 국산 항공기들을 비리·부실 무기로 격추시키고 있습니다. 수리온, T-50, FA-50, KF-X는 이제 자주국방의 대명사가 아니라 새 정부가 청산하겠다고 내건 적폐의 상징이 됐습니다.

KAI가 제작한 모든 항공기가 비리와 연루됐다는데 어찌 된 일인지 지금까지 그럴듯한 비리를 저지른 자는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이 비리의 중간 몸통으로 의욕적으로 공개 수배한 전 인사운영팀 차장 손승범씨는 KAI가 직접 2년 전에 횡령 혐의로 검경에 고발한 인물입니다. 검찰은 2년 동안 뭉개다가 마치 새로운 비리 인물인 것처럼 치장해서 공개 수배했습니다.관련 사진KAI의 전 임원 윤 모 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기각됐습니다. 검찰이 2년여 내사를 통해 갈고 닦은 뒤 휘두른 첫 칼이 허공만 갈랐습니다. 윤 씨 사건은 하 사장 취임 전에 발생한 일이라 하 사장과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윤 씨 관련 소문이 안 좋아서 하 사장은 취임 직후 그를 내쫓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협력업체 대표 황 모 씨는 검찰이 영장을 치고 보니 잠적했습니다. 앞의 전 임원 윤 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가 있는 사람입니다. 즉 하 사장과 무관합니다. 검찰은 KAI의 ‘악의 축’으로 하 사장을 지목했는데 한 달 수사의 성과는 검찰도 별 흥미를 못느껴 몇 년 간  캐비넷에 처박아뒀던 사건의 복기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난 한 달 동안 KAI 직원들의 사돈의 팔촌까지 들먹이며 먼지를 털고 또 털었겠지요. 하지만 ‘구속 0명’이고 검찰이 팩트라며 흘린 어떤 혐의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는 혐의는 음해, 뜬 소문에 불과합니다.

● 수리온은 비리 헬기인가

KAI가 유로콥터의 기술을 토대로 국방과학연구소 ADD와 함께 개발한 수리온은 감사원에게 숱하게 찍히더니 마침내 이번에는 완벽한 비리 덩어리로 전락했습니다. 수리온은 회계도 비리이고 성능도 비리라고 감사원은 결론 내렸습니다.

현역 국회의원 중 무기체계와 방위산업에 가장 조예가 깊다는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감사원의 수리온 감사는 짜맞추기이고 사기”라고 단언했습니다. 복잡한 무기체계 개발 과정을 곡해한 나쁜 감사라고 정의했습니다.

먼저 회계 부문을 보겠습니다. 감사원은 정부가 KAI에 지불한 기술료 관리비를 원가 부풀리기라고 했습니다. 방위산업 원가 규정에 따르면 기술료 관리비는 업체가 개발하고 도입한 기술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입니다. 규정은 정부가 업체에 후하게 인심 쓰지 못하도록 기술료 관리비를 원가의 일정 비율로 묶었습니다. 법에 있는 항목인데 감사원은 원가 부풀리기라는 족쇄를 씌웠습니다.

감사원은 2년 전에도 똑같은 시비를 걸었다가 비판을 받았는데 또 끄집어냈습니다. 그때는 영업 비밀인 수리온 주요 부품의 원가도 노골적으로 공개하며 수리온 해외 경쟁력을 갉아먹었습니다. 법은 엄연히 허용하는데 감사원은 불법이라고 해서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2년 전과 똑같은 감사… 의도가 있지 않고서는 이럴 수 없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더욱 심각합니다. 먼저 조종석 앞 유리 파손 사고입니다. KAI는 당초 해외 유명 업체의 유리를 사용했는데 국방부, 방사청, 국방기술품질원, ADD 등 7개 기관이 이구동성으로 “더 튼튼한 국산을 사용하라”고 해서 국산으로 바꿨습니다. 이 유리가 비행 중 뭔가에 맞고 깨졌고 KAI는 다시 외제 유리로 갈아 끼웠습니다. 비리가 아닙니다.수리온수리온의 블레이드가 와이어 커터를 쳐서 파손된 사고는 조종사의 조종 미숙에 따른 것입니다. 활주 이륙 시에는 블레이드를 앞으로 과도하게 숙이면 안되는데도 조종사가 블레이드를 앞으로 깊게 숙이는 바람에 블레이드가 와이어 커터를 때린 사고입니다. 블레이드를 앞으로 숙여서 이륙하는 방식은 활주 이륙이 아니라 수직 이륙할 때 사용해야 합니다. 각각의 이륙 방식에 대한 조종 매뉴얼이 따로 있는데도 조종사가 제대로 따르지 않았을 뿐이지 비리가 아닙니다.

체계 결빙 문제도 비슷합니다. 국내 기온은 겨울이라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더 추운 해외에서 시험을 하며 고쳐가고 있었습니다. 항공 선진국들이 10년 정도 기간에 개발하는 헬기를 정부는 KAI에게 7년 만에 뚝딱 내놓으라고 하니 정부와 국회의 양해를 구해 시제기와 초도기, 양산기를 제작하면서 순차적으로 결함을 한둘씩 수정 보완했습니다. 이것이 비리라면 국회와 정부도 수리온 비리의 핵심 공범입니다.

세계 최고의 전투기 F-35은 저율초도생산(LRIP)이라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한꺼번에 대규모로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LRIP 1차에서는 극소수만 만들고 LRIP 차수가 높아갈 수록 생산량을 조금씩 늘리면서 차수마다 식별되는 결함을 수정합니다. 그냥 결함이지 비리가 아닙니다. 수리온과 똑같은 방식입니다. 우리 공군이 도입할 F-35A 6대는 LRIP 10차 76대에 포함됐습니다. 이 6대에서 결함이 발생해도 록히드 마틴의 비리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감사원의 지적은 KAI에게 록히드 마틴을 능가하는 생산 방식을 구현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세계 최고의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과 감사원에게 세계 최고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겠지만 KAI는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1위 방산기업일 뿐입니다.

 ●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며

KAI 하성용 사장이 거액을 빼돌려 정권 실세들에게 로비를 한 것으로 검찰이 명명백백 밝혀내 하 사장을 구속하고 돈 받은 자들을 솎아내면 검찰은 이깁니다. 주고 받은 돈은 원래 국고에서 나왔으니 환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검찰이 이런 정도의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검찰의 완패입니다. 깃털 몇몇 엮을 참이었다면 이렇게 대대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을 터.

검찰은 꼭 이겨야 합니다. 검찰이 지면 검찰은 역으로 중죄를 저지른 처지가 됩니다. 검찰이 이긴다고 해도 동네방네 떠벌리는 한국식 수사 관행이 빚은 참사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검찰의 언론 플레이로 KAI는 세계적인 비리 기업이 됐습니다. 손에 잡힐 듯했던 17조 원 규모의 미국 고등훈련기(APT) 사업도 거의 물거품이 됐습니다. 록히드 마틴과 손 잡고 뛰어든 APT 사업을 따낸다면 이는 KAI만의 경사가 아니라 “동방의 작은 나라가 전투기 종주국에 전투기를 파는” 의미의 국가적 경사였습니다. 

“하성용 사장이 바뀐 정권에서도 눈치 없이 사장 자리에서 내려오지 앉자 하 사장을 내쫓으려고 검찰과 감사원이 나섰다”는 말이 시중에 떠돌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은 몇 년 동안 KAI를 수사했지만 빈 손이었습니다. 수사를 재개했는데 혐의는 그대로라면 수사의 목적이 새로 생겼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장 교체! 새 정부의 새 사람을 앉혀야 한다면 조용히 그러나 무겁게 하 사장을 압박해서 쫓아내면 그만입니다.

목적이야 어떻든 간에 KAI 전체를, 수리온을, T-50을, FA-50을, KF-X를 이렇게 무리하게 흠집 낼 필요까지는 없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검찰과 감사원이 아니라, KAI-록히드 마틴의 ATP 사업 경쟁자인 보잉이 KAI를 감사하고 수사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나라 검찰이 이렇게 음해나 다름없는 확인되지 않은 혐의를 언론에 흘리면서 방산업체 사냥을 할까요? ‘아니면 말고’ 식 검찰 수사는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을 비롯한 무고한 군인들을, 좀 멀리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만신창이로 만든 전력이 있습니다. 해외 경쟁업체와 한반도 북쪽의 적만 이롭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