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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드론이 길을 만나다 - 대부도 해솔길을 걷다 ②

박대영 기자 cyumin@sbs.co.kr

작성 2017.08.12 14:02 조회 재생수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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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드론이 길을 만나다 - 대부도 해솔길 1코스 ①

● 자신을 ‘집밖으로 내모는 용기’는 스스로에 대한 또 다른 배려다.

살면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실감할 때가 많다. 특히 걷자고 마음먹은 다음부터는 더욱 그러하다는 것을 느낀다. 결국 걷기를 포함해 몸을 움직이며 하는 일의 시작은, 일단 집 밖으로 나서는 일이 먼저임을 새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배낭을 메고 집을 나와 걸음 떼놓기만 하면, 그 다음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던 적지 않은 경험도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내 스스로 오르고 걸은 이런저런 산과 길들은 억지로(?) 몸을 집밖으로 몰아낸 결과였던 것이다. 
대부도 해솔길 24그런 면에서, 앞서 이야기했던 ‘능동성’과 ‘실천적 행동’을 위한 작은 전제가 있다면 그것은 집밖으로 스스로를 내모는 작은 용기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요즘같이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국민안전처의 친절한 문자를 받는 날이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니 우리의 삶 속에서 스스로를 ‘집밖으로 내모는’ 용기는 삶을 다양하고, 또 건강하게 지탱해주는 최소한의 자구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작은 용기가 삶을 바라보는 스스로의 시각을 진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삶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시간 사용하기‘의 과정일 뿐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결정하는 건 우리 자신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한 줌의 용기는 자신을 변화시키는 시작이 되고, 그 시작을 지속하게 하는 동력원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용기를 배려라 하지 않을 것인가.  
대부도 해솔길 25● 개미허리 아치교, 그리고 고깔섬

길은 다시 산으로 이어지고, 길 위에서 만나는 행인들의 숫자도 늘어간다. 정겨운 웃음소리도 길 위에 가득하다. 길의 이정표는 우리가 개미허리 아치교를 향해 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개미허리 아치교는 구봉도와 고깔섬을 이어주는 연도교이다. 도마뱀처럼 생긴 섬의 꼬리 부분이 고깔섬이다. 한낮의 도마뱀은 더위를 먹어서인지 축 늘어진 채로 바다 위에 누워 있었다.
대부도 해솔길 26개미허리 아치교는 대부도 해솔길 1코스의 백미(白眉)이면서 상징적인 장소다. 구봉도의 끝에 서서 건너야할 아치교와 고깔섬을 바라보는 풍광은 가히 일품이다. 사람의 손으로 섬과 섬을 이어놓았지만 전혀 이질적이지 않다. 특히나 밀물의 때에 개미허리 아치교를 건너는 맛은 더욱 실감난다. 아쉽게도 우리가 걸은 그날의 그때는 간조기라 아치교는 갯벌 위에 떠 있었다.
 
▲ 대부도 해솔길 드론 영상 (드론 촬영 : 김세경 기자)

드론이 난다. 그리고 내가 걷는다. 김세경 기자의 성화에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 걷고 있는 중이다. 터벅터벅 볼품도 없는 걸음걸이가 아쉽다.^^

작고 길다란 섬의 등성이를 따라 길이 뻗어 있고, 길 위에 서면 양편으로 바다를 거느리며 걷는 뿌듯함이 있다.
대부도 해솔길 27개미허리 아치교 위에서 어느 여자분이 감상에 젖어 있다. 어쩌면 그 여자분이 바라보는 바다에 깃발이 펄럭이고, 해원(海原)의 노스탤지어(그리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고깔섬에서 바다에 가로막힌 길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대부도라는, 또 어쩌면 대부도 군도(群島)이기도 한 섬 무리의 끝이기 때문이다. 섬은 이곳에서 바다와 전선을 두고 휴전 중이다. 그러니 길 위의 사람들은 섬의 끄트머리에 서서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볼 뿐이다. 다만 그 아쉬움은 저물녘 바다 가득 채워지는 붉은 낙조에 위안을 얻는다. 
개미허리 아치교의 낙조(안산시청 홈페이지)이 아름다운 낙조를 제대로 조망하라고 지자체는 조망대를 설치해 놓았다. 이름하야 <낙조전망대>. 바다에 가로막힌 섬을 돌아 나오면, 길다란 나무데크 다리가 이어진다. 낙조전망대로 가는 길이다.대부도 해솔길 29● 낙조전망대에서 드론이 사람을 만나다

낙조전망대로 가는 길 위에는 한 무리의 여자분들이 왁자지껄하다. 친구들과의 나들이에서 소녀 감성을 되찾기라도 했나보다. 인천의 가좌동에서 왔다는 동네 친구들은 사진을 찍고 웃고 떠드느라 뜨거운 햇살마저도 잊어버린 듯 즐겁고 또 즐겁다. 단체사진을 찍어달라는 주문에 갑작스레 내가 분주해진다.

전망대에는 빛이 퍼져나는 태양을 닮은 조형물이 있다. 이 조형물은 사진 찍는 이들의 단골 배경이 된다. 이런 저런 모임들의 단체사진에서 이 조형물은 누가 뭐래도 또 한 명의 주인공이다. 갈매기 한 마리가 조형물 위에 앉아 그들의 즐거움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대부도 해솔길 30조형물의 둥근 원 안으로 조그만 섬이 담겨 있다. 우수에 젖은 어떤 남자의 뒷모습처럼 처연한 모습이라, 보는 이의 마음조차 아릿하다. 그래서인지 이름조차 ‘모자섬’(정확하지는 않다. 확인해줄 수 있는 분이 없더라)이란다. 다가가 손으로 어깨라도 두드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대부도 해솔길 31이런 저런 길을 걷고, 또 여행하면서 이름(지명)이 갖는 의미가 상당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 어떤 스토리도 이름을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름을 안다는 것은 대상을 제대로 인식함을 의미하고, 그 인식된 대상을 상상하면서 스토리는 생명을 얻고, 전승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 이유로, 해솔길을 걸으며, 또 다른 길을 걸으며 길 위에서 만나는 대상들의 이름이 궁금하여진다. 또 그런 이유로 해당 지자체는 그들의 이름을 적극적으로 알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이곳 해솔길의 어느 지점에 외로이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미인송’이라는 이름을 얻어 지역의 명물이 된 것처럼 이름은 단순히 누구와 누구를 구별 짓는 의미 그 이상일 수도 있는 것이다.
 
▲ 대부도 해솔길 드론 영상 (드론 촬영 : 김세경 기자)

드론이 날자, 사람들이 아는 체를 한다.

빨간 등대를 벗어난 드론이 하늘 위로 솟구친다. 고깔섬과 낙조전망대가 드론을 따라 달리고, 저 멀리 아득하던 풍경은 어느새 손에 잡힐 듯 지척의 그림이 된다. 전망대로 향하는 데크 위에는 사람들이 드론을 반기고 드론은 그들을 담는다. 새삼 많은 사람들에게 드론은 어느새 친숙한 영상 도구가 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이 드론의 존재를 인식하고 또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응할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드론이 날고, 손 흔드는 그들을 드론이 다시 담는다.
대부도 해솔길 32● 길 위에서 듣는 구봉이 선돌 이야기

길은 썰물의 갯벌로 이어진다. 파도가 부딪고 헤집어놓은 바닷가는 바위투성이다. 고깔섬의 측면을 에둘러 사람들이 줄지어 걷는다. 그들이 바위 갯벌을 지나면 길은 해안 콘크리트길로 이어진다. 일명 바다소리길이다. 바다소리길은 종현 어촌체험마을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바다소리길을 포함한 대부도 해솔길 1코스는 <해안누리길>의 코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부도 해솔길 32-1해안누리길은 인위적인 보행길 조성이 아닌 자연적으로 형성되었거나 이미 개발된 바닷가의 여러 길 중 풍광이 아름답고, 해양문화와 역사, 해양산업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선정되었다. 현재 해안누리길은 전국에 52개 노선에 이른다.
대부도 해솔길 33얼마를 걸었을까. 길옆으로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구봉이 선돌’이다. 두 개의 바위 중 작은 바위가 할매 바위이고, 큰 바위가 할배 바위라고 한다. 이 바위에도 애틋한 사연이 깃들어 있는데, 바다로 고기잡이를 떠난 할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할매가 오랜 기다림에 바위가 되었고, 몇 년 뒤 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할배는 할매가 기다림에 지쳐 바위가 되었음을 알고는 자신도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그것이다. 예전에는 구봉이 마을 사람들이 구봉이 선돌을 어장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 여겼다고 한다.
대부도 해솔길 34종현 어촌마을이다. 종현마을의 주차장 옆 커피숍에서 더위를 식힐 요량으로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천상의 맛이 따로 없다. 굳이 커피맛을 따질 계제가 아닌지라 시원함만으로도 그 맛은 충분히 훌륭하다. 김세경기자는 황홀한 눈빛 그 자체다. 문득 산을 오를 때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힘드냐고 묻는 말에 자기는 원래 숨을 그렇게 몰아쉰다며 끄떡없다던, 표정 따로 말 따로의 모습은 커피 한 잔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원래의 생기가 돌아온 모습이다. 하지만 어쩌랴. 길은 여기가 끝이 아닌 것을...
대부도 해솔길 35대부도 해솔길 35-1주차장 옆에는 ‘옹기 굽는 여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옹기 더미가 눈에 들어온다. 문 밖의 선반에는 작고 귀여운 도기 인형들이 아는 체를 한다. 이곳이 여정의 마지막이었다면 눈 맞은 놈 하나쯤 분양받았겠지만, 아직도 갈 길이 남은지라 눈에만 담는다.

해솔길 1코스의 종점인 돈지섬으로 향한다. 돈지섬 역시 이름만 섬이다. ‘두멍큰산’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그야말로 산이다. 한가롭게 평지를 걷던 몸이 얕은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하지만 산길은 숲과 그늘이 있는지라 순간의 어려움만 이겨내면 또 발은 앞으로 나아간다.
대부도 해솔길 36● 길 위에서 단순해져야 하는 이유

<나는 걷는다>의 저자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서문에서 자신이 기자였다는 사실이 도보여행의 걸림돌이었음을 고백한다.

“이번 여행에서 나의 불행은 내가 기자였다는 사실이다. 30년 동안 나는 측정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확실한 것으로 믿고 글을 써왔다. 그런데 도보여행자는 이런 생각을 완전히 비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걷는다는 것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다지는 일이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대부도 해솔길 37우리의 김세경기자 역시 걷기와 기록이라는 두 가지의 만만치 않은 임무에 또다시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숨 좀 살살 쉬어~ 김기자~

아무래도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은 있는 그대로 느낌과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꺼리’를 찾아 이성적 판단이라는 ‘강박’을 장착한 채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그러니 걷고 있는 스스로에 집중하며 걷는 행위 속에서 온전히 얻어지는 경험과 감각에 충실하기는 쉽지 않은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불평의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자로서의 시각이 아닌, 걷는 이로서의 단순함이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대부도 해솔길 38조금은 방향이 다를지 모르지만 나도, 김세경기자도 비슷한 마음이다. 걷는 일이 뭔가를 남겨야 하는 일이 될 때의 부담이 그것이다.

그래도 우짜겄노... 그 할 일이 지금 우리를 걷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일진대, 감수하고 또 감당하여야 할 일이다. 스스로 자청해서 하는 일이니 더욱 그러하다. 사실 이유가 무엇이건 걷는 행위가 주는 특별한 ‘무엇’은 굳이 얻고자 하지 않아도 얻어지기도 한다. 또 달리 특별히 얻을 것이 무엇이던가. 땀 흘리며 걷는 스스로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다가 무언가 달리 얻어지는 게 있다면 그것은 덤일 뿐이다.
대부도 해솔길 39두멍큰산을 오르자, 우리보다 앞서 산을 넘어가는 철탑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산을 넘은 철탑들은 바다로 한달음으로 달려간다. 영흥도로 전기를 실어 나르는 중이다. 이 산을 내려가면 오늘의 여정도 끝이 날 것이다.

그렇게 어느 포도밭 앞에서 길은 끝나 있었다.
대부도 해솔길 40‘길 위에서 길을 깨닫는다.’는 말이 있다. 그 길이 유형의 길이건 무형의 길이건, 길 위에서 이제껏 보지 못했던 길을 깨닫게 된다. 같은 길을 걸어도 백인백색이다. 걷는 이의 관심사에 따라 길은 항상 달리 보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위한 트랙일 수도 있고, 사색을 위한 산책로일 수도 있고, 삶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인생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해솔길은 무슨 길이었던가. 생각해 보면, 아마도 ‘동행의 길’이 아니었나 싶다. 더불어 걷고 더불어 웃었으니 제대로 ‘동행’을 한 셈이고, 무엇보다 누군가 곁에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곁에 있었던 그 대상이 후배기자인지,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이었는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말이다.대부도 해솔길 41※ 대부도 <해솔길>가는 법

- 대중교통 : 서울지하철 4호선 안산역, 초지역, 중앙역, 오이도역 하차 후, 123번 버스(오전 5시 4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운행) 이용.

-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 : 대부도 방아머리 공영주차장(동춘서커스 공연장 옆), 대부도 바다향기 테마파크 주차장, 구봉도 공영주차장 등을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