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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술김에 살인·살인미수' 작년만 390명…'취중범죄' 이대로 괜찮나

[리포트+] '술김에 살인·살인미수' 작년만 390명…'취중범죄' 이대로 괜찮나
지난 6월,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서 서 모 씨가 아파트 외벽 보수공사를 하던 김 모 씨의 작업 줄을 끊어 숨지게 했습니다. 서 씨는 술을 마시고 귀가한 뒤 잠을 자려다,외벽 작업자들이 틀어 놓은 음악 소리를 참지 못하고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청이 발간한 '2016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살인 및 살인미수범 995명 가운데 40%에 가까운(39.2%) 390명이 음주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살인미수범 중에는 음주자가 48.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음주상태의 살인과 살인미수
성폭행 범죄의 경우, 검거된 6,427명 중 술에 취해 저지른 범행이 1,858명으로 28.9%에 달했습니다. 각종 강력 범죄의 상당수가 음주 상태에서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취중범죄'의 심각성과 처벌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 살인 저질러도 술 마셨다면…감형받을 수 있다?

취중범죄는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감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돼 왔습니다. 형법에 따르면, 심신미약 등의 심신장애는 처벌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분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벌하지 아니한다",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 10조
제1항이 심신상실, 제2항이 심신미약에 해당하는데, 주로 음주로 인한 만취 상태이거나 정신장애를 앓는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 조항들이 적용됩니다.

지난 2008년, 경기도 안산의 한 교회 화장실에서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성폭행한 이른바 '조두순 사건'도 이런 사례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피해 초등생은 항문은 물론 소장과 대장, 생식기의 80%가 영구적으로 소실돼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조두순이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징역 12년 형을 선고하면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징역 12년 형 선고받은 조두순
법원은 범인의 나이가 고령(당시 56세)이며 평소 알코올 중독과 통제 불능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감형한 겁니다. 일각에서는 조두순이 이미 전과가 있고 증거인멸을 위해 치밀한 행동을 한 점을 들어 심신미약 적용으로 인한 감형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또 '음주 상태를 심신미약으로 봐 감형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 취중범죄 감형 금지 법안…국회에서 폐기되거나 계류 상태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지난 2012년,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강간, 주취 폭력, 살인, 절도 등 취중상태 범죄에 대한 감형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국회도 지난 2013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을 개정해 음주로 심신장애 상태였다고 해도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감형을 제한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특별법의 양형 기준은 재판부의 재량에 맡기는 형식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습니다.
취중범죄 감형 금지 법안…국회에서 폐기되거나 계류 상태
취중범죄의 감형을 아예 금지하는 법안도 나왔지만, 대부분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지난 2월,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을 저지른 경우, 심신미약으로 감형받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 국민 10명 중 8명, "음주 후 범죄는 가중처벌해야 한다"

한 조사 전문 기업이 전국의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범죄 관련 사회적 불안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음주 관련 범죄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제 조사 대상자의 81.4% 음주 후 범죄가 가중처벌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래픽 
<범죄 관련 사회적 불안감><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출처: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 " data-captionyn="N" id="i201080359"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70809/201080359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반면, 취중범죄가 심신미약에 해당하므로 처벌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4.1%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살인죄 수준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전체의 82.4%에 달했습니다. 음주 후 저지른 범죄를 심신미약으로 판단해 감형될 수 있는 현행 제도가 국민 다수의 법감정과 괴리돼 있는 겁니다.

[이원욱 /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음주 등의 심신장애를 주장하여 감형되는 등 국민 법감정과 크게 괴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취중범죄 감형을 둘러싼 논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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