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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자발찌 절단 경보 울리고…경찰출동까지 17분 걸렸다

박세용 기자 psy05@sbs.co.kr

작성 2017.08.05 09:07 수정 2017.08.07 09:30 조회 재생수17,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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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익숙해진 뉴스입니다. 전자발찌를 끊고 바로 검거되면 안심인데, 대개 달아났다가 며칠 뒤에 검거됩니다. 주변 주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일 나주에서 또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달아난 유태준 씨의 얼굴과 이름을 밝히고 공개수배했습니다. 전자발찌를 끊으면 바로 경보가 울리는데, 왜 초기 검거에 실패하는 걸까요. 
나주 사건 공개수배 사진
2017. 8. 1 나주에서 살인미수 전과자 전자발찌 끊고 달아나 공개수배
2017. 5. 21 김제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30대가 12시간 만에 서울에서 검거
2017. 4. 13 전과 11범의 강도 전과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다가 30분 만에 검거
2017. 3. 17 수원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성범죄 이력 30대가 사흘 만에 검거
2016. 12. 7 용인에서 전자발찌 끊고 도주한 70대가 8일 만에 검거

● 전자발찌, 어떻게 끊었나?

유 씨는 2004년 이복동생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징역 3년과 치료감호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습니다. 최근에는 나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개방 병동이어서 인솔자 없이 정기적으로 산책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광주보호관찰소는 그가 평소처럼 병원 근처에서 산책을 하다 벽돌 2개로 전자발찌를 내리쳐 끊은 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15시 36분, 전자발찌 훼손 경보

유 씨가 전자발찌를 끊는 순간, 경보가 울렸습니다. 그때가 8월 1일 오후 3시 36분입니다. 이 경보는 대전에 있는 전자발찌 관제센터에서 처음 파악됩니다. 대전 관제센터는 충청·경상·전라 지역에 있는 전자발찌 착용자들의 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있습니다. 대전 관제센터는 훼손 경보를 관할 지역에 전달하게 됩니다. 나주를 관할하는 곳은 광주보호관찰소입니다. 광주보호관찰소에서 경보 신호를 전달받은 것은 2분 뒤, 오후 3시 38분입니다.

그런데, 경찰과 광주보호관찰소 직원이 현장에 가보니 유 씨는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나주뿐만 아니라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는 일이 벌어질 때마다 현장에 가 보면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유 씨가 사라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치안센터의 거리는 4km였습니다. 순찰하던 경찰은 더 가까운 곳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 경보 17분 뒤에야 경찰 출동, 왜 그랬을까?

전자발찌를 끊은 사람들을 초기에 검거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훼손 경보가 울린 뒤,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시간대별 상황이 이렇습니다. 

15시 36분 대전 관제센터, 전자발찌 훼손 경보 발령
15시 38분 광주보호관찰소, 경보 발령 접수
15시 48분 대전 관제센터, 전남지방경찰청에 전화 신고
15시 53분 전남청, 나주경찰서에 지령 내림 


경보 울리고, 경찰 신고까지는 12분, 경찰이 출동하기까지는 17분이 걸렸습니다. 경찰이 사건 현장에 아무리 빨리 도착해도 못 잡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특히 보호관찰소는 경찰보다 인력이 부족하고, 광주에서 나주의 사건 현장까지는 30분이나 걸리기 때문에, 초기 검거를 위해서는 현장 근처에 있는 경찰에 빨리 공조 요청을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취재가 진행되면서 광주보호관찰소는 경찰 신고에 10분 이상 걸린 이유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전자발찌 훼손 경보가 울리더라도, 이게 진짜 훼손인지 아닌지 확인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경보가 오작동할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경보가 울린 뒤 바로 112에 신고할 경우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보호관찰소는 경보가 울리고 해당 병원에 전화했는데 산책 중이라는 설명을 들었고, 또 대상자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전자발찌를 찬 사람들은 '휴대장치'라고, 초창기의 휴대전화처럼 생긴 것을 들고 다니게 돼 있습니다. 보호관찰소 상황실에서는 그 휴대장치를 통해 전자발찌 착용자와 24시간 통화할 수 있는데, 이번에도 경보를 듣고 통화를 시도했지만 안 됐다는 얘기입니다.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보고, 휴대장치 통화를 시도하고, 이 과정에 시간이 걸렸다는 게 광주보호관찰소 입장입니다. 보호관찰소 측은 직원들이 업무를 게을리 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 경보 직후, 전자발찌 훼손을 아는데…
전자발찌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전자발찌 경보에는 사실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번처럼 전자발찌를 끊어버리면 '훼손 경보'가 울립니다.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장치의 배터리가 방전되면 '전원 OFF 경보'가 뜹니다. 또 휴대장치를 버린다든가 어디 놓고 달아나면 '감응범위 이탈 경보'가 울립니다. 휴대장치와 전자발찌의 거리가 3m 이상 떨어지면 이 경보에 해당합니다. 경보라고 그냥 소리만 나고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문제가 발생했는지 즉시 알 수 있습니다.

서울의 위치추적 관제센터에서는 하루에 1천 건이 넘는 경보가 울린다고 합니다. 대전 관제센터도 충청 이남을 커버하고 있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숫자의 경보가 울립니다. 이렇게 되면 경보는 더 이상 경보가 아닌 셈입니다. 경보가 일상이 됩니다. 그 경보의 홍수 속에서 '훼손 경보'만큼은 직원들에게 지금보다 좀 더 경고의 효과를 주는 쪽으로 변화를 줘야 합니다. 지금 전자발찌 훼손 경보는 직원이 처리해야 하는 여러 경보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전자발찌 훼손 경보의 변화와 함께, 그 대응도 달라져야 합니다. 다른 경보와 달리 약간 과잉이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재범의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전자발찌 훼손 경보가 울린 뒤 휴대장치 배터리에 이상이 없는데도 본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 느꼈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했어야 맞는 것 아닐까요. 17분은 정말 넉넉한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