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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단톡방을 나가셨습니다"…휴가 중 'SNS 감옥' 탈출하는 직장인들

[리포트+] "단톡방을 나가셨습니다"…휴가 중 'SNS 감옥' 탈출하는 직장인들
지난달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휴가 기간이라고 회사 단체 톡방을 나간 막내 후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막내 후배가 본인 여름휴가라고 팀 단체 톡방을 나갔다"며 "제 상식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데, 이게 요즘 기업 문화인가. 제가 고지식한 건지 헷갈린다"라고 물었습니다.

작성자는 "단체톡방은 전체 팀원이 알아야 할 아주 중요한 공지사항 정도만 공유하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고, 업무 대화들이 수시로 올라온다거나 하진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글에는 "막내면 휴가 즐길 권리도 버려야 하나요?", "고지식을 넘어 꼰대스러움이 느껴지네요"는 등 비판적인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한 커뮤니티글
이런 누리꾼의 반응을 본 작성자는 "이렇게 욕먹을 줄… 반성합니다"라는 추가 글을 남겼습니다.

■ 휴가 때도 '단톡 감옥'에 갇힌 직장인들…'소셜 블랙아웃'을 택하다

여름휴가를 떠난 직장인들이 'SNS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업무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휴가 중에도 사무실에 있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계속되는 업무 지시를 무시하자니 복귀 후 질책을 받을까 걱정되고, 신경 쓰기 시작하면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게 직장인들의 입장입니다.
단톡 감옥에 갇힌 직장인들
또 며칠 안 되는 휴가 동안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처럼 휴가 때도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림 소리 때문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단톡 감옥', '퇴근하지 못한 영혼들', '24시간 메신저 감옥'이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들까지 생겨났습니다.

일부 직장인들은 SNS 감옥을 탈출하기 위해 스스로 '소셜 블랙아웃(Social Black Out)'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소셜 블랙아웃은 '소셜미디어'와 대규모 정전 상태를 의미하는 '블랙아웃'의 합성어입니다. 휴가 중 단체 대화방을 나가거나 소셜미디어 애플리케이션 삭제, 스마트폰을 꺼두는 행위가 소셜 블랙아웃에 해당합니다.
소셜블랙아웃 유형
■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스마트폰으로 11시간 초과근무

직장인들이 소셜 블랙아웃까지 선택하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10명 중 8명은 퇴근 후 스마트폰 업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국 제조업·서비스업 근로자 2,4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6%가 퇴근 후 스마트폰 업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겁니다.

또한 스마트폰 업무에 따른 평균 초과근무 시간은 일주일 동안 11.3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근로기준법상 일주일 12시간까지만 연장 노동이 허용되는 점을 생각하면, 스마트폰으로 발생한 11시간가량의 추가 업무 시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닙니다.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스마트폰으로 11시간 초과근무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업무 처리로 참여시간이 줄어든 활동으로는 '수면'(44.0%)이 가장 많았습니다. 퇴근 이후 또는 휴일까지 잠을 줄여가면서 추가 업무를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휴식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추가 업무를 해도 그 시간은 근로 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사생활 자유 침해마라"…업무 시간 외 연락 금지하는 나라들

일부 선진국에서는 직장인들이 퇴근 후나 휴가 때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 이른바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회사가 업무 시간 외 근로자에게 연락할 수 없도록 전화, 이메일, SNS 등 모든 경로를 차단하는 엘 콤리'(El Khomri)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크리스탈-클리어' 규정을 통해 회사가 업무 외 시간에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 이메일을 보내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하는 나라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은 지난 3월,근로시간 외에 전화나 메시지, SNS 등을 이용한 업무 지시에 따라 일한 경우 근로 시간에 포함 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도 지난해 6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노동 시간 이외의 시간에 회사가 통신 수단을 이용해 업무 지시를 내려 근로자의 사생활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 회사와 '연결되지 않을 권리', 우리나라에도 정착될까?

하지만 국내에서 이 같은 사안을 법제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이 만연화된 한국의 기업문화 특성상 사문화(死文化)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또한 업종별로 업무 연락을 취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 무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3일, 정부는 이 같은 '과잉 입법' 논란을 고려해 법제화 대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업무 시간 외 메시지, SNS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업무 지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기업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추후 근로감독을 통해 개선을 유도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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