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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재용이 삼성 '얼굴마담'일 뿐이다?

민경호 기자 ho@sbs.co.kr

작성 2017.08.03 11:01 조회 재생수1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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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이재용이 삼성 얼굴마담일 뿐이다?
다른 삼성 전·현직 임원들과 마찬가지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도 어제 오전 피고인 신문을 받았습니다. 그의 진술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 간 이익을 조율하고 그룹 전반에 관련된 부분을 다루는 미래전략실의 최종 결정권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었습니다.

- 특검 : 특검에서 <이건희 회장이 2014. 5.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제가 이건희 회장 대리해 삼성그룹 경영 전반 책임지고 있고….>라고 진술한 것이 맞나?
- 최지성 : 그렇다.
- 특검 :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후계자로서 삼성 경영문제에 대해 점차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었다. 중요 현안에 대해서는 정보를 공유하는 관계다>라고 진술한 것이 맞나?
- 최지성 : 그렇다.

- 특검 : 이 부회장과 정보나 의견을 공유할 만한 삼성의 주요 현안인지는 피고인(최지성)이 판단하는 것인가?
- 최지성 : 그렇다. 뭐 특별히 정해진 게 없어서 내가 봐서 후계자 교육에 도움 될만한 것들이 있으면 이를 팀장에게 보고하라고 하고, 간단한 것은 내가 한다.
- 특검 :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려면 피고인(최지성)을 거쳐서 보고하는 것인가?
- 최지성 : 대부분 그렇다.


그리고 이런 보고는 대부분 예의상 했을 뿐이라고 일축합니다.

- 특검 : 사전에 사장단 인사에 대해 의견 구하는가?
- 최지성 : 예의상 한 것 아닌가 싶다.
- 특검 : 이 부회장에게 사장단 인사 발표 안을 인사팀장이 인사 전에 보고하는 건 맞나?
- 최지성 : 통보든 보고든 간에 예의상 알려줘야 했다. 인사팀장에게 발표하기 전에 예의상 의견 있으면 말하라고…. 그런데 그것이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 들어가는 내용은 아니다.

- 삼성 측 변호인 : 피고인은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그룹 중요 사항을 이 부회장과 공유했나?
- 최지성 : 그렇다.
- 삼성 측 변호인 : 그것이 이 부회장 의사를 물은 건 아니지 않은가?
- 최지성 : 그렇다. 어떤 때는 예의상 해준 적도 있다.


그러면서 최 전 실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총수이고, 대부분의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대외적인 이미지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삼성물산 합병 건을 두고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날 때도 홍 전 본부장이 요청해서 이 부회장이 자리에 나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최지성 : 밖에서는 그렇게 본다. 이제는 내가 미전실 실장 관뒀지만, 내가 재직하는 동안에는 그룹 안에서의 최종 의사결정은 내 책임 하에 했다. 밖에선 이 부회장이 후계자이고,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라서 의전 격으로 회사 대표해서 나가다 보니까 (그런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또 좋은 뜻에서 이 부회장이 총수라고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는 바람에 그런 식으로 오해한 것 같다. 조직의, 우리의 운영체계나 풍토나 관행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심지어 '얼굴마담'일 뿐이라는 취지의 진술도 합니다.

- 최지성 : (홍완선 본부장 등이) 시종일관 질문은 이 부회장 쪽 보고 하고, 답변은 (참석한 사람들이) 나눠서 하는 식이었다. 이 부회장도 답변하긴 했는데, 구체적으로 내용 잘 모르는 사람이라서…. 아마 얼굴로 나와서 거들고 하긴 했지만….

이 부회장이 경험이 부족하다고도 말합니다.

- 최지성 : 이 부회장이 경험이 부족하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본인이 얘기할 것도 없기 때문에, (박상진 사장 이야기를 듣고 가면) 대화할 것이 있지 않나 생각했다.

- 최지성 : 기본 마인드 자체가 이 부회장은 특히 아직 총수가 아니고 그냥 후계자 정도이다. 대통령보다 나이 어린 그런 사람이다. 대통령한테 무슨 이야기 대놓고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이제 와서 뭘 한답시고 경제정책, 산업 이야기하기에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나와 이야기했다. 어른께서 불렀으니 말씀을 나눠야 한다는 정도의 생각이었지,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대등한 레벨로 경제·산업 논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곱게 자랐다:"는 표현도 등장합니다.

- 최지성 : 처음에 대통령한테 이 부회장이 질책받은 것은… 이 부회장이 평소에 곱게 자라서 어디 가서 야단맞거나 싫은 소리 들은 적 없을 것이다. 질책이란 것이 어느 정도인지 우리가 전달받은 것은 '레이저 눈빛으로 받았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한 것이 없다' 그 정도이다. 그런데 그 정도 발언만 들어도 이 부회장은 굉장한 질책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처럼 장사하면서 여기저기 부딪힌 사람 같으면 뭐….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 스스로도 최 전 실장의 이런 평가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진술을 합니다.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한 것도, 메르스 사태 때 회사를 대표해서 사과한 것도 자신이 책임 있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 특검 : 삼성전자 부회장 직함 갖고 있었고, 메르스는 삼성병원 부분이다. 그룹 미전실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왜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 삼성그룹 위상 추락 등을 염려해 사과했는지 궁금하다.
- 이재용 : 삼성그룹 당시 임직원이었으면 누구나 가져야 되는 마음가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마 나뿐만 아니라 고위 임원 이상이면 그런 마음가짐을 다 갖고 있었을 것이다.

- 특검 : 국회청문회, 특검조사 당시 미전실 조직 역할이 투명하지 않아서 미전실을 폐지하겠다고 진술한 것이 맞나?
- 이재용 : 그렇다.
- 특검 : 미전실의 존폐를 결정하는 권한이 피고인(이재용)에게 있어서 그리 말했나?
- 이재용 : 당시 국정농단 사태가 막 시작할 때고, 우리에 대한 여론이 굉장 나빴다. 검찰 조사 받을 때도 그렇게 말했지만 내가 구조본, 미전실을 해체할 수 있는 권한이 있건 없건을 떠나서 그룹의 대표로 나갔기 때문에, 거기서 여러 의원들의 비난이 있어서 그랬다. 내가 대표로 나갔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하게 됐다. 점심시간 휴식 때였는지 오후 첫 번째 휴식 때였는지 모르겠는데 (최지성 실장과) 통화를 해서 "지금 여론 굉장히 나쁘다"고 전했다. 앞서 오전인가 한 번 의원들 중에 미전실 해체, 전경련 탈퇴 생각 없느냐는 발언이 몇 번 나왔던 것 같다. 그래서 최지성 실장이 "그런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 미전실 해체와 전경련 탈퇴를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코치를 줘서 내가 발언했다.

 
정말 최 전 실장의 진술대로 이 부회장은 예의상 보고받고, 얼굴 보여주려고 자리에 나가고, 경험이 부족하고, 곱게 자라기만 한 사람일까요?

하지만 최 전 실장의 진술을 100%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삼성이 큰 위험부담을 져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결정이 필요하다거나,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에도 삼성전자의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이 부회장이 많이 관여했다는 부분 등입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이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총수 위치에 올라섰다고 하지만, 그런 갑작스러움 때문에 이 부회장이 단순한 얼굴마담 역할만 했다는 것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게다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이런 진술을 하고 있는 최 전 실장의 퇴직을 결재한 것은 이 부회장이었습니다. 이 부회장 외에 최 전 실장이나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다른 피고인들이 '삼성 임원'이 아닌 '전직 삼성 임원'으로 법정에 서게 된 것은 이 부회장의 결재가 있어야만 가능했던 일입니다.

또 이 부회장은 지난 국회 청문회에서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나타난다면 경영권을 넘기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최 전 실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부회장은 '자신에게 실질적 권한이 없다'고 말하지,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무래도 '선 긋기' 전략이 아니냐는 게 법조계 안팎의 의견입니다. 본인의 승계 작업이 주요 현안이 아니었다(관심 대상조차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해 뇌물을 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부각하고, 설령 뇌물을 준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은 모르는 일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월요일부터 시작된 삼성 재판 피고인 신문 내용을 종합해 보면,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지휘'에 따라 박상진 전 삼성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가 '실무'를 담당하고, 최종 결정권을 가진 최 전 실장이 '내용을 전부 알지는 못'하지만 최종적으로 결재했다는 것이 삼성 측의 주장입니다. 이 부회장은 '결정권이 없던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고요.

삼성 측의 전략이 얼마나 들어맞을지는 오늘부터 시작되는 두 차례의 공방 기일과 다음 주 월요일 결심공판을 거친 뒤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선고는 이달 27일 예정된 이 부회장의 구속기한 만료일 직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