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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노인 살리는 '방문 간호사'들…연말마다 해고되는 이유는?

[리포트+] 노인 살리는 '방문 간호사'들…연말마다 해고되는 이유는?
반지하 방에서 홀로 사는 50대 김경민 씨는 3개월 전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방안에서 사경을 헤매던 김 씨를 발견한 사람은 방문 간호사 배수연 씨였습니다. 배 씨가 김 씨를 병원으로 바로 옮기지 않았다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병원조차 갈 수 없는 가정이 100만 가구를 넘어섰습니다. 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직접 찾아가 돌봐주는 '방문 건강관리 사업'이 시행된 지도 10년이 지났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방문 건강관리 사업이 무엇인지, 방문 간호사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 취약계층 살리는 '방문 건강관리 사업'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방문 건강관리 사업'은 빈곤, 질병, 장애, 고령 등 건강위험요인이 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을 전문인력이 직접 찾아가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입니다. 서울 지역에서는 방문간호사가 사회복지사와 한 팀을 이뤄 다닙니다.
중앙대학교 병원 방문 건강관리 사업 연구 결과
중앙대학교 병원의 연구 결과, 방문 건강관리 사업으로 취약계층 노인의 건강 상태가 48%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울증 같은 정신 건강도 39%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가 공공의료 서비스의 대안으로 모색되면서,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을 비롯해 사회 전반 취약계층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장숙랑 /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는 건강의 취약성과 빈곤의 취약성이 함께 엮인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는 사회적, 기본적 안전망을 구축했습니다."
■ 또 '비정규직'으로…연말마다 해고되는 방문 간호사들

건강관리 서비스를 위해 방문하는 간호사들은 "자식보다 낫다"는 말을 들을 만큼 취약계층에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명암이 엇갈립니다. 사회복지사는 모두 정규직이지만 전국의 방문간호사 2,216명은 모두 비정규직입니다.

한 방문 간호사는 8년간 같은 일을 해왔지만, 고용형태는 계속 바뀌었습니다. 기간제 공무원으로 방문 간호사 일을 시작했지만,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2년 뒤 개인사업자로 변경해 다시 계약을 맺었습니다. 5년 차부터는 위탁업체 소속 노동자로 근무해왔습니다.
8년차 방문간호사 고용형태 변화
[방문 간호사]
"연말이 되면 해고 통지서를 받고, 또 1월 2일 자로 계약서를 다시 쓰고. 이런 걸 제가 거의 7, 8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죠."

■ 홀로 400가구 담당하지만, 월급은 간호 공무원의 60%에 불과

특히 지방에서 근무하는 방문 간호사는 인력이 부족한 탓에 사회복지사 없이 혼자 수백 가구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홀로 400가구를 방문하는 방문 간호사 주향숙 씨는 보일러, 전기 문제 등 사회복지사가 확인해야 할 부분까지 도맡아 처리하고 있습니다.

방문 간호사의 월급은 수당을 다 합쳐도 일반 간호 공무원의 60% 정도에 불과합니다. 업무 중 재해가 생겨도 보상받기 어렵습니다. 추가 근무에 따른 보상은 고사하고 사비를 써야 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방문 간호사]
"퇴근하는 길에 전화가 왔어요. 대상자가 자살 시도해서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택시비를 사용했으니까 영수증을 제출했는데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 없을 것 같다고 그러시더라고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돕고 있지만, 정작 처우 사각지대에 놓인 방문 간호사들.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위해 방문 간호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픽
[SBS 조동찬 기자]
"방문 건강 관리 사업이 확대해야 할 국가 보건 사업이라면,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에 대한 적절한 처우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취재: 조동찬, 남주현 /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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