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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승마협회, '정유라 부당 훈련비' 못 돌려받았다

[취재파일][단독] 승마협회, '정유라 부당 훈련비' 못 돌려받았다
대한승마협회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액은 2천여만 원, 정 씨가 승마 국가대표로 활동하던 2014년부터 2년 간 허위로 챙긴 돈입니다.

● '주지 말아야 할 돈' 준 승마협회

문제는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서 포착됐습니다.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도 꼬리가 잡혔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나면서 '승마 국가대표 정유라'에 대한 전 국가적 지원 행태가 확인됐죠. 대한승마협회도 예외가 아니었던 겁니다.

당시 정유라 씨는 출산 직후여서 말을 제대로 탈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훈련을 할 수 없었던 거죠. 심지어 독일에 있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정 씨는 "선수촌 밖에서 훈련을 했다"며 선수수당과 급식비 정산을 대한승마협회에 신청했습니다.

국가대표 선수의 경우 선수촌 밖에서 훈련할 경우 정해진 규정에 따라 수당과 식비 등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증빙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정유라 씨는 여기에서도, 예외였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정 씨의 국가대표 훈련보고서가 체육회 관리 지침을 위반해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은 "제출 기한이 초과됐고 훈련장소·책임자 등 주요 내용이 누락됐으며, 선수 서명이 불일치하는 등 허위 내용으로 부실하게 작성됐다"고 결론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① 서명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발견됐고 ② 누가 찍었는지 확인이 어려운 도장이 날인된 경우도 확인됐습니다. ③ 심지어 서명이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정유라 씨는 이런 식으로 2천여만 원을 타낸 겁니다. 상황에 따라선 범죄가 성립할 수도 있는데, 실제 특검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정 씨에게 횡령이나 사기를 적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 출석한 정유라 (사진=연합뉴스)
● '받아야 할 돈' 못 받고 있는데…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대한승마협회는 이 돈을 당연히 정유라 씨로부터 돌려받아야 합니다. 감사원도 국가대표 훈련비를 환수받고, 관련자를 징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대한승마협회는 지난 4월, 정 씨가 머무르고 있던 덴마크로 우편을 발송했습니다. 덴마크에서 우편을 받은 정유라 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5월 31일 귀국해버렸습니다.

정 씨가 귀국했다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한승마협회는 정 씨가 머물던 미승빌딩에 우편을 보내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우편물은 반송됐습니다. 정 씨의 어머니 최순실 씨의 변호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에도 우편을 보냈지만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란 이유가 달린 채 되돌아왔습니다. 결국 대한승마협회는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유라 씨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환수 기한은 지난 달 16일까지였습니다. 승마협회는 "정 씨 측 변호인과 계속 협의 중"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체부와 대한승마협회의 지원금 회수 부족 의지를 지적했습니다. "정유라 씨가 입국한 지 두 달도 넘었는데, 변호사에게 연락한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대한승마협회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돈은, 대한체육회로부터 받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돈은 이런저런 명목으로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입니다. 정유라 씨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인물이자, 구속은 면했지만 아직도 검찰의 수사 선상에서 배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대한승마협회는 이런 정 씨에게 제대로 확인도 안한 채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지급했습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적폐청산, 비정상의 정상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정 씨가 허위로 타낸 훈련비를 돌려받는 것도, 연장선상에 있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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