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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마 끝나자 폭우…내일부터는 땡볕 폭염

[취재파일] 장마 끝나자 폭우…내일부터는 땡볕 폭염
오늘(7월 31일) 새벽부터 경기남부와 충청, 전북과 경북지방 곳곳에 1시간에 최고 80mm가 넘는 말 그대로 물폭탄이 떨어졌다. 경기도 오산과 평택, 용인, 충북 음성 등에서는 도로 일부가 물에 잠기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오늘 내린 비는 장맛비일까 아닐까? 기상청은 어제까지 내린 비에는 ‘장맛비’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오늘 내린 비부터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또는 ‘장맛비’라는 말 대신에 ‘기압골의 영향으로’ 라는 말을 쓰고 있다. 기상청의 정의상 오늘 내린 비는 장맛비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기도를 보면 장마전선은 어제 북한지방을 통과해 동해로 빠져나간 뒤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약해졌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다시 발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의 공식 선언은 없었지만 올 여름 장마는 어제(30일) 일부지역의 비를 마지막으로 끝난 것이다.

오늘 비는 장마가 끝난 뒤 중국과 서해상, 한반도에서 강하게 발달한 비구름이 원인이다.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내린 비가 아닌 것이다. 기상청은 이를 기압골의 영향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겉으로 보기에 똑같은 비지만 어제까지의 비와 오늘의 비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장마가 끝난 뒤 왜 이렇게 많은 비가 쏟아진 것일까? 기상청은 최근 타이완을 강타한 뒤 중국 남부로 들어간 제9호 태풍 ‘네삿’과 제10호 태풍 ‘하이탕’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태풍 모두 중국 남부로 들어가면서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태풍이 북상하면서 중국 동해안과 한반도 지역으로 많은 양의 수증기를 밀어 올렸다. 남쪽에서 올라온 뜨거운 수증기가 때맞춰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와 충돌해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 졌는데 그 충돌 지점이 서해와 우리나라 상공이었던 셈이다.

이번 비는 내일 새벽까지 곳곳에 폭우를 쏟아 붓겠지만 일단 이번 비를 끝으로 올 여름 ‘우기(雨期, rainy season)’는 끝날 전망이다. 우기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어제까지의 장맛비와 장마가 끝난 뒤 오늘과 내일 새벽까지 중부와 남부지방 곳곳에 쏟아지는 폭우를 아울러 표현한 말이다.
수도권 폭염, 남부 폭우
추후에 기상청의 분석이 나와야 정확하게 장마 시작일과 종료일을 특정할 수 있겠지만 6월 말에 시작된 장마는 7월 말까지 1달 정도 이어졌다. 특히 올여름 장마기간 동안 중부지방에는 폭우가 이어졌지만 남부지방에는 비대신 폭염이 이어졌다. 어찌 보면 반쪽 장마인 셈이다.

이번 비를 끝으로 우기가 끝나는 만큼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한여름 폭염이 찾아올 전망이다. 하지만 당분간 서쪽지방은 폭염, 동쪽지방은 저온현상까지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인 폭염이 아니라 반쪽 장마에 이어 반쪽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내일부터 서울의 낮 기온은 33도를 오르내리겠지만 동해안인 강릉은 낮 최고 기온이 27~28도에 머물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하고 있다. 대구의 최고 기온도 이번 주에는 33도 정도에 머물 전망이다. 지난 장마철 경주와 울산, 대구의 기온이 최고 38~39도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보통 연중 가장 무더운 시기인 8월 초에 오히려 폭염의 강도는 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8월초에 반쪽 폭염이 나타나고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도 적은 것은 우리나라 폭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모양이 예년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장마기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남쪽에서부터 확장해 올라와 남부지방에 폭염을 몰고 왔지만 현재는 고기압이 남쪽이 아닌 동해 쪽에서 확장해 들어오고 있다.

태평양에서 발달해 올라오는 고기압은 무덥고 습한 성질이 있어 끈적끈적하고 푹푹 찌는 찜통더위를 불러오게 된다. 반면 한반도 동쪽에서 확장해 오는 고기압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성질이 있어 동해안에 저온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동쪽에서 확장하는 고기압은 태백산맥을 넘어 서쪽으로 넘어오게 되면 푄현상으로 태백산맥을 넘기 전보다 기온이 올라가고 습도는 낮아진다. 결국 서울을 비롯한 서쪽지방은 볕이 뜨겁고 상대적으로 건조한 ‘땡볕 폭염’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기상청은 8월 초순에는 동쪽지방보다 서쪽지방 기온이 높게 올라가는 반쪽 폭염, 땡볕 폭염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8월 중순부터는 상황이 조금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북서태평양 해역에는 극히 비정상적인 진로를 보이고 있는 제5호 태풍 ‘노루’가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쪽과 북쪽으로  확장하는 것을 막고 있는데 태풍 ‘노루’가 생을 마감하게 되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지금보다 서쪽과 북쪽으로 다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올 8월에는 중순과 하순의 기온이 예년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여름은 8월 초 폭염보다도 늦더위가 더 심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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