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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마약청정국 흔드는 '게이트웨이 드럭'

[취재파일] 마약청정국 흔드는 '게이트웨이 드럭'
요즘 연예인들이 대마초를 피우다 적발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주부나 회사원, 자영업자 등 일반인들의 마약 투여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고요. 때문에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란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통용되는 마약청정국의 개념은 유엔의 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하는데,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 수가 20명 미만’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현재 51,736,224명이니까, 마약 사범이 1만347명 정도 이하여야지만 마약청정국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검경 합동수사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된 마약류 사범이 1만4214명입니다. 기존 최다인 2015년의 1만1916명보다 19.3% 증가한 수치입니다. 기준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이 아니었던 거죠.
 
● 마약청정국은 없다?
 
그런데 마약 밀수를 단속하는 관세청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따르면 ‘마약청정국’의 정확한 개념은 없다고 합니다. 유엔에서는 질병 발생률이나 자살률 등 사회문제가 심각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10만명당 20명이란 기준을 많이 쓰는데, 마약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순 있겠지만 정확하게 유엔이 청정국이란 지위를 공식적으로 부여하거나 박탈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마약청정국이란 단어의 사용여부를 떠나서, 예전에 비해 급속도로 늘어나는 마약사범과 유통실태는 심각하다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 필로폰 10만원, 대마초 3천원~1만원, 엑스터시 3만원
 
올해 상반기 해외에서 국내로 밀반입하려다 관세청에 적발된 마약을 보면, 197건, 27.5kg으로 시가 413억원어치에 달했습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건수는 48% 증가했고, 중량 기준으로는 160% 늘어난 수치입니다. 관세청은 “연간 전체로 보면, 올해가 특별하게 많은 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마약을 국제우편을 통해 소량씩 들여오는 시도가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 상반기 경로 별 적발건수를 보면 국제우편이 131건으로 전체의 66%를 차지했는데, 지난해 상반기 64건의 배가 넘습니다. 관세청 관계자는 “해외에서 인터넷 불법 암시장, 일명 다크넷에서 마약을 사는 경우가 많아진데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대마가 합법화되기도 해 직구하듯이 마약을 들여온다”며 “잘 몰라서이기도 하겠지만, 대마가 들어간 식품 같은 경우는 수령지에 자기 주소를 버젓이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얼마 전 빅뱅 최승현씨의 재판에서 화제가 됐지만, 이렇게 밀수된 마약은 생각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됩니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필로폰은 1회 투여분인 0.03그램이 10만원, 대마초는 1회분 0.5그램에 1만원(최승현씨 사건에서는 3천원으로 계산됐습니다) 정도입니다. 또 엑스터시(MDMA)는 1정에 보통 3만원~4만원에 거래된다고 합니다.
 
● '게이트웨이 드럭'의 유혹
 
올해 상반기 적발된 마약을 종류별로 보면, 젊은 층에 인기가 있는 엑스터시와 LSD 등 이른바 파티용 마약이 크게 늘었습니다. 엑스터시는 상반기 143정이 적발됐지만 올해는 1973정이 적발됐고, LSD도 1,500개가 압수됐습니다. 대마류 역시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대마초 흡연자들은 다른 마약에 비해 중독성이 낮아서 언제든 끊을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손을 댔다라고 말합니다. 파티용 마약 또한 “클럽이니까 그냥 마음 열고 이런 데서 한번 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접근을 합니다.
 
하지만 마약 중독 치료 전문가인 조성남 강남을지병원 원장은 이런 생각이 입문약물, 이른바 ‘게이트웨이 드럭’의 함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조 원장은 “게이트웨이 드럭의 경우 마약상들이 인체에 해가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뇌에 손상을 가져오는데 몇 년이 지나도 회복이 안될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마약은 한번 효과를 보면 그 기억이 강하게 남기 때문에 다시 찾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기에 약에 내성이 생기기 마련이고, 또 두려움도 없어지다 보면 점점 강한 약물을 찾게 됩니다. 특히 엑스터시는 필로폰과 같은 계열의 각성제여서, 엑스터시에서 필로폰 순서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조 원장은 설명했습니다. 즉, '게이트웨이 드럭'이 확산될수록 '하드 드럭'(강한 마약) 또한 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철저한 단속과 함께 ‘이건 괜찮겠지’란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게이트웨이 드럭의 실상을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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