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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은 도발하고, 南은 軍 헐뜯고…

[취재파일] 北은 도발하고, 南은 軍 헐뜯고…
북한이 취약한 시간대에 으슥한 장소에서 '화성 14형'을 쐈습니다. 북한은 “임의의 지역과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대륙간 탄도 로케트를 기습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이 과시되었다”며 발사 장소와 시간을 택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우리 군의 허를 찔러봤다는 뜻입니다.

기다렸다는 듯 몇몇 매체들은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군을 힐난했습니다. “북한의 도발 징후를 전혀 감지 못하고 허를 찔렸다.” “발사 장소도 발사 시간도 몰랐다.”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일본보다 16분 늦게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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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북한이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에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줄 똑똑히 알고 있었습니다. 발사 직후 국방부 출입 기자들이 군 당국자 몇몇에게 전화를 걸어봤다면 군이 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해당 매체들은 그런 기본적인 취재도 안한 모양입니다.

오히려 허를 찔린 곳은 일본입니다. 북한이 화성 14형을 쏘던 날, 일본 방위상은 사임했습니다. 북한의 동향을 알고는 못할 일입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개최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닙니다. 몇 분 늦게 시작해도 알차게 하면 그만입니다.

● 軍, 미리 알고 대비했다!

군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 사나흘 전부터 동해의 특정 지역을 항행금지구역으로 설정했습니다. 일찍이 감을 잡았으니 북한이 쏘면 국산 현무 탄도미사일로 맞불 사격을 할 준비를 한 것입니다. D-데이에는 언론사에 영상과 사진을 제공하기 위해 촬영 담당 간부도 현장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는 사실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이런 준비는 못합니다.

북한이 지난 28일 밤 11시 41분 화성 14형을 쏘자 군은 해 뜨기를 기다려 현무를 쐈고, 영상과 사진은 29일 오전 언론사에 신속하게 제공됐습니다. 군은 최근에 개발에 성공한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의 영상과 자료도 공개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 징후를 보이자 미리 마련했다가 내놓은 것입니다. 북한 도발에 말로만 큰소리치지 않고 행동으로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던 날, 군 주요 보직자들은 퇴근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기자는 몇몇 군 관계자들에게 미사일 발사 10분쯤 뒤 전화를 해봤는데 전화를 받은 군인들은 모두 동료들과 함께 사무실에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무평리는 군이 24시간 감시하는 지역입니다. 북한 북부지방에는 동서로 3곳에 중장거리 미사일 기지가 있습니다. 무평리는 그 3곳 중 한 곳으로 KN-08이 배치돼 있습니다. 다른 데는 몰라도 무평리 KN-08 기지 근처로 인력과 장비가 모여들면 군은 누가 말려도 무평리 감시를 강화합니다.

북한은 무평리 서쪽인 평북 구성에서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을 움직이며 시선을 흩뜨리더니 얼마 뒤 무평리로 조금씩 인력과 장비를 집결시켰습니다. 군은 무평리에서 도발할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그린파인 레이더와 이지스함의 X밴드 레이더를 무평리 쪽으로 돌렸고 발사 후 2분 만에 탐지했습니다. 발사와 동시에 탐지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지구는 둥글고 레이더의 빔은 곧게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물을 쳐놓고 기다렸으니 최단 시간 내, 최선의 탐지가 가능했습니다. 군 관계자는 “북한 미사일이 어느 정도 올라가버리면 지상과 함정 레이더 탐지 범위를 넘어선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매체들은 일본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우리나라보다 16분 일찍 개최했고 일본 각료들이 급박하게 뛰어 회의에 참석했다며 일본의 대응은 은근히 치하했고 우리의 대응은 폄하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미사일을 쏜 날 일본 방위상은 사임했습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에 뛰어 들어간 일본 각료들은 금요일 밤 마음 편히 쉬다가 급보를 받고 회의에 늦을까봐 뛰어간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일단 때린다! 아니면 말고…

북한이 도발만 하면 일부 매체들은 앞뒤 안가리고 군을 헐뜯으려고 혈안이 됩니다. 지난 정권, 뭇매를 맞았던 군은 어디에 하소연도 못합니다. 이번에도 군은 억울했지만 입을 다물었습니다. 다행히 청와대가 나서서 “발사 이틀 전에 무평리 발사 징후를 보고 받았다”고 해명해서 군은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었습니다.

여기서 더욱 황당한 장면 하나! “군이 허를 찔렸다”고 외쳐대던 매체들은 청와대의 발표가 나오자 아무런 설명 없이 “군이 이틀 전에 발사 징후를 파악했다”며 전날의 오보를 스스로 덮었습니다. 무책임의 전형, 셀프 사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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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태는 자주 목격됩니다. 2년 전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이 통영함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됐을 때 그들은 황 전 총장을 방산비리의 수괴인 양 욕했습니다. 황 전 총장이 무죄 석방되고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자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황기철 영웅 만들기’의 선봉에 섰습니다. “한 입 갖고 두 말 하기”도 정도껏 해야 양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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