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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종훈 인터뷰 "한미 FTA는 분명 '윈-윈'"…트럼프는 왜?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①

[취재파일] 김종훈 인터뷰 "한미 FTA는 분명 '윈-윈'"…트럼프는 왜?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두 번 책임진 수장이었다.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SBS 성남지국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 전 본부장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명분과 실리 양면에서 분석한 내용을 쏟아냈다.

경험과 수치로 짜인 논거는 명료했다. 재협상은 피할 수 없더라도, 수세에 몰릴 이유도 없다고 내다봤다. 통상 전문가이면서도, 인터뷰 말미에는 통상 논리에 갇히지 말 것을 주문했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외교와 안보 논리까지도 준비하라는, 과감한 제언이었다. 옛 여당 소속 전직 국회의원으로서 풍길 법한 정치적인 접근법은 읽히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FTA 재협상 대응 매뉴얼'은 무엇일까. 인터뷰 전문을 세 차례 취재파일로 정리한다. 기자가 팩트체크한 내용은 괄호 속에 담았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 한미 FTA가 미국에 해가 됐다는 트럼프 대통령 주장이 사실입니까?

(2012년 3월 발효 후) 지난 5년 동안을 보면 사실은 미국의 수출, 대(對) 한국 수출이 자기네들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고 생각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대한민국 경제가 지난 5년 동안에 3% 성장을 못 했거든요. 성장이 있어야 수요가 생기고 수입수요가 생길 텐데, 거기다가 우리 시장 자체 규모도 좀 작고요. 총 글로벌 수입도 줄었습니다.

예를 들면, 2011년이었죠? 우리가 무역 1조 달러를 넘었다고 국민들이 굉장히 좋아했죠. 정부도 굉장히 자랑스럽게 발표를 했고요. 그게 2016년, 작년에 약 9,010억 달러로 내려앉았습니다. 1천억 달러가 내려앉은 거죠. 거의 10%가 내려앉았어요. 반면 최근 5년간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그렇게까지 떨어지진 않았어요. 그러니까 우리 경제 성장이 좀 저성장으로 고착화되고 수입수요가 많이 줄면서, 세계에서 가져오는 수입은 엄청나게 많이 줄었는데, 그나마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그것보다는 훨씬 덜 줄었다는 얘기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 한미 FTA 효과일까요.

한미 FTA 덕이죠.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대(對)세계 교역이 전반적으로 지난 5년 동안 줄 때에, 한미 간의 교역은 오히려 늘었어요. 우리가 전 세계에서 가지고 오는 수입을 분모로 놓고, 미국에서 오는 수입을 분자로 놓으면, 그게 우리 수입시장에서의 미국의 점유율이거든요. 그게 2011년에 8.5%였어요. 작년에 약 11%까지 올라갔어요. 그러니까 한 2%p 넘게 올라간 겁니다. 미국에서는 우리가 약 2.6%에서 3.2%가 됐죠. 0.6%p 올라갔어요.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1년 8.50%에서 2016년 10.64%로 2.14%p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57%에서 3.19%로 0.62%p 상승했다.)

● 우리 손해가 더 컸다는 건가요?

아니요. 비율로만 보면, 0.6%라는 우리 쪽 점유율 상승 폭이 '감질' 나는 숫자죠. 그런데 미국 시장 베이스가 워낙 크잖아요. 0.6%p라 해도 액수로는 엄청 큰 거죠. 미국 수입시장이 우리의 5배거든요. 그러니까 0.6 곱하기 5하면 3%p가 늘었다는 얘기도 됩니다. 우리식으로 계산하면, 미국산업 입장에서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절대값은 작다는 거죠. 우리 수입시장의 규모가 원래 작은 탓이죠. 저쪽 수입시장 규모가 워낙 큰 겁니다. 중요한 건 양국이 수입시장에서 점유율을 다 늘렸다는 점입니다.

●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FTA에서도 이런 효과를 거뒀습니까.

미국은 우리 외에도 19개국과 FTA를 쭉 체결해왔거든요. 총 20개국인데. 이렇게 일정한 기간에 발효되고, 발효된 이후의 일을 견주어서 '양쪽 다 상대방 수입시장에서의 점유율이 좋아졌냐?'라고 보면, 20개국 가운데 딱 4개국만 좋아졌다는 겁니다. 그 외엔 어느 한 쪽이 좋아지면 어느 한 쪽은 내려갔어요. 미국과 함께 서로 좋아진 예는 칠레, 페루 같은 4개국뿐 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그중에서도 양국이 아주 의미 있는 정도의 증가를 동시에 실현한 거는, 저는 단언합니다. 한미 FTA가 유일한 예에요. '윈-윈(WIN-WIN)'의 아주 좋은 예라는 겁니다.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 그렇다면 미국의 태도는 더욱 이상한데요.

이걸 갖고, 이게 문제라고 주장하다니. 정말, 나는 그 논리를 어떻게 이해할 수가 없거든요.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 미국 정부는 왜 지금 재협상을 밀어붙이는 겁니까.

그래서 저는, 저도 뭐 협상을 해봤습니다만, 그 이번에 미국이 하여튼 저렇게 나온 거는 제 생각에도 액션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빠른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닌 것 같고요. 왜냐면은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시절 선거 유세 때부터 한미 FTA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메시지를 계속 던졌고, 대통령이 되고도 뭐 계속 그런 얘기를 했고요. '아주 공포스러운(Horrible) 협정이다.' 이런 말까지도 했고요. 그래서 종료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했잖아요.

그래서 그런 액션이 있으리라고 생각을 했지만, 최근 액션(미국 무역대표부의 공개서한 발송)은 의외입니다. 지금 멕시코와 체결한 NAFTA도 재협상한다고 공시기간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저도 아마 NAFTA 때문에, 거기에 협상력을 집중하다 보면, 그 협상이 어느 정도 조금 궤도에 올라야 우리한테 액션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했는데요. 저렇게 우리한테 하는 걸 보면 생각보다 액션이 좀 빠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액션이 빠르다고 해서 당장 내일부터 협상이 있는 건 물론 아니지만요.

● 미국 무역대표부가 우리 산업통상자원부에 보낸 공개서한 내용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그걸 보니까 'MODIFICATION'이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약간의 수정'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죠? 그게 아니고 진짜 조항을 고쳐서 개정하고, 그 개정 때문에 한국이 법을 고치고, 미국도 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가 나오면, 의회를 가야 하잖아요. 그러면 이건 의회하고 얘기해야 하는 겁니다. 지금 이 협정도 발효될 때 의회를 거쳐 온 내용이기 때문에, 고치려면 의회하고 얘기해야 하는 거죠. 협정의 운영이나 이행에 있어선, 정부 간의 합의로 고칠 건 고칠 수 있어요. 그게 아니고 조항의 수정으로 말미암아서 국가의 법률을 고쳐야 한다면 국회로 가야 하는 겁니다. 미국이나 우리나 국내법 절차가 있는 거니까요.

● 재협상 수준에 따라서, 전혀 다른 절차가 필요한 거군요?

제가 볼 땐, 미국이 요번에 이렇게 편지를 던져놓고 우리하고 마주앉 은 뒤에는, 서로 이렇게 '오프닝 포지션'으로 한번 어디까지 어떻게 범위를 정할지 감을 잡아볼 겁니다. 아, 이게 개정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정부 간의 각자 가진 재량의 범위 안에서 해결할 수 있을 건지에 대한 판단을 하는 거죠. 만약 전면적으로 간다면 의회하고 또 이야기를 하니까, 협상의 과정도, 시간도 더 길어지겠죠.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 김종훈은 누구? 지금은?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외무고시에 합격한 외교관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국 측 수석대표가 됐고, 2007년부터 만 5년 가까이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다. 2007년부터 이듬해까지 두 차례 한미 FTA 협상을 책임졌다. 2012년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강남 을에 공천돼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작년 20대 총선에선 낙선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1952년 대구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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