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무렵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은 최근의 국제 정세 속에서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북한은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을 미국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의미로 '전승절'이라고 부른다. 6.25 전쟁에서 미국과 싸워 승리했다는 것이다. 최근처럼 ICBM급 미사일을 개발해 미국 본토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게 '전승절'은 그냥 지나가기에는 아까운 기념일이었던 것이다. 다시 한번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 등을 감행해 '전승절'의 의미를 대내적으로 선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난 4일 ICBM급 미사일 화성 14형 발사에 대해 유엔에서 대북제재 결의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도발로 사태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일까? 아니면, 중국 등 외부의 압박이 작용한 것일까? 그런 가능성들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미국과의 대결을 다그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외부의 제재를 우려해 도발을 미뤘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 北 군사논평원, "美, 전전긍긍하며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어"
북한은 27일 노동신문에 군사논평원 명의의 글을 실었다. 6.25 전쟁을 승리의 전쟁이라고 자랑하며 핵개발로 북한의 전략적 지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내용인데, 글 가운데에 이런 구절이 있다.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미사일 도발을 앞으로도 계속하겠지만, 그것이 미국이 예상하는 시기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도발할 듯한 움직임으로 외부에서 주시의 대상이 되었을 때는 도발하지 않고, 잠시 방심했을 때 기습적으로 도발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피곤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모두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던 27일은 북한이 구태여 도발할 필요가 없는 날이었다.
● 북, '기만전술' 적절히 활용
북한은 과거에도 외부에서 도발 가능성을 주시할 때에는 도발을 하지 않고, 생각지도 않은 시기에 행동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핵과 관련된 얘기는 하지 않다가 5일 뒤인 1월 6일 기습적으로 4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전술적으로 보더라도, 남들이 주시하고 있을 때보다 마음을 놓고 있을 때 도발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27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없었다고 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기술적으로 보더라도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긴 했지만 좀 더 보여줘야 할 부분들이 남아 있다. ICBM의 재진입 기술을 갖고 있음을 과시해야 하고, 3단 로켓을 장착해 미국 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도 보여줘야 한다. 또, 화성 14형은 액체 로켓인 만큼, 고체 로켓에 기반한 ICBM 시험 발사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북한의 도발 시기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과는 다소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주시하면 안 하고 방심하면 하는 술래잡기식 전술을 북한이 구사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