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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성전자, 수십 차례 시간외 수당 부정 신청한 정규직은 '감봉 3개월'

[취재파일] 삼성전자, 수십 차례 시간외 수당 부정 신청한 정규직은 '감봉 3개월'
▶ [취재파일] 삼성의 '비근무 추정 시간표'를 전격 해부하다

비정규직의 사내 동선을 '분' 단위로 작성한 '비근무 추정 시간표(비근무 시간표)'를 근거로 해고(계약 해지)를 통보한 삼성전자와 관련된 두 번째 취재파일입니다. 이번 순서에서는 A 씨에 대한 해고(계약 해지)가 얼마나 부당했는지를 삼성 정규직 직원의 사례와 비교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SBS의 보도가 '심각하게 사실을 왜곡'했다며 공개적으로 반박한 삼성에 대해 그 반박이 얼마나 심각하게 고의적으로 왜곡됐는지 짚어보려 합니다.
삼성전자 비근무 추정
● 삼성, "시간외 수당 부정 신청이 가장 큰 해고(계약 해지) 사유"라는데…

삼성은 A 씨를 해고(계약 해지)한 이유가 크게 세 가지라고 했습니다. 가장 심각한 게 시간외 수당을 여러 번 부정 신청했다는 것이고요. 둘째, 근무 시간을 여러 번 못 채웠다고 합니다. 마지막은 근무 태만으로 업무에 차질을 빚었다는 주장입니다.

먼저 시간외 수당 부정 신청 건을 살펴볼까요? 삼성은 "지난 1월 31일 A 씨가 건물 밖으로 나갔다가 밤 11시 28분 회사로 들어온 뒤 1분 만에 다시 나가는 방식으로 출문 기록을 남겨 허위로 비용을 신청하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근무 시간을 계산해서 비용을 신청하는 방식이 최초 입문 시간과 마지막 출문 시간만을 기준으로 이뤄지는 허점을 악용한 것"이라고까지 단정했습니다.

그렇다면 A 씨의 주장은 어떨까요. A 씨는 "출문 기록이 그렇게 남겨진 건 사실이다. 11시 반 집에 가는 막차가 정문 앞에 선다. 회사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막차를 타기 전에 회사 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버스를 놓칠까 그냥 나온 게 팩트다.(CCTV가 존재한다는 얘기죠).

다음 날 시간외 수당 알림창에 6시간 초과 근무를 한 것으로 떴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에 그동안 1시간 이상 2시간 미만으로 근무한 날들의 시간을 합산해보니 대략 6시간이 나왔다. 그래서 그 시간을 대체해 신청하면 되겠다 싶었을 뿐 악용한 건 절대 아니다." 그러면서 "삼성에서는 2시간 미만의 초과 근무는 시간외 수당을 신청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A 씨의 사정과는 별개로 '허위 신청'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횟수로 따지면 수당 부정 신청 1회입니다. 그런데 삼성은 이를 포함해서 부정 신청 건수가 5번 더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비근무 시간표' 상에 1월 25일, 26일, 2월 9일, 3월 7일, 20일 나와 있네요.

그러나 앞선 취재파일에서 말씀드렸듯이 삼성은 A 씨가 근무 시간에 회사 선배들이 불러 커피숍에 다녀온 시간을 모두 비근무 시간으로 추정했습니다. 심지어 출퇴근 전후에 피트니스에 잠시 다녀온 시간까지 비근무 시간으로 합쳐버렸죠.

이와 관련해 '비근무 시간표' 상 3월 7일을 예로 들겠습니다. 회사 체류 시간이 11시간 25분입니다. 법정 근로시간 8시간에 점심시간 1시간을 합쳐 9시간을 제외한 2시간 25분을 초과 근무한 셈입니다. 그러나 삼성은 07시 46분~08시 16분까지 피트니스에 다녀온 시간을 제했습니다. 14시 37분~15시 21분 사내 커피숍을 다녀온 시간도 제했죠. 그랬더니 9시간 8분이 나왔다고 하는군요. 결국 '8분 더 일했으면서 2시간 일했다고 했으니 부정 신청'이라는 게 삼성의 '추정'입니다. 이게 과연 온당한 판단일까요? 모두 그런 방식으로 '추정된' 나머지 5번을 부정 신청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삼성에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정규직 중에 '시간외 수당 부정 신청'으로 해고된 직원이 있느냐고 말이죠. 삼성은 "해고는 아니지만 징계는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2013년 6월이 '부정 신청'과 관련된 마지막 징계라고 했습니다. 자료가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여주지 않았지만 '부정 신청' 항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43차례(정확한 횟수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지난 21일 삼성 측에 해당 횟수가 맞는지 공식적으로 문의했지만 엿새 째 답이 오지 않았습니다.)라는 횟수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징계가 ‘감봉 3개월’이었습니다.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6번 부정 신청했다 치더라도 A 씨는 해고(계약 해지)됐는데, 왜 그 정규직은 ‘감봉 3개월’에 그쳤을까요. 이 질문엔 삼성이 답을 해야 합니다.

세 번째 이유에 해당하는 근무 태만 부분도 살펴보죠. 삼성은 "A 씨 업무에는 해외에서 발생한 뉴스를 번역해 오전 8~9시경에 뉴스레터를 보내는 일이 포함돼 있는데, A 씨는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시간에 피트니스센터나 외부에 있어 발송이 늦어진 경우가 4차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몇 가지 의문이 듭니다. 삼성은 2월 1일부터 A 씨를 포함한 통번역 직군에 대해 탄력 근무제를 적용했다고 했습니다. 이는 출근 시간이 오전 10시든 오후 1시든 일주일에 40시간만 채우면 되는 근로 조건입니다. 뉴스레터 보내는 시간이 그렇게 엄격히 정해졌다면 왜 출퇴근이 자유로운 탄력 근무제를 그들에게 적용했을까요.

A 씨는 정말 그 시간, 외부나 피트니스에 있으면서 뉴스레터를 늦게 보냈을까요? 뉴스레터 발송 과정은 이렇습니다. 다름 아닌 삼성의 설명입니다. 뉴스레터는 당일 아침에 번역해서 보내는 게 아닙니다. 전날의 뉴스를 번역한 뒤 다음날 보내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A 씨 등 통번역 직군은 전날 오후 발송 예약을 미리 설정해 놓습니다. 설령 오전에 출근해서 다른 곳에 있었다 하더라도 메일은 자동으로 정해진 시간에 발송된다는 얘기입니다. A 씨가 다른 곳에서 '농땡이'를 부리며 발송을 늦게 했다는 삼성의 주장은 A 씨를 '불량 근태자'로 생각하게 만드는 고의적, 악의적 왜곡입니다.

삼성은 A 씨에게 또 다른 일자리를 제안했습니다. A 씨가 해고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한 뒤의 일입니다. (삼성은 파견 업체의 주선이라고 주장하지만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와 A 씨 간 통화 기록 등을 통해 사실상 삼성이 깊게 관여한 게 확인됐습니다.) 그 업체는, 놀랍게도 삼성전자 사업장 내 위치한 삼성의 한 자회사입니다. 부정으로 수당을 신청하고, 근무 시간을 안 지키고, 근무 태만까지 해서 도저히 일을 같이할 수 없다며 해고(계약 해지)한 A 씨에게 말이죠.

A 씨는 그 자회사 면접에는 참여했지만 (합격했음에도) 입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그 일자리를 받아들이면 삼성의 부당한 처사를 세상에 알릴 수 없잖아요." A 씨의 말입니다.

[데마고기]: 사실과 다른 내용을 갖고 선동적으로 벌이는 허위 선전

취재 과정에서 '비근무 시간표'를 만들어 A 씨에게 통보 뒤 당일 해고(계약 해지)한 삼성전자를 두고 떠오른 단어였습니다. 삼성은 처음에 취재진에게 '다른 언론사 두 곳도 우리 설명을 듣고 취재를 접었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조금 흔들린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이번에는 'A 씨는 계약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불량했던 직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나름의 근거들도 제시했습니다. 그 근거들이 사실과 부합하다면 취재를 접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A 씨와 삼성 간의 진실공방. 여기서 생각했습니다. 전문직이긴 하나 삼성 같은 대기업의 눈 밖에 나면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 A 씨. 그는 왜 삼성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걸까. 삼성의 해명만 듣고 쉽게 취재를 접을 수 없었던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삼성이 제시한 근거가 정말 사실에 부합하는지 하나하나 분석해나갔습니다.

그러자 삼성은 '기사 나가면 힘들다. 봐 달라'며 감정에 호소하는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기사가 안 되면 접으면 됩니다. 반대로 기사가 된다면 써야 합니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대통령조차 성역에서 내려왔습니다. 삼성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건 단순히 A 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A 씨로 치환되는 대한민국 비정규직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에 묻습니다. 삼성은 정규직만의 직장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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