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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전직 행정관 "'삼성 보고서' 우병우 지시"…삼성은 반박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삼성 경영권 승계' 관련 문건을 작성한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재판을 열고 청와대 민정실 소속으로 파견 근무했던 현직 검사인 이모 전 행정관을 증인으로 불렀습니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 가운데 메모 2장을 자신이 작성한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이 메모는 A4 크기 용지에 자필로 적은 문건입니다.

이 전 행정관은 "2014년 6월부터 민정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 전 수석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메모를 작성하게 됐고, 우 전 수석이 삼성 검토를 지시한 이유는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특검이 공개한 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이라는 문구와 함께 '경영권 승계 국면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건 도와주며 삼성이 국가 경제 기여할 방안 모색'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삼성 당면 과제는 이재용 체제 안착', '삼성 당면 과제 해결에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구체적 요망 파악' 등의 내용이 기재됐습니다.

이 전 행정관은 메모 내용에 관해 검찰 조사에서 "당시는 이건희 회장의 와병이 장기화하면서 언론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가 현안으로 많이 거론됐다"며 "그러다 보니 이재용 경영권 승계 문제를 위주로 검토 보고서가 작성됐고 초안용 메모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전 행정관은 법정에서도 "당시 언론에 삼성 현안이 승계 문제라는 내용이 있어서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보고서 작성 과정에 대해 "민정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작성한 것으로 임의로 방향이나 기조를 결정할 수 없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 보고서는 민정비서관이 최종적으로 기조를 결정하고 승인했다고 했습니다.

이 전 행정관은 "독자적인 판단으로 정책 결정을 한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시를 받아 보고하는 역할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당시 이재용의 삼성 경영권 승계 문제를 검토해 보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삼성에 관해 검토해 보라는 취지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경영권 승계가 적힌 메모가 특검이 주장하는 '부정한 청탁'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이 전 행정관을 추궁했습니다.

이 전 행정관은 "민정비서관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라는 지시를 받고 작성한 게 아니지 않으냐"는 이 부회장 변호인의 질문에 "그런 지시를 받은 기억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정부에서 삼성에 어떤 도움을 주더라도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검토된 것"이냐는 물음에도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 전 행정관은 메모를 토대로 작성된 최종보고서를 당시 민정비서관이던 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보고서가 어떻게 활용됐는지를 묻자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보고서와 관련해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그런 기억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삼성 측은 메모가 그대로 보고서에 반영됐을지에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이 전 행정관은 "메모가 (보고서 작성) 초기 단계로 보이지 않고 어느 정도 피드백을 받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인 기조는 반영됐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한편, 특검은 캐비닛 문건을 입수하게 된 경위를 밝혔습니다.

특검은 "청와대에서 발견된 문건 원본은 대통령기록관 이관 절차가 있어서 받을 수 없고 사본을 제출받았다"며 "청와대에서 촬영한 문건이 담긴 캐비닛 사진을 입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문건이 청와대에서 발견됐다는 점이 인정된다는 취지입니다.

특검은 사진을 재판부에 첨부 자료로 제출하며 사진에는 청와대 비품임을 알 수 있는 라벨이 붙어 있고, 그 안에 수많은 서류가 클리어 파일에 주제별로 담긴 모습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특검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문건 작성자와 보관자를 확인했다"며 "이 전 행정관 증인신문을 통해 청와대 근무 과정에서 작성·보관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삼성 측은 "특검이 제시한 메모의 원본이 있는지, 자료가 함께 보관됐는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며 문건을 증거로 쓸 수 있는지에 관한 '증거능력'을 놓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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