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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가뭄이 와도 홍수가 나도 의원님은 비행기" 외유성 해외 연수가 뭐길래

[리포트+] "가뭄이 와도 홍수가 나도 의원님은 비행기" 외유성 해외 연수가 뭐길래
지역 주민들이 수해로 고통받는 가운데 외유성 해외 연수를 떠났던 충북도의원들이 지난 22일 모두 귀국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16일 청주를 비롯한 충북 지역에 22년 만에 최악의 수해가 발생했는데도 이틀 뒤 유럽 연수를 떠났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의원 2명은 지난 20일 서둘러 귀국했지만 김학철 의원은 현지에서 국민을 들쥐에 비유하는 발언까지 해 더욱 공분을 샀습니다. 파문이 커지자 자유한국당은 지난 21일 김 의원 등 소속 의원 3명을 제명했고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의원은 오늘(25일) 의원직을 자진 사퇴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연수'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외유성 해외 연수가 논란이 되는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 물난리로 신음하는 도민들…유럽행 비행기 탄 도의원들

층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학철, 박한범, 박봉순,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도의원은 지난 18일 8박 10일 일정으로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유럽의 선진 문화를 배우겠다는 것이 이번 연수의 공식적인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정에는 파리 개선문, 피사의 사탑, 두오모 성당, 아비뇽 페스티벌 등 유명 관광지 탐방 일정이 대거 포함돼 있었습니다.
외유성 해외연수
세금을 써가면서까지 배우고 오라고 가는 것이 해외 연수인데 그저 놀고 즐기고 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진 대목입니다. 수해 복구를 뒤로하면서까지 이런 외유성 해외 연수에 나간 것은 선출직 의원의 본분을 망각한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학철 의원은 "위원회의 주된 업무가 관광·예술·문화 분야"라며 "그것을 외유라고 매도한 것에 대해 매우 서운하다"고 말했습니다.

■ "가뭄이 오든 홍수가 나든…"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의원들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연수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달 28일에는 40년 만의 가뭄이 닥친 부산 기장군 소속 의회 의원 8명이 5일 동안 미얀마 양곤 지역으로 해외 연수를 떠났습니다.

'친환경적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이용한 관광개발'이 공식적인 목적이었지만 실제 일정은 해외 관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양곤 시청과 미얀마 소재 한국 기업 등을 방문하는 공식 일정을 제외하고 전망탑이나 전통시장 방문 등 관광 일정이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본회의 회기 중에 해외 출장을 떠나는 국회의원들도 비판을 받았습니다. 지난 22일 추경예산안 처리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의결 정족수 미달 사태가 벌어졌는데 본회의에 불참했던 의원 26명 중 다수가 해외 출장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그래픽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사과 발언 사진과 멘트
■ 21세기판 '신사유람단'…아직도 선진 문물 배워야 되나요

지방의원이나 국회의원, 공무원의 공무상 해외 연수가 시대를 역행하는 제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 연수는 무려 28년 전인 1989년 해외 여행이 자율화 되기 전 선진 문물을 견학하고 탐방한다는 취지로 장려됐습니다. 하지만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지금 이런 취지의 연수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민간 기업에서는 외유성 해외 출장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고 출장지에서 관광을 했다는 사실이 적발되면 문책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공직자의 해외 연수가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방의원들은 해외 연수로 최대 25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통해 단순 목적의 국외 여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하지만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세금으로 가는 해외연수
■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어요"…의원들의 보고서는 늘 '빵점'

해외 연수를 다녀와서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조차 외유성 해외 연수의 견제 장치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공무 연수를 다녀온 지방의원은 15~30일 안에 의장 혹은 기관장에게 연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늦게 제출하기 일쑤고 내용도 베낀 경우가 많습니다.

비슷한 기존 보고서를 대충 짜깁기해 눈속임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도 없습니다. 지난 2014년 대전시의회는 중국 하얼빈 연수를 다녀온 뒤 의원이 아닌 공무원이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비웃음을 샀습니다. 서울 성북구 의회는 2011~2012년 사이 해외 연수 보고서를 여러 차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남도의회는 목적을 의심하게 하는 해외 연수로 '혈세로 세계 일주를 한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남도의외 의원들의 해외 연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연수 전 심사가 제도화됐지만 이미 일정이 확정되고 예약까지 마친 상황에서 심의가 진행돼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며 "사전, 사후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최악에는 연수비까지 반납하게 하는 등 관리 방안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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