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천만 원을 대출받아 중고 승용차와 휴대폰을 구매했고, 한 씨에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한 씨는 한 달도 안 돼 차량과 휴대폰을 팔아 유흥비로 탕진했습니다. A씨가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한 씨는 둘러대며 피했습니다. 한 달쯤 뒤, A 씨는 가족들에게 '취직을 꼭 하고 싶었는데,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 구직자 10명 중 4명은 취업 사기당했다
취업 포털 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 3월, 구직 경험자 478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 경험에 대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응답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 취업 사기 피해 경험이 있었던 겁니다. 특히 취업 사기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자기비하나 우울증으로 발현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금전 사기의 경우, 피해 유형이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피해 규모도 평균 463만 원에 달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처럼 '취준생'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사기는 주로 구직사이트를 통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구직사이트를 통해 대포통장을 구하는 사기 신고 건수도 지난해 143건에 달해, 전년(65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금감원은 밝혔습니다.
입사 절차라며 통장이나 카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직자들에게 대놓고 통장 대여를 제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직사이트를 통해 지원한 이들에게 "계좌 정보를 등록하면 월 10만 원씩 주겠다"라는 식으로 유혹하는 겁니다. 이때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대포통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 '간절함' 이용하는 취업 사기…취준생 부모도 타깃
'취업 사기'는 자녀의 취업을 간절히 바라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벌어지기도 합니다. 자녀 등을 "환경미화원으로 취업시켜주겠다"며 지인들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60대 최 모 씨에게 지난해 징역 6개월이 선고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최 씨는 지난 2014년 취업 청탁 명목으로 2천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달에는 취준생 자녀를 둔 부모 9명에게 접근해 "대학교 교직원으로 취직시켜주겠다"며 4억 원을 챙긴 40대 유 모 씨가 구속됐습니다. 유 씨는 "교직원으로 취직하려면 학교발전기금 등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에게 수차례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반기 채용 시즌이 다가오면서, 취업 사기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취업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지원 과정에서 '등본, 인감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정규직 전환을 명목으로 청탁비'를 요구하는 행위 등은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