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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폭력은 쉬쉬, 규정도 무시'…학폭위 이대로 괜찮나?

[리포트+] '폭력은 쉬쉬, 규정도 무시'…학폭위 이대로 괜찮나?
지난 4월, 숭의초등학교 수련회에서 학생 4명이 같은 반 학생을 야구방망이로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대기업 회장 손자와 유명 연예인의 아들 등이 가해학생으로 지목됐습니다. 그러나 당시 숭의초가 가해학생에게 별다른 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건 은폐·축소 의혹이 일었습니다.

숭의초 학교 폭력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등 학교 폭력을 다루는 제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 숭의초 측이 학폭위를 내부 규정에 맞지 않게 구성하는 등 폭력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 규정 무시하고 학폭위 구성·운영한 숭의초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2일, 숭의초 학교 폭력 사건에 대한 특별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교육청에 따르면, 숭의초는 피해학생 어머니가 대기업 회장 손자를 가해학생으로 지목했음에도 학폭위 심의 대상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누락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규정 무시하고 학폭위 구성·운영한 숭의초
교육청은 숭의초의 학폭위 구성과 운영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숭의초 자치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학폭위는 학부모위원 4명, 교원 2명, 학교전담경찰관 1명으로 구성돼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열린 학폭위에는 학교전담경찰관이 배제되고 규정에 없는 교사 1명이 포함됐습니다.

숭의초 측은 학폭위 운영과 관련해 "규정을 검토하지 못한 실수였을 뿐 고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교육청은 처리 과정의 부적절성 등을 들어 숭의초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에게 해임 처분을 내리고 담임교사에게 정직을 통보했습니다.

■ 폭력 사건에도 쉬쉬…학폭위 열지 않는 학교들

숭의초 4학년 이상 학생 가운데 학교 폭력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경우는 55건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드러나기 전까지 학폭위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2년 개정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안'에 따라 교내 폭력이 발생할 경우, 학교는 의무적으로 학폭위를 열어야 합니다.

문제가 커지자 담임교사는 피해 아동 부모에게 "학폭위 열어도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라며 "학교는 일을 작게 마무리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봐야 별 소용 없다는 취지의 말을 전한 겁니다.

학부모와 교원 위주로 구성된 학폭위가 폭력 사건 감추기에 급급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학교폭력 은폐·축소에 따른 징계 현황'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59건의 은폐·축소 사실이 적발됐고 교직원 126명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 "학폭위 못 믿겠다"…재심 청구 증가

학폭위가 열려도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사건의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학폭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2년 이후 학폭위 심의 건수가 매년 늘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것 같았지만, 상급 기관인 교육청에 재심을 청구하는 사례도 증가했습니다.

*그래픽
-학폭위 심의 폭력 건수
2013학년도 1만 7,749건 / 2014학년도 1만 9,521건 / 2015학년도 1만 9,968건 / 2016학년도 2만 3,673건
-교육청 재심 청구 건수
2013년 764건 / 2014년 901건 / 2015년 979건 / 2016년 1,299건
■ 학부모가 과반…학폭위 어떻게 변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재심 청구가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로 학폭위 위원들의 비전문성을 꼽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학폭위 위원의 과반수를 학부모 대표로 위촉해야 합니다. 이 같은 구성 비율 때문에 학부모 사이의 친분에 따라 편파적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전문가 비중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초중고교 학폭위에서 경찰, 법조인, 의료인 등 전문가 비율은 전체의 15.5%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학부모가 과반…학폭위 어떻게 변해야 하나
학폭위가 일반 폭행 사건을 다루는 재판과 다르기 때문에 처벌과 징계를 넘어서 교육적 관점의 중재와 화해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처벌뿐만 아니라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재발 방지 효과가 생긴다는 겁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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