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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한화 들어오고 롯데 나가!" 박 전 대통령은 왜 면세점에 관여했을까

정윤식 기자 jys@sbs.co.kr

작성 2017.07.12 18:04 조회 재생수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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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한화 들어오고 롯데 나가!" 박 전 대통령은 왜 면세점에 관여했을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유통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던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관세청이 특정 업체는 배제하고 다른 업체에 특혜를 준 정황이 감사원의 감사 결과 포착된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면세점 수를 늘리라고 지시한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나면서 앞으로 국정농단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비리와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업계 1위 롯데 밀어낸 한화

지난 2015년 7월 관세청은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HDC 신라면세점과 한화 갤러리아 타임월드를 선정했습니다. 한화가 국내 면세점 업계 1위였던 롯데를 밀어내고 면세점 사업자가 된 겁니다. 한화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대해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예상치 못한 결과의 배경에는 관세청이 있었습니다. 관세청이 심사 과정에서 롯데의 점수를 부당하게 깎았다는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관세청은 면세점 선정을 두고 경쟁하던 한화와 롯데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관세청 심사에서 점수를 높게 받은 한화관세청은 매장 면적에 대한 점수를 매길 때 한화에는 공용 면적까지 포함해 더 높은 점수를 받도록 했습니다. 반대로 중소기업제품 매장설치 비율 점수에선 롯데에 대해서만 상대적으로 면적이 작을 수밖에 없는 영업 면적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일부 평가 항목에서 부당하게 점수를 산정해 한화는 원래 점수보다 240점을 더 얻었고 롯데는 190점을 덜 받았습니다. 당시는 롯데 등 기존 사업자들이 2015년 11월 면세점 재승인 심사를 앞둔 시기였습니다. 재승인 심사 결과 롯데는 정당하게 받을 수 있었던 평가 점수보다 191점이나 적게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갈팡질팡' '우후죽순' 면세점…배경은 박근혜 전 대통령

정치권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8월 청와대 경제수석실을 통해 관세청을 비롯한 주요 경제 부처에 "롯데에 강한 경고를 보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롯데를 콕 집어 '면세점 블랙리스트'에 넣은 셈입니다.

이렇게 면세점 선정에서 탈락한 롯데는 지난해에 다시 허가를 받게 됩니다. 정부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갑자기 면세점 4곳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롯데가 선정된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시점에 또 개입합니다. 관세청은 2015년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을 선정한 뒤 2년에 한 번씩만 추가 선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었습니다.
면세점 늘리라고 지시한 박근혜 전 대통령박 전 대통령은 그러나 관세청의 방침과 달리 이듬해인 2016년에도 면세점 허가를 추가로 내주라고 지시했습니다. 청와대의 지시가 떨어지자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월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하겠다고 보고한 뒤 관세청에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관세청의 판단 결과 추가로 선정이 가능한 면세점은 1개에 불과했지만 결과는 엉뚱했습니다. 현대백화점, 신세계, 롯데 등 대기업 3곳과 중소기업 1곳이 면세점 허가를 얻은 겁니다. 신규 면세점에 허가를 내주려면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도보다 30만 명 이상이 늘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무시됐습니다.

심지어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로 서울의 외국인 관광객이 100만 명이 넘게 감소한 상황이었습니다. 관세청은 이런 상황을 알고도 대통령의 지시라는 이유로 2년 전의 통계를 활용하는 등 꼼수까지 썼습니다.

[전광춘 / 감사원 대변인]
"관세청이 기재부로부터 요청받은 4개 특허 수를 맞추기 위해 기초 자료를 왜곡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 "터질 게 터졌다"…이익을 본 사람은 누구였을까?

면세점 업계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입니다. 그동안 면세점 사업자 선정 때마다 이른바 '특혜설'과 '내정설'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2015년 한화가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발표가 나기 전에는 한화 갤러리아의 주가가 폭등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면세점 선정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면 누군가 주식 거래 등을 통해 이득을 본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한화와 두산 면세점 측은 정상적으로 입찰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 조사 등에 따라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SBS 송욱 기자]
"관세법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면세 특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감사원 결과를 계기로 면세점 업계엔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면세점 특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취재: 이성철, 송욱, 김수영 / 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