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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보험사, 서민 할인 "쉬쉬"…얄밉고, 약삭빠른 상술의 진실

손승욱 기자 ssw@sbs.co.kr

작성 2017.07.12 15:01 수정 2017.07.13 19:18 조회 재생수9,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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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TV광고를 보면, 요즘 '할인특약'이 대세입니다. 자녀할인, 무사고할인, 마일리지할인, 블랙박스할인, 전기차할인, 임산부 할인. 할인특약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유명 여배우가 나와서 할인특약 혜택을 엄청난 혜택인 것처럼 얘기합니다. 솔깃해집니다.

그런데 유독, 홀로 광고에 끼지 못하는 또 다른 할인특약이 있습니다. 바로 '서민우대 할인특약'입니다. 일정 조건에 맞는 서민이라면 보험료를 3~8% 깎아주는 특약입니다. 보험료가 60만원이라면 최고 5만원 가까이 깎을 수 있는 훌륭한 특약입니다.

그런데 왜 이 특약만 광고에 껴주지 않는 걸까요? 보험사들은 왜 이렇게 좋은 특약을 숨기는 걸가요? 이 서민우대 할인특약이 찬밥 신세가 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 서민이면 보험료 할인…저소득층, 장애인, 고령층 대상

서민에게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 간단히 서민우대 할인 특약이라고 합니다. 회사마다 다른 상품이름을 갖고 있지만, 통칭해서 서민할인 특약 정도로 부르겠습니다.
[취재파일] 보험사, 서민 할인 '쉬쉬조건은 이렇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모두 가능합니다. 저소득자, 고령자, 장애인은 조건이 있습니다. '저소득자'는 20세 미만 자녀가 있고, 배우자 합산 연소득이 4천만 원 이하여야 합니다. '고령자'는 65세 이상에, 배우자 합산 연소득이 2천만 원 이하인 경우에 가능합니다. '장애인'은 연 소득 4천만원 이하의 3급 이상 장애가 있는 경우입니다. 차량은 모두 1,600cc 이하 승용차 또는 1.5톤 이하의 화물차로서 최초 등록 후 5년 이상 지난 차량이어야 가능합니다.

● 서민 할인특약의 역사…"생활비 줄여라"

이 제도가 왜 생겼을까요?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2010년 12월에 금융위원회가 '공정사회를 위한 자동차보험 개선대책'이란 것을 내놓습니다. 의무보험인 자동차 보험료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가입 조건이 너무 많아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는 했지만, 일단 그 다음해인 2011년 상반기에 시작이 됐습니다.

그러다가 기준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35살에서 30살로 가입연령이 내려갔고, 등록 뒤 10년 이상 차량이 가능했었는데, 5년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때는 보험사들이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가입 대상 차량이 46만대에서 93만대로 늘어나고, 자동차 보험료도 900억 원 넘게 줄어들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과연 보험사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보험사들이 손해를 봤을까요? 아니면 기준을 더 낮추지 못하게 하기 위한 '엄살'이었을까요?

● 가입 대상 50만 명 가운데 4만 명 가입…3년 새 '반 토막'

 "서민에게 자동차보험료 깎아주는 특약 아세요?"
 "들어본 적 전혀 없어요. 내일이 차보험 만기라, 갱신 전화가 왔었는데, 그런 내용 전혀 고지받은 게 없어요“
 
서울 동대문시장의 상인 박 모씨는 “서민할인 특약을 아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박 씨는 심지어 “지금 오신 기자 분에게 처음 들었어요"라고 했습니다. 가입 조건이 되는지 따져보는 취재진에게 “연 소득 4천만원 이하에, 오래된 스파크 끌고, 20대 이하 아들이 있다”고 확인을 해주시면서 보험사에 대해 "괘씸하단 생각이 들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기들 이익이 줄 것 같으니까 고지를 안했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취재파일] 보험사, 서민 할인 '쉬쉬서민할인 특약 가입 대상은 50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업계에서는 한 때 90만 명이라고 주장했었는데, 요즘에는 가입률이 낮아졌다는 비난의 예봉을 피하기 위해 그것보다는 줄여서 집계합니다. 대략 60~70만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가입 건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취재진이 최운열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 8만7천 명 정도였는데, 이후에 점점 떨어지기 시작해서 2014년에는 6만1천 명, 2015년에는 5만4천 명까지 줄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4만2천 명까지 줄었습니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 혜택을 받을 만한 서민들이 절반으로 줄었을리 없는데도, 3년 만에 '반토막'이 난 겁니다.
[취재파일] 보험사, 서민 할인 '쉬쉬
● 손해보험사, 금감원에 맞서다?

지난해 금감원과 했던 인터뷰입니다.

“서민우대 자동차보험은 보험회사의 이익률도 절반이고, 모집인들의 수당도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모집하는 분들에게 매력이 없다.”

보험 가입자가 줄어드는 이유를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조금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이런 얘기입니다. 손해보험사가 돈이 안되니까 노력을 안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험설계사들이 열심히 알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모집인 상황은 조금 뒤에 살펴보기로 하고, 우선 자동차 보험 회사 얘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1분기에 큰 폭의 영업 이익을 봤습니다. 11개사가 907억원의 흑자를 냈습니다. 손해보험사들은 "겨울에 큰 눈이 없어 손해율이 나빠지지 않아서 생긴 계절적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겨울을 무사히 넘긴 뒤에는 더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대신증권은 손해보험 상위 4개사에 대한 전망 보고서에서 "4월 합산 순이익이 2천8백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2.6% 개선됐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는 업종 투자의견으로 “비중확대”를 유지했습니다. 다시 말해 손해보험사 주식을 더 사라는 투자의견을 내놓은 겁니다.

상황이 나쁘지 않지만, 보험사들은 회사 이익률에 도움이 안된다며 서민할인 특약에 대해 제대로 홍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보다 2016년에 가입자가 더 줄었다는 것은, 홍보를 더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취재파일] 보험사, 서민 할인 '쉬쉬● “서민이냐고 물어보면 화 내세요”

지금부터는 보험사의 반론입니다.
 
"부부합산소득 연봉 4천만 원 이하십니까. 이걸 물어보는게 상당히 좀 불편할 수 가 있거든요. 개인 소득에 대해 물어본다는게 좀 상대방이 불편해 하실 수가 있기 때문에......"

"물어보기가 사실 조심스럽고, 고객들 입장에서도, 내 연봉 4천만원 이하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것 같더라고요. 보험료가 가령 50만원 내는 거면, 8%면 3, 4만원 정도 하는거잖아요. 내가 그것을 할인 받기 위해서, 아무리 나를 아는 설계사지만 드러내야 하는지. 그런게 대해서 불편한 사람이 있고“

한마디로 보험 가입자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물어보기 힘들고, 설혹 물어봐도 가입자들이 대답을 꺼린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 서민할인 특약 3만~4만원은 별 것 아닌 모양입니다.

● 서민할인특약이 '차별'받는 이유

이제는 보험 설계사나 보험사 전 직원들의 솔직한 얘기입니다. 서민할인특약이 차별받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아무래도 손해율이 조금 더 높습니다. 소형화물차, 5년 이상된 중고차들이 가입대상이니까요. 오토바이도 가능하니까요.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이 높은 고객을 일부러 유치할 필요가 없겠죠”

서민할인 특약이 차별을 받는 이유는 ‘손해율이 높은 고객’을 피하려는 보험사들의 판단 때문인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자동차보험의 특성을 감안해야 합니다. 실제로 자동차 보험 자체가 보험사에 큰 돈을 벌어주지 못합니다. 자동차 보험으로 드러온 고객에게 다른 보험을 팔아서 더 큰 이득을 거둡니다. 그런데, 서민할인특약 가입자들의 구매력이 높지 않으니, 바꿔 말해 큰 돈 벌어줄 손님이 아니니, 굳이 모셔오지 않겠다는 겁니다. 기업 논리로 따지면 당연할 수 있지만, 보험의 공공성과 사회성을 생각해본다면 참 얄미운 판단입니다.

이유는 또 있습니다. "홍보를 안하기 때문에 일반 모집인도 모릅니다. 전화 상담사들도 먼저 얘기해주지 않습니다. 고객이 먼저 말하지 않으면 이쪽에서 먼저 말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보험사에서 홍보를 안하기 때문에 일선 직원들이 잘 모르거나, 큰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또 모집인 입장에서는 수당에는 도움이 안되는데, 번거로운 일이 많은 이유도 있습니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귀찮기나 하죠. 서류도 추가로 더 내야하고, 수당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드니까요” 보험 설계사들은 수당을 '전체 보험료의 몇 %', 이런 식으로 받기 때문입니다.

● 금융당국, 아직도 '前정권 코드'에 충실?

前 정부 당시 금융당국은 보험사 입장을 지나치게 봐준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실제로 전 정권의 코드에 맞춰 "보험사가 손해율이 너무 높다"며 보험사들을 배려해주는 정책을 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보험사들이 스스로 보험료를 정할 수 있도록 한 2015년 10월의 보험료 자율화입니다. 보험료 상승의 주범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금융감독원은 보험료 결정권을 보험회사에게 줬습니다.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에 대한 지나친 간섭을 피한다는 명분도 있었고, 실제로 금융기관의 금융회사에 대한 지나친 간섭의 폐해도 많았기 때문에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율화 이후 곳곳에서 문제가 생기고, 잡음이 생겼는데도 여전히 예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일부 부서는 여전히 전 정권 코드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손해보험사들의 행태는, 일부 대형 손해보험사 CEO들의 임기 내 이익 극대화와 맞물려, 당장 돈이 되지 않으면 아예 외면하는 분위기입니다. 보험의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완전히 저버린 모양새입니다.

이 때문에 적어도 보험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전 정권 당시 수립한 정책 방향을 재점검해보고, 보험회사의 행태를 엄한 기준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보험료 자율화 이후 보험사들은, 금융감독원이 제대로 지켜보지 않는다 싶으면, 돈 되는 사람만 받을 분위기입니다. 보험의 공공성이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겁니다. 언제까지 '돈 밝히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둬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