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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입맥주는 왜 '인기 폭발' 했을까

최우철 기자 justrue1@sbs.co.kr

작성 2017.07.12 13:19 수정 2017.07.14 20:52 조회 재생수13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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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추자현 부부가 화제다. 중심은 그의 남편인 중국인 배우 위쇼우캉(우효광)이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에서 그가 보여준 수입 맥주 ‘덕력’은 놀라웠다. 집 꾸미기도 덜 끝난 신혼집에 수입 맥주 상자를 가득 채운 게 볼거리였다. 그의 맥주는 모두 캔도 아닌 병맥주. 진짜 ‘풍미’는 병으로 유통될 때 가장 잘 보존된다고 하니, 추 씨는 진짜 맥주 애호가와 결혼한 셈이다.

그런데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위 씨의 구매 방식이었다. 중국인인 그는 병맥주를 냉장고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배송받았는데, 모두 인터넷 주문이었다. 중국이 아니라 한국에 신혼집을 차렸다면, 나오지 못할 장면이다. 한국은 인터넷 술 판매를 금지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장면은 마트에서 술 고르는 에피소드가 됐을 것이다. 

● 수입 맥주라는 최상의 ‘미끼’

한국에서 수입 맥주란? 유통업계 종사자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편의점, 슈퍼, 마트에 가야만 살 수 있는 물건”이라 답할 것이다. 그들 눈엔 맥주가 가게에 안 나올 손님도 나오게 할 물건으로 보일 것이다. 법이 술 유통 관행을 만들었고, 업계는 이걸 응용했다. 편의점 수입 맥주 1만 원에 4캔. 마트 수입 맥주 9천4백 원에 4캔 공식은 이렇게 탄생했다. 마트에서 세계맥주는 그 무엇보다 매력 넘치는 미끼상품인 것이다.수입 맥주는 왜 인기 폭발 했을까물론, 수입 맥주 자체가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원래 싼 건 아니다. 세금이 싸서 그렇다. 우리나라 주류법은 맥아 비율로 맥주 맛을 내는 술에 차별을 둔다. 10% 이상은 맥주, 그 미만은 기타주류다. 세금이 각각 72%와 30%씩 붙는다. 엄청난 차이다.

수입 맥주에도 이 기준은 같은데, 세금이 붙는 시점에 또 한 번 ‘배려’가 있다. 수입 맥주는 수입원가에, 국산 맥주는 출고가에 세금이 매겨진다. 수입과 국산이 맞붙을 때, 세율은 72%로 같다. 해외 본사와 수입상은 협의를 거쳐, 잘 팔리는 맥주를 대량으로 들여오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수입원가가 낮아질수록 할인 폭은 커진다.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기 쉬운 것이다. 수입 맥주는 왜 인기 폭발 했을까낮은 세금과 매장 ‘미끼’의 필요성. 2017년 이 두 가지가 결합한 결과는 이렇다. 이마트에선 맥주 가운데 수입 매출이 51%를 넘었고, 취급하는 수입 맥주만 400개에 달한다. 롯데마트에서도 상반기 수입 맥주가 생수보다 많이 팔렸다. 인터넷에서 살 수 없는, 세금이 싼 수입 맥주를 싸게 묶어 갖다놓을 수 있어서 가능한 현상이다.

2017년 유례없어 보이는 수입 맥주 돌풍은, 기실 이런 이해관계의 합종연횡이 낳은 결과물이다. 국내 주류업계엔 자기네 쓰린 속을 더 쓰리게 만드는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맛 없다고 핀잔 듣고, 신제품 개발엔 인색하다고 지탄받던 그들. 최근엔 수입 맥주가 잘 팔린다고, 업계 1위 오비맥주와 2위 하이트진로가 앞다퉈 수입 경쟁에까지 나섰다.

맥주 애호가들에겐 꼴사나운 행태일 수 있다. (스텔라 아르투아, 코로나, 산토리 등 오비맥주가 수입하는 맥주를 셀 수가 없을 지경이다. 하이트진로도 크로넨버그 블랑1664와 싱하, 기린이치방 등을 들여와 팔고 있다.)수입 맥주는 왜 인기 폭발 했을까
● 국산 맥주는 반격의 기회를 잡을까

이런 맥락 탓에, 국내 업체들의 신제품 소식은 그 자체가 관심거리가 됐다. 이번엔 클라우드 이후 무려 3년 만이다. 먼저 시장에 뛰어든 건,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다. 마트 기준 330mL 캔 하나가 거의 850원 수준. 콜라와 비슷하거나 더 싸다.

가성비에 초점을 맞췄는데, 비결은 세테크였다. 맥아 비율을 10% 미만으로 낮추고, 보리와 홉으로 맥주 맛을 냈다. 그 결과 ‘기타주류’로 출시할 수 있었고, 세금은 72%가 아닌 30%만 낼 수 있었다. 업체 측은 개발에 2년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수입 맥주는 왜 인기 폭발 했을까수입 맥주는 왜 인기 폭발 했을까롯데주류의 피츠는 필라이트와는 전혀 다른 시장을 노리고 나온 술이다. 업계는 가정과 유흥 시장을 나누는데, 후자는 ‘회식용 소맥(소주+맥주 폭탄주)시장’이라 말할 수 있다. 1위 오비맥주의 카스, 2위 하이트진로의 하이트가 주류 강자인 상황. 롯데주류는 회식 문화가 달라진다는데 주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요즘 회식엔 젊은 사원의 발언력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덕분에 안주가 다양해졌다. 삼겹살이나 회 같은 부장님 메뉴는 가고, 피자나 샐러드, 햄버거도 안주가 됐다. 3초 안에 잡미를 잡는다는 광고는, 갖가지 음식에도 손색없다는 걸 강조한 포석이다. 수입 맥주는 왜 인기 폭발 했을까알코올 농도는 똑같이 4.5%지만, 맛과 공략 대상은 전혀 다른 두 맥주. 마트나 편의점 혹은 회식 무대에서 ‘반격’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필라이트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청년이나 서민을 고려한 술이다. 피츠도 식당 냉장고 속 자사 클라우드를 줄이고 공급할 각오로 개발됐다.

전혀 없던 시장을 노렸고, 약간의 손해를 감수한 도전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 새로 나온 국산 맥주들의 개발 과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도전이 성공으로, 또 다른 신제품 잉태로 나아간다면, 2017년은 국산 맥주 시장의 작은 이정표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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