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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의 T-view] '그알', 과로자살 누구의 책임인가…성실한 직장인의 비극

[김지혜의 T-view] '그알', 과로자살 누구의 책임인가…성실한 직장인의 비극
'과로'(overwork, 過勞')는 단순히 근무 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하는 것만을 포함하는 정의는 아니다. 세 사람이 해야할 일을 두 사람이 하거나,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과중해서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성장 우선주의, 1등만 살아남는 세상이라는 분위기가 만연한 대한민국 사회가 직장인들에게 과로를 권하고 있다. 

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인간 무한요금제의 진실- 과로자살의 시대'편은 이러한 현실에 고통받아 비극적 선택을 한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삼성중공업의 과장 이창헌 씨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새벽에 출근했다. 약 20시간 뒤 그는 부모님의 아파트 현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투신 자살이었다.

결혼한 뒤 1년 밖에 되지 않았고, 예쁜 딸을 낳은지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 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을까.

이창헌 씨는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일본 동경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엘리트였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취업해 앞날도 창창해 보였다. 사무직에서 현장직으로 바뀌면서 야근과 스트레스가 늘기 시작했다. 그는 사망 6일전 '가조도 낚시'와 '사람 죽는 높이' 등을 검색했다. 유가족들은 가조도에서 죽으려고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사에게 우울증이 심해져 근무가 힘들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사망 당일 무단 결근한 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유가족들은 회사에 산재를 신청했지만, 회사는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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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근무 중 자살한 27살 신성민 씨의 사연도 소개됐다. 중소기업에 입사 한 지 1년 반만에 베트남 지사로 파견 나간 27살의 전도유망한 신입사원이었다.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생활을 했던 자랑스러운 아들은 고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아프지 말라"는 한 마디만을 남긴 채 투신했다.

업무스트레스와 함께 그가 죽음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살인적인 노동시간'이었다. 시간이 없어 시리얼 한 그릇으로 하루를 버티고, 친구들과의 SNS에는 ‘머지않아 귀국을 하든지 귀천을 하든지 둘 중 하나는 해야겠다’고 말하던 성민 씨. 그는 결국 베트남 지사에 발령 받은지 약 반 년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회사는 산재 처리는 커녕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혔다고 고인의 부모님을 질타했다. "힘들면 회사를 나가면 되지 왜 자살을 하느냐"는 원망까지 들어야했다. 사랑하는 자식을 타국에서 잃은 부모는 회사를 상대로 아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제작진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회적 환경이 조성된 일본의 변화도 조명했다. 고강도 근무로 유명한 광고회사 덴츠는 20대 여직원의 자살로 야근을 줄이는 획기적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밤 10시가 되면 회사의 불을 모두 끄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과로 자살은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를 크게 바꿔놓았다. '과로사 방지법'이 마련된 것이다. 야근을 줄이자는 공익 광고가 전파를 타고, 대기업들은 야근 줄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회사가 과도한 노동과 스트레스로 직원을 죽음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에 따른 결과였다.

과로 자살을 심신이 나약한 사람들의 우발적 행동으로 몰고 가서는 안된다. 성실하게 일하는 직장인들을 무능하게 바라보는 사회적 환경과 분위기 역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무제한 요금제'라는 끔찍한 단어는 이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말이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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