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숙소인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여자 대표팀 동료 성은령, 최은주 선수로부터 도움도 받으면서 한국어 실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프리쉐가 원체 밝고 명랑한 성격인데다, 성은령과 최은주 역시 쾌활한 성격이어서 셋이서 알콩달콩 수다를 떨면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프리쉐와 성은령은 25살 동갑이고, 최은주는 26살로 한 살이 많습니다.
최은주는 "프리쉐가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고 말끝마다 '요'자를 꼭 붙이면서 언니 대접을 해준다"며 웃었습니다. 성은령은 "우리는 프리쉐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도와주고, 독일에서 엘리트 루지 교육을 받은 프리쉐는 운동할 때 노하우를 알려주며 서로 도움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같이 방을 쓰며 생활하면서 지금은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프리쉐는 한국 음식 가운데는 불고기, 쇠고기, 삼겹살을 좋아하고 최근 먹어 본 주먹밥이 특히 맛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같은 매운 음식에는 아직 적응이 더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제 젓가락도 제법 능숙하게 사용하고, 삼겹살을 상추쌈에 싸서 먹는 모습이 자연스러워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젓가락을 사용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팀 동료가 어린이들이 젓가락질을 배울 때 사용하는 도구를 사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프리쉐의 고향은 독일의 산골 마을인 알텐베르크로 지금도 부모님이 그곳에 살고 계시다고 말했습니다. 알텐베르크에는 루지 트랙이 있고 전용 훈련장도 있어 우리 대표팀은 지난달 그곳에서 전지훈련을 했는데, 이 기간동안 프리쉐는 집에 가서 가족과 반갑게 재회했습니다. 낯선 대한민국으로 귀화해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한국 생활과 문화에 대한 적응 그리고 외로움 등을 염두에 두고 질문한 것이었는데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부모님이 전화를 걸어와서 '괜찮냐? 안전하냐?'고 물으면서 걱정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독일에 계신 프리쉐의 부모님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다름아닌 한반도의 안보였습니다.
● 평창 올림픽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중
그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우고, 체중도 70kg까지 늘렸다며 만족해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이맘 때에는 한국 귀화 절차를 밟느라 하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하계 훈련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어 오는 11월 시작되는 올림픽 시즌이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생활이 정말 행복하고 만족스럽다며, 귀화가 자신이 한 최고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귀화 직후 프리쉐를 만나서 인터뷰할 때 인상 깊었던 말이 있습니다. 프리쉐는 당시 "독일에서 은퇴했을 때 나의 기량이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에게 기회를 준 한국으로 귀화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프리쉐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현재 평창에서 다시 밑바닥부터 착실히 다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이었던 올림픽 출전 기회를 준 '제2의 조국' 대한민국에 메달로 보답하기 위해 오늘도 얼음 트랙을 힘차게 질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