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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태극낭자' 프리쉐 "귀화는 내 인생 최고의 결정"

독일 귀화 루지 선수 아일린 프리쉐, 한국생활 적응기

최희진 기자 chnovel@sbs.co.kr

작성 2017.07.09 09:46 수정 2017.07.09 14:52 조회 재생수6,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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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귀화 루지 선수 아일린 프리쉐지난 1월 태극마크 달고 월드컵 첫 출전독일 여자 루지 국가대표 출신 아일린 프리쉐는 지난해 12월 한국에 귀화했습니다. 프리쉐는 2012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2관왕에 오르며 독일의 유망주로 떠올랐지만, 이후 루지 세계 최강국인 독일 내부 경쟁에 밀리자 2015년 은퇴했습니다. 이 무렵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을 위해 독일 선수의 귀화를 추진하던 대한루지연맹의 제의를 받고 고심 끝에 귀화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태극마크를 달고 지난 1월부터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에 출전했습니다. 월드컵 12위가 최고 성적이었지만 은퇴 이후 1년이 넘는 실전 공백과 훈련 부족을 감안하면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표팀 동료 성은령-최은주와 함께 한국어 공부프리쉐는 현재 강원도 평창에서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합숙 훈련에 한창입니다. 프리쉐가 한국 생활에 적응을 잘 하고 있는지, 그리고 동료들과도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취재하러 갔습니다. 지난 2월 평창에서 열린 루지 월드컵 이후 5개월 만에 만났는데, 그 사이 한국어 실력이 부쩍 늘었습니다. 한국어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묻자 영어로 된 한국어 교재 5권을 들고 와서 보여줬습니다. 프리쉐는 훈련이 끝나면 틈틈이 읽고 있다며 교재에 나와 있는 문장들을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습니다.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숙소인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여자 대표팀 동료 성은령, 최은주 선수로부터 도움도 받으면서 한국어 실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프리쉐가 원체 밝고 명랑한 성격인데다, 성은령과 최은주 역시 쾌활한 성격이어서 셋이서 알콩달콩 수다를 떨면서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프리쉐와 성은령은 25살 동갑이고, 최은주는 26살로 한 살이 많습니다.

최은주는 "프리쉐가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고 말끝마다 '요'자를 꼭 붙이면서 언니 대접을 해준다"며 웃었습니다. 성은령은 "우리는 프리쉐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도와주고, 독일에서 엘리트 루지 교육을 받은 프리쉐는 운동할 때 노하우를 알려주며 서로 도움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같이 방을 쓰며 생활하면서 지금은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프리쉐는 한국 음식 가운데는 불고기, 쇠고기, 삼겹살을 좋아하고 최근 먹어 본 주먹밥이 특히 맛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같은 매운 음식에는 아직 적응이 더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제 젓가락도 제법 능숙하게 사용하고, 삼겹살을 상추쌈에 싸서 먹는 모습이 자연스러워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젓가락을 사용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팀 동료가 어린이들이 젓가락질을 배울 때 사용하는 도구를 사줘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프리쉐의 고향은 독일의 산골 마을인 알텐베르크로 지금도 부모님이 그곳에 살고 계시다고 말했습니다. 알텐베르크에는 루지 트랙이 있고 전용 훈련장도 있어 우리 대표팀은 지난달 그곳에서 전지훈련을 했는데, 이 기간동안 프리쉐는 집에 가서 가족과 반갑게 재회했습니다. 낯선 대한민국으로 귀화해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한국 생활과 문화에 대한 적응 그리고 외로움 등을 염두에 두고 질문한 것이었는데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부모님이 전화를 걸어와서 '괜찮냐? 안전하냐?'고 물으면서 걱정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독일에 계신 프리쉐의 부모님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다름아닌 한반도의 안보였습니다.

● 평창 올림픽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중
평창에서 스타트 훈련 중인 아일린 프리쉐한국 생활에 대한 적응만큼이나 프리쉐는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즈음은 오전에 강릉 빙상장에서 얼음을 지치는 '페달링' 훈련, 오후에는 평창 슬라이딩센터 아이스스타트 훈련장에서 '스타트'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루지 세계 최강국인 독일에는 루지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이 쾨닉세와 오버호프 등 2곳에 있는데, 한국에도 이같은 첨단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이 생겨 여름에도 얼음 트랙 위에서 훈련하며 감각을 익힐 수 있어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우고, 체중도 70kg까지 늘렸다며 만족해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이맘 때에는 한국 귀화 절차를 밟느라 하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하계 훈련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어 오는 11월 시작되는 올림픽 시즌이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생활이 정말 행복하고 만족스럽다며, 귀화가 자신이 한 최고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귀화 직후 프리쉐를 만나서 인터뷰할 때 인상 깊었던 말이 있습니다. 프리쉐는 당시 "독일에서 은퇴했을 때 나의 기량이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에게 기회를 준 한국으로 귀화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프리쉐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현재 평창에서 다시 밑바닥부터 착실히 다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이었던 올림픽 출전 기회를 준 '제2의 조국' 대한민국에 메달로 보답하기 위해 오늘도 얼음 트랙을 힘차게 질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