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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만 몰아줘요"…기회조차 없는 중하위권 학생들

<앵커>

학교 생활기록부에 이렇게 여러 실적 자료가 쌓이는 동안 학교에서는 어떤 일이 있는지도 알아봤습니다. 상위권 학생 몰아주기, 심각한 성적 부풀리기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이병희 기자입니다.

<기자>

학교 생활기록부에는 교내 대회 수상 실적을 기록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대학들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보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는 대회 일정을 반드시 사전에 공지하도록 돼 있습니다.

한 대학 1년생은 자신이 다녔던 모교의 실태를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최모 군/대학 1학년 : 그런 교내 대회가 있다고 하면 점심시간에 따로 불러서 걔네들(상위권 학생)에게만 알려주고 중하위권에게는 안 알려줘요.]

교내 대회뿐 아니라 각종 체험 프로그램, 봉사 활동까지, 학생부 실적을 돋보이게 해 줄 좋은 기회들은 육성반이라 불리는, 성적 좋은 학생들 차지였다는 겁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항의를 했었는데 (선생님이) '그럼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그러냐' 그런 소리만 들었어요. 나는 깔아주는 존재구나…깔아주는 존재.]

이렇게 3년이 지나면 상위권과 중하위권의 학생부 내용과 두께는 현격하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기회의 불평등뿐 아닙니다.

취재진이 만난 현직 고등학교 진학부장은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을 주로 수행 평가 과정에서 얼마든지 부풀릴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습니다.

[현직 고교 진학부장 : 교사가 알아요. '이 아이는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을 진학시켜야 할 아이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성적을 조금 이라도 더 후하게 주는 거죠. 보탬이 되도록. (그러면 다른 학생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나요?) 그럴 수 있죠. 이게 선생님과 학생과 학부모가 담합하면 얼마든지 '성형'이 가능한 게 학생부예요.]

이런 문제가 있는데도 대학들이 학종을 선호하는 건 성적 좋고 배경 좋은 학생들이 학종을 통해 입학하는 게 나쁠 것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종은 학생의 능력을 왜곡해 보여줄 가능성이 큽니다.

[이병민/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 : 예전에는 결국은 그 학생 개인이 시험장에 가서 자기 능력을 보여줘야 됐다 라는 것이죠. 그런데 지금은 대개는 그런 것들이 서류로 만들어지잖아요. 그 서류가 그 학생의 진정한 능력을 반영하지 않을 가능성이 예전보다 높아진 거예요.]

한국 사회에서 문서의 신뢰성은 아직 높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학종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주범이 되지 않도록 확대 일변도 추세는 제어돼야 할 걸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김남성, 영상편집 : 김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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