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원화결제? 현지화폐결제?…해외여행 '결제와 환전'의 기술

[취재파일] 원화결제? 현지화폐결제?…해외여행 '결제와 환전'의 기술
요즘 해외여행 앞두고 숙소 찾으시면서 '어쩌구저쩌구.com'들을 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행사 통해서 호텔 예약할 때보다 가격이 훨씬 쌉니다. 그런데 이 앱들의 가격을 다시 비교해 주는 사이트까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점점 더 많은 가격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행사가 추천해줄 때보다 훨씬 다양한 정보의 다양한 가격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정보가 너무 많다는 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가격 비교사이트의 사진과 정보를 보면서 여행을 상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위치 지도, 객실 전망, 객실 숫자, 고객 평가, 조식 평가, 근처 여행지까지 사진과 함께 보여줍니다. 물론 가격 비교는 기본입니다.
사이버 환전, 환전 수수료
사이버 환전, 환전 수수료
● '어쩌구저쩌구.com', '호텔 어쩌구저쩌구.com'…외국 앱의 한국어 서비스

이런 다양한 호텔 검색 앱들의 댓글도 제법 충실한 것들이 많습니다. 세계 각국 이용자들의 이용 후기가 올라오니까, 영어로 된 숙소 평가까지 읽어보게 됩니다.

"그 이상 싼 가격은 없습니다"라는 여행사 직원의 말에 100% 의존하던 시기에서, 이제는 스트리트뷰로 그 도시의 어느 골목에 있는지 미리 가보고, 세계 각국 이용자들의 평가까지 참고해보면서 싸고 좋은 숙소를 쉬운 검색으로 구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어떤 비교사이트는 정말 제일 싼 가격부터 몇천 원 간격으로 상품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같은 숙소 가격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었나?"라는 생각에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원화로 결제하면 이런 비교, 다 헛일입니다. 정확히는 '외국 사이트'에서 원화로 결제하면 3~8%의 추가 수수료가 붙습니다. 현지 통화로 결제한다면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이지요. 실제로 상당수의 유명 닷컴들이 외국에 있는 사이트죠.

원화로 결제하면 평균 수수료가 5%라고 하니까요, 10만 원 숙소면 5천 원, 100만 원 숙소면 5만 원 더 내야 하는 겁니다. 1박 이상이면, 그만큼 더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애써서 가격 비교해 싸고 좋은 숙소 구해 놓고 엉뚱한 곳에서 그 돈 까먹는 겁니다. 금융감독원이 그래서 왜 가격 차이가 나고, '현지 화폐 결제'를 권하는지 설명하는 자료를 내놓은 겁니다.

● DCC? 원화 결제서비스?…해외가맹점 원화 결제 수수료의 원리

외국 사이트나 가맹점에서 카드 결제는 제법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결제 서비스가 전산으로 워낙 순식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제법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다양한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누구가 아는 게 Visa, Master를 거친다는 정도입니다.

카드업계에서는 Visa, Master 같은 회사를 브랜드사라고 하는데, 1% 수수료를 받습니다. 해외 이용 수수료로 우리 카드사들이 0.2% 받는 것도 있으니까, 청구할 때 가격은 실제 사이트 가격보다는 조금 더 나오겠죠. 그런데 이건 원화로 하나, 달러로 하나, 엔화로 하나, 현지 화폐로 하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외국 사이트에서 원화로 결제했을 때 손해를 보는 건, 바로 DCC라는 곳에서 발생합니다. DCC는 국내 카드 회원이 해외가맹점에서 물품대금을 원화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DCC 수수료는, 쉽게 얘기해서, 내가 원화를 쓰지 않는 다른 나라 숙소를 원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에 따른 서비스 비용을 받는 겁니다.

DCC 개념을 꼭 알 필요는 없지만, 혹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금융감독원 김성균 팀장의 설명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취재하면서 들었던 많은 설명 가운데 가장 쉽고, 왜 이 서비스가 등장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었습니다. 참고로 DCC는 Dynamic Currency Conversion의 약자입니다.

"DCC라는 것은 해외 가맹점에서 물품을 대금을 지급할 때 원화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말하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이렇게 물품을 구매하는 경우에 그 나라의 자국 통화로 결제될 경우 환율변동 등 때문에 사실상 원화로 결제하는 게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외환변동이 크지 않을 때는 큰 위험이 없습니다만, 과거에 전쟁같은 큰 일이 있을 때 리스크를 개인이 지지 않기 위해 DCC라는 서비스가 탄생하게 됐는데요, 카드사의 입장에서는 원화로 결제하는 데 따르는 여러 가지 리스크를 부담해야 되기 때문에 그에 맞게끔 수수료를 부과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 그런데, 결제 화폐를 어떻게 바꿔요?

대부분의 앱들은 기본적으로 원화로 결제하도록 설정해 놨습니다. 결제 통화를 바꾸려면 자세히 살펴보거나, 아니면 앱에 그런 기능이 없을 경우 PC를 켜고 인터넷 홈페이지 PC 버전에서 바꿔야 합니다. 저희도 방송 준비 과정에서 결제 화폐를 바꾸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결제 화폐 바꾸는 법'을 찾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습니다.
 
취재진이 SBS 8시 뉴스 리포트 제작을 위해 만난 회사원 신현우 씨는 최근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왔는데, 엔화로 결제했다고 합니다. 에어 비앤비나 부킹닷컴, 호텔스닷컴을 주로 쓰는데, 지금까지는 원화로 결제했다가 한 블로그에서 현지 화폐로 결제하는 게 좋다고 해서 처음으로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신 씨는 "화폐를 선택할 수는 있게 되어 있는데, 그게 특별하게 금액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예전에도) 현지 화폐로 했으면 좀 더 저렴하게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이버 환전, 환전 수수료
굳이 신 씨 얘기를 꺼낸 건, 본인이 즐겨 이용하는 '어쩌구저쩌구.com'의 결제화폐 변환이 어려울 경우, 블로그 선구자분들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금융감독원도 각 사이트, 앱마다 운영 방식, 인터페이스가 모두 달라 일괄적으로 "어디에 가면 결제 화폐를 바꿀 수 있다"고 설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감원이 나서서 조치를 취할 수도 없습니다. 외국에 서버를 둔 회사들이 한국어 서비스를 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결제 화폐 변경을 잘 보이는 곳에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라고 강제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다른 나라 업체에게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기는 힘든 게 현실이니까요.

● 유명한 '어쩌구저쩌구.com'은 모두 외국가맹점입니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 외국 가맹점이라는 건 틀림없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OO카드사에 물어봤습니다.

"소비자가 그 사이트나 앱이 국내 가맹점인지, 외국 가맹점인지 알 수 있습니까?"
"카드사는 국내 가맹점 목록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입력해보면 국내 가맹점인지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없다면 외국 가맹점입니다"
"소비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까"
"외국어 사이트를 찾아가서 봐야 하는데 아마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이름이 떠오르는 앱 몇 개를 물어봤습니다. 에어비앤비, 호텔스닷컴, 아고다, 부킹닷컴, 익시피디아, 호텔스컴바인, 트리바고. 생각 나는 대로 물어봤습니다. 카드회사의 가맹점 조회 결과를 받았습니다. 답은 모두 해외 가맹점입니다. 전 세계적인 망을 가지고 싸고 좋은 가격 비교를 제공한다는 이 회사들은 모두 해외 가맹점이라는 겁니다.

결국 이 '비교'를 맘껏 이용한 뒤에는 꼭 현지 화폐로 결제하는 게 유리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사이트뿐 아니라 외국 현지에 가서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됩니다. 원화로 결제하는 게 손해라는 겁니다. 금융감독원 이현석 상호여전감독국 팀장은 이렇게 주의점을 설명했습니다.

"결제하고 난 다음에 영수증을 꼭 보세요. 그러면  'KRW'라고 원화로 표시된 영수증이 나오면 바로 취소하고 다시 현지통화로 재결제를 요구하시면 됩니다"
사이버 환전, 환전 수수료
● 현금 환전은 모바일…동남아는 이중 환전

카드만 쓰는 건 아니죠. 현금을 써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원화를 현지 화폐로 바꾸기도 하고, 그냥 달러화로 바꿔서 가져가는 분도 있습니다. 일단 환전은 무조건 '모바일'입니다. "난 모바일 뱅킹 안 해"라면서 창구로 향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요. 창구 가셔도 잘 얘기하시면 모바일 대우받으실 수 있습니다. 창구에 가셔서 휴대전화를 건네면서, "도저히 모르겠는데 다운 받고 가입해서 혜택 좀 받게 해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사이버 환전, 환전 수수료
창구 직원에게 미안하다고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모바일 뱅킹은, 은행 입장에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거래입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모바일 고객을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에 창구에서도 이렇게 해주는 겁니다. 그리고 일부 은행의 경우, 이 창구 직원은 가입하면서 '추천 직원'에 자기 이름이나 번호를 넣을 수 있습니다. 1건 추가할 때마다 창구 직원의 포인트도 올라가기 때문에 이른바 '윈-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각 은행 간의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행사도 많습니다. 환전 수수료를 90%까지 깎아주기도 합니다. 100원의 환전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면, 90원을 깎아주고 10원만 수수료로 받는 겁니다. 그냥 예전 방식으로 창구에서 바꾸면 그만큼 손해라는 겁니다.
 
또 모바일로 신청하면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창구에서 환전한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은행의 공항지점에서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단, 은행이 문을 여는 시간을 확인해봐야겠죠. 은행에 따라서는 밤늦게까지 하는 곳도 있고, 토요일에 여는 곳도 있습니다. 공항의 은행들은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확인해보시고 편한 시간, 편한 장소에서 환전한 돈을 손에 넣으시면 됩니다.

● 동남아 가신다고요?…달러로 바꾼 뒤 현지에서 현지 화폐로
 
금감원이 이번 자료에서 유독 동남아 여행객의 환전 얘기를 해놨습니다. 그래서 설명드립니다. 동남아에서는 달러가 귀하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달러가 덜 귀합니다. 반면 동남아 화폐는 우리나라에서 귀하고, 동남아 현지에서는 덜 귀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런 사실을 전제로 하면, 동남아 여행 가시는 분들의 환전법은 이렇습니다. 국내에서 달러로 바꿉니다. 그리고 달러 가격 잘 쳐주는 동남아에 가서 현지 화폐로 환전하면 됩니다. 물론 동남아는 달러를 받는 곳도 제법 있으니까, 금감원이 권하는 방법이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요즘 원·달러 환율이 올랐습니다. 큰마음 먹고 나서는 해외여행을 앞두고 언제 환전해야 하나, 몰라서 손해 보는 것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도 많습니다. 해외 여행간다고 24시간 환율 변동 들여다보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한 시중은행은 모바일뱅킹을 통해 원하는 환율이 되면 자동으로 환전이 되는 시스템까지 만들어 내놨습니다.
 
반면에 "우대받아봐야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 머리 쓰나"라는 분도 계실 겁니다. 솔직히 복잡하게 신경 쓴 만큼 금전적 이득이 크지 않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몇 가지만 익혀두면 어떨까요? 한 번 익혀두면 어렵지 않게 아낄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눈 여겨봐 두는 겁니다. 그렇게 몇천 원, 몇만 원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해외여행에서 돌아올 때 직장 동료 혹은 귀여운 조카를 위한 볼펜이나 초콜릿을 하나쯤 더 살 수 있지 않을까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