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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월드컵 이방인' 신태용의 '러시아 가는 길'

하성룡 기자 hahahoho@sbs.co.kr

작성 2017.07.07 07:28 수정 2017.07.07 18:39 조회 재생수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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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월드컵 이방인 신태용의 러시아 가는 길
축구대표팀의 차기 사령탑을 뽑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가 시작된 지난 4일 오전 9시부터 신태용 감독은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낮 12시가 지나도, 휴대폰은 울리지 않았습니다.

“아! 내가 안됐구나!”

다른 후보가 기술위의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후 1시 30분, 안기헌 대한축구협회 전무에게서 “곧바로 만나자”는 전화가 왔습니다.

“아 내가 됐구나!”

안 전무를 만나러 가는 길,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 감독은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굳혔고 “신태용 파이팅, 잘했어”라며 의지를 다졌습니다.

예상대로 감독을 맡겠냐는 의사를 묻는 자리였고, 곧바로 계약 기간에 합의를 한 뒤 서명했습니다. 이틀 뒤인 6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은 축구대표팀 감독은 당찬 출사표를 던졌습니다.신태용 감독“우리나라가 상당히 힘든 시기에 이렇게 대표팀 감독을 맡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 꼭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게 한 몸 불사르겠다.”

축구 감독의 꽃이라는 대표팀 사령탑, 그것도 2경기에서만 성과를 이뤄낸다면 월드컵을 지휘할 수 있는 월드컵대표팀 감독입니다. 신 감독에게는 더욱 특별할 수 밖에 없는 타이틀입니다.
신태용 감독선수 시절, ‘월드컵’이란 단어는 아픔이었습니다.

1992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에서 프로에 데뷔한 신태용 감독은 2004년까지 K리그에서 누구 못지않은 화려한 선수 경력을 쌓았습니다. 데뷔 첫해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상을 받았고, 1995년과 2001년 K리그 MVP, 1996년에 득점왕을 차지했습니다. K리그에서만 401경기를 뛰며 99골 68도움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60-60클럽(60골-60도움)에도 가입했습니다.

유독 태극마크 아래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A매치 23경기 출전에 3골에 그쳤고,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와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월드컵의 한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지도자로도 승승장구했습니다. 39살인 2009년 성남을 맡아 이듬해인 201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11년 FA컵 정상에 올랐습니다.

2014년 슈틸리케호의 코치로 기어이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습니다. 경험도 충분히 쌓았습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갑자기 지휘봉을 잡아 8강 진출을 이끌었고, 올해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도 팀을 맡은 지 6개월 만에 16강에 올려놓는 등 위기 때마다 소방수로 나섰습니다.관련 사진
그리고 마침내 A대표팀 사령탑에 올라 선수로 이루지 못한 월드컵의 한을 풀 기회를 맞았습니다. 8월 31일 이란과 홈 경기, 닷새 뒤 우즈베키스탄과 원정경기에서 승리해 본선행 티켓을 따내야 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다면 신태용 감독의 계약도 그 즉시 끝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조 3위인 우즈베키스탄에 승점 1점 차로 쫓기면서 본선 직행이 가능한 2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에이스인 손흥민과 기성용이 수술 후 재활 중이라 출전 여부가 불투명합니다.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또 한국 축구와 자신의 꿈을 위해 신 감독은 특유의 ‘공격 축구’마저 잠시 접고, 수비에 무게를 두는 실리 축구로 벼랑 끝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기자회견 막바지, 신 감독은 짧게나마 ‘월드컵 꿈’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50살이 다 되어가는데 월드컵 못 나간 게 평생 한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런 생각했습니다. 선수로 월드컵 못 나간 것을 감독으로 나가서 선수 때 하지 못했던 월드컵 경험을 감독으로 더 높은 곳에 가라고 만들어주지 않았나,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2002년 우리나라 홈에서 4강까지 갔고, 원정에서는 허정무 감독님이 16강까지 갔는데, 그 위에까지 갈 수 있게끔 만들어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선수 때 못했던 월드컵 경험을 감독으로 경험하면서 좀 높이 비상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축구의 운명을 가를 2연전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월드컵 이방인’의 첫 월드컵 도전, 신 감독에게 응원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