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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부산역 '월세 2억 원' 어묵집의 비밀

부산역 '삼진어묵 퇴출설'의 오해와 진실

[취재파일] 부산역 '월세 2억 원' 어묵집의 비밀
부산역 2층 매표소 옆,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에서 2층으로 올라오면 바로 왼쪽엔 77㎡ 면적의 '어묵 집'이 있습니다. 지난 5월까진 삼진어묵이 자리했고, 내일(7일)부터는 환공어묵이 영업을 시작합니다. 이 자리가 '어묵 집'이 된 지는 사실 3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2014년 10월 삼진어묵이 입점하기 전까진 한 도넛가게가 있었다고 합니다. 매출이 여의치 않아 도넛 가게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게 되면서 삼진어묵이 입점했고, 이후 이곳은 어묵 냄새가 솔솔 풍기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3년간 껑충 뛴 월세…4천만 원→2억 원
삼진어묵 철수, 환공어묵 입점
삼진어묵은 이 자리에서 소위 말해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고객이 쟁반과 집게를 들고 수제 어묵을 직접 골라 담는 이른바 '어묵 베이커리' 전략은 통했습니다. 삼진어묵은 이곳에서 최대 월 13억 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삼진어묵이 입점할 당시 이른바 '건물주'인 코레일 유통에게 약속한 월 최저하한매출액이 약 2억 원이었다고 합니다. (이전 매장 사업자의 매출 규모가 기준이 된다는 것이 코레일유통 측 설명입니다.)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월 매출 규모가 6배쯤 늘어난 겁니다. 전국 기차역사 임대시설 중 최고 매출입니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월세도 늘었습니다. 코레일유통이 관리하는 전국 기차역사 상업시설은 수수료 매장입니다. 임차인이 계약 당시 정한 월 최저하한매출액의 통상 20~25%가 수수료, 즉 월세입니다. 입점 당시 4천만 원 수준이었지만 매출이 늘면서 2억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 "코레일 갑질" vs "삼진어묵 꼼수"…오해와 진실

삼진어묵은 코레일유통과 3년 계약을 맺고 입점했습니다. 계약 만료가 다가오자 코레일유통은 운영지침에 따라 해당 공간에 대한 입찰 모집공고를 냈습니다. 하지만 월세 2억 원짜리 자리에 들어오려는 세입자를 찾긴 어려웠고 결국 삼진어묵 단독입찰로 진행됐습니다.

삼진어묵이 단독으로 참여한 입찰은 1차부터 4차까지 네 차례 유찰됐습니다. 문제는 월 수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월 최저하한매출액'이었습니다. 양측에 따르면, 삼진어묵은 10억 원을 제시했지만 코레일유통은 그 이상인 13억 원 수준을 요구했습니다. 왜 차이가 날까요?
삼진어묵 철수
코레일유통은 삼진어묵의 지난 3년여간 매출 추이를 분석한 결과 월매출 13억 원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이전 매장의 매출을 근거로 최저하한매출액을 산정하는 것"이 내부 임차계약 규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SRT 개통으로 부산역 이용객이 늘고 유동인구도 많아졌기 때문에 현재 매출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삼진어묵의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호황기에 월 매출 12~13억 원을 달성했던 것은 맞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본 겁니다. 삼진어묵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새 매출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SRT 개통에 따른 이용객 증가도 기대치에 못 미치기 때문에 매출 전망을 낙관할 수 없다"며 "그래서 입찰에 10억 원을 써냈는데 코레일유통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양측의 해석이 미묘하게 다른 겁니다. 코레일유통은 삼진어묵이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수수료를 적게 내려고 ‘꼼수’를 부린다고, 반대로 삼진어묵은 코레일유통 측이 리스크는 고려하지 않고 임대료 수익 극대화에만 치중한다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그러다 5차 입찰에 환공어묵이 참여했고 코레일유통이 제시한 월 최저하한매출액 13억 원을 받아들이면서 '부산역 2층 월세 2억 원' 짜리 어묵집의 새 주인이 됐습니다.

물론 삼진어묵은 부산역 1층에 위치한 매장은 계속 운영됩니다. 아예 부산역에서 퇴출됐다는 이야긴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1층 매장은 이제까지 판매보단 어묵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으로 운영돼왔고, 매출도 2층 매장의 1/20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 '월 최저하한매출'의 딜레마

이번 논란은 '월 최저하한매출'을 둘러싼 건물주(코레일유통)와 세입자(삼진어묵)의 시각차에서 시작됐습니다. 국회 국토위원회 소속 민주당 황희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코레일 임대매장 운영지침에 따르면, 월 최저하한매출은 월 매출 추정 제시액의 90%로 설정합니다.

그런데 실 매출액이 설정액에 미달할 경우 차액에 대한 수수료 상당액을 위약금으로 부과하고 있습니다. 즉 월 최저 매출을 1백만 원으로 약속했는데 장사가 안돼서 실제 매출이 80만 원밖에 되지 않을 경우 차액 20만 원에 대해 코레일유통의 수익 부분을(계약자가 매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 비율(종합원가율)을 제외한 부분) 산출해 위약금을 내야 합니다.

(최저하한 미달 위약금= [월 최저하한금액 - 월매출액] × [100% - 종합원가율])

코레일유통은 입찰 때 달성 불가능한 매출을 제시한 사업자가 선정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사업자에게 매출액에 대한 책임을 부여해 신뢰성 있는 입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합니다.

코레일유통은 "타 기관에서 시행중인 비교징수제는 정해진 임대료보다 운영수익이 높을 경우 추가로 임대료를 납부하는 제도지만, 월최저하한 매출 제도는 사업자가 제시한 매출액에 대한 약속의 이행으로 그 이상의 매출액에 대해서는 사업자의 이익을 인정해주는 제도"라며 다른 기관에 비해 사업자, 즉 세입자의 입장을 배려한 제도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보면 월 최저하한 매출을 설정할 때 사업자의 의견이 100% 반영된다고 보긴 어려운 듯합니다. 사업자들은 어떤 변수에 의해 매출이 꺾일지 모르는 부담을 늘 지녀야 하는데 임대차계약엔 그런 부분이 반영되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삼진어묵 측은 SBS의 인터뷰 요청을 고사하면서도 "상권 활성화에 기여했는데 그런 부분이 임대차계약에선 고려가 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혔습니다.

대형업체인 삼진어묵의 사례가 영세 세입자의 경우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상권 가치를 높여 놓고도 임대료 부담을 떨치지 못하는 세입자들의 현실은 대형 업체든 영세 자영업자든 크게 다르지 않은 게 현실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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