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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담배 끊고, 살 빼고, 혈압 낮추면 "보험료 할인해드립니다"

손승욱 기자 ssw@sbs.co.kr

작성 2017.07.05 17:41 수정 2017.07.06 15:14 조회 재생수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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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담배 끊고, 살 빼고, 혈압 낮추면 "보험료 할인해드립니다"
건강하면 보험료를 깎아줍니다. 특약입니다. 정식 명칭은 '건강인 할인특약'. 보험사에 따라서는 '건강체 할인특약'이라고도 부릅니다. 담배 안피고, 혈압과 체중이 정상 범위라면, 보험료를 깎아줍니다. 기준은 보험사별로 미세하게 다릅니다. 이 특약은 "건강 관리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아파서 보험료 타갈 가능성이 낮다"는 통계를 근거로 한 과학적인 '할인 특약'입니다.
손승윽 기자 취재파일, 건강인 보험료그런데 아직 모르시는 분이 많습니다. 금감원은 전체 보험 가입자 가운데 이 할인특약에 가입한 분이 3.8%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모든 보험에 적용 가능한 건 아닙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개 생명보험사, 3개 손해보험사 등 14개 회사의 보험 92개에 이런 특약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주로 암보험, 종신보험 같은 보장성 보험들입니다.
손승윽 기자 취재파일, 건강인 보험료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그런 특약이 있는지, 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려면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면 된다는 게 금융감독원 설명입니다. 그리고 신청하는 절차도 많이 간소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얼마나 깎을 수 있을까? 상품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지만, 금융감독원은 보험료를 5~20%까지 깎을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 여전히 '까다로운 절차'…보험사 왜 안 바꾸나?

그래서 직접 해봤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소비자 입장에서, 번거로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아!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시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험 가입은 모바일로 한 번에 쉽게 해준다는 회사들이, 꼭 이렇게 할인받으려면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부터 생기는 겁니다.

OO생명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본인 확인을 합니다. 이름, 주민번호 앞자리, 전화번호 맞춰봅니다. "확인 감사합니다. 본인이 맞으시군요. 잠시만요. 네, 건강인 할인 대상이 맞으세요".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곤, 바로 어떻게 하면 건강진단 결과를 보험사에 알릴 수 있을까 물으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보험사에서는 "보험 관리하시는 설계사에게 전화하셔서 신청하셔야 합니다. 전화번호 알려드릴께요" "보험사에 직접 접수할 수는 없나요?" "안됩니다. 절차가 그렇게 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설계사와 통화하세요" 보험 설계사 사무실에 전화했습니다. "담당자가 자리에 안 계시네요. 연락 갈 겁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연락이 없어서 전화했더니 "오늘 업무 끝나서 내일 연락 갈 겁니다"

다음날. 보험설계사 사무실에서 느닷없이 본인 인증 비밀번호를 불러달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설계사 사무실에서는 "건강인 할인 신청을 다시 보험사에 전산으로 입력해야 하는데 본인인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여기까지가 '건강인 할인'해달라고 보험사에 신청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빨리 신청하고 진단서 내고 다른 일 해야지"라고 생각하니 화가 날 수 있으니까 "천천히, 느긋하게 처리해야지"라고 생각하셔야 유독 보험료 깎아줄 때만 느려지는 보험사의 일 처리에 맞설 수 있습니다.

● 담배 끊었음, 혈압 정상임, 비만 아님…3개 조건 모두 충족해야 할인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이 특약이 있는 보험사 대부분 보험료 할인 조건이 비슷합니다. 삼성, 한화, 교보, 동양, 미래에셋, 알리안츠, 현대라이프, 흥국은 담배도 안피고, 혈압도 정상이고, 비만도 아니어야 합니다. 정상 혈압 기준은 조금씩 다르고, 비만은 체질량 지수, BMI를 기준으로 하는데 기준은 미세하게 다릅니다. AXA나 더 케이는 체질량 대신 당뇨 기준을 보고, 동부화재는 콜레스테롤을 추가로 요구하기도 합니다.

● 별도 검진 없이 한 번으로 끝?…흡연은 소변검사로 판정

현재도 외부 의료기관의 건강검진 결과로 대체할 수 있는데,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입니다. 물론, 건강검진 결과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의료 정보가 통째로 보험사에 들어간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불필요한 의료 정보를 보험사가 아는 걸 좋아하는 가입자는 없습니다.

그래서 금감원이 내놓은 간소화 대책은 이렇습니다. 먼저 보험가입을 할 때입니다. 기존에는 건강검진을 받고, 건강인 여부를 또 검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걸 한 번으로 단축한다는 겁니다. 조정석 금융감독원 보험감리실 팀장은 "건강할인특약을 위한 또 한 번의 건강정보를 얻기 위해서 진료를 또 받았는데 그런 불편을 갖다 있다 보니까 상당히 가입이 저조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한 번의 검진으로)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그렇게 저희들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손승윽 기자 취재파일, 건강인 보험료손승윽 기자 취재파일, 건강인 보험료그리고 이미 가입한 분이라면, 개인 의료 정보 보호를 위해, 건강진단 결과를 설계사분과 함께 보면서 '건강검진 대용 서류 양식'에 할인 대상이 되는지 아닌지 O, X 표시만 해서 보험사에 보내도 됩니다. 보험사는 말 그대로 O, X만 받아볼 수 있는 거죠. 흡연 같은 경우 추가로 소변 검사 같은 검진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이때도 병원에서 검사한 구체적인 정보가 아니라 할인에 대해 O, X 여부만 보험사에 통보가 됩니다.

● 번거롭게 검사하고, 한 달에 만 원?…"아닙니다. 평생 288만 원입니다"

물론 이 추가 진단 비용은 모두 보험사에서 부담합니다. 그래도 뭔가를 신청하고 인증하고, 다시 진단을 받는다는 건 참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안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가 그런 점을 악용한다고 합니다. "가입하시려면, 여기 전화하셔서 이렇게 하고, 저기 가셔서 이렇게 하고…" 혜택은 거의 없고, 번거로운 일만 많다는 식으로 절차를 만들고, 그렇게 하도록 안내하는 겁니다. 귀찮게 만드는 것도 기술입니다. 

그래서 금감원이 세칙을 이렇게 바꿨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금감원 자료에서 발췌한 겁니다. 40대 남성이 한 달에 25만8천 원 내는 보험료를 24만6천 원으로 깎을 수 있다고 하면, 보험료는 1만2천 원 줄어듭니다. 여기 가고 저기 가고, 여기 전화하고, 저기 전화하면서 해야 할 일은 엄청나게 많은데 고작 1만 원 깎아준다는 겁니다. 보험사의 귀찮게 만드는 기술이 발취되는 겁니다.
손승윽 기자 취재파일, 건강인 보험료그런데 보험 계약을 자세히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한 달 내고 마는 게 아니고, 보통 20년 이상 내야 하기 때문에 1만 원이 전부가 아닌 겁니다. 그래서 위 표의 경우 "20년 만기라면 평생 280여만 원 아낄 수 있다"라고 고객에게 정확히 고지하라고 금감원이 세칙을 바꾼 겁니다. 한마디로 할인 혜택을 정확히 고지함으로 인해서 고객들이 다소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겁니다.

● '쉬쉬'하는 보험사…금감원 정책, 안 따른다?

금감원은 7월 1일 자로 시작된 이번 조치에 대해 이렇게 의미를 뒀습니다. "보험소비자가 건강인 할인특약을 쉽게 인지하고 더욱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기존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함으로써 불필요한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어떻게 보면, 현 정부의 생활비 절감 정책과 같은 맥락의 정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일선 보험사 상담 창구에서는 이런 간소화 조치에 대해 여전히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흡연 검사가 포함된 건강 검진 결과를 제출하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따로 검사를 받아야고 합니다. 금감원이 발표했다고 해도 지시받은 바 없다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보험사 상담원도 모르고, 보험 설계사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금감원은 보험사에게 알리고 보도자료도 냈으니, 결국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홍보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전 국민이 할인특약을 모두 신청하면 보험사가 깎아줘야 할 보험료가 엄청나기 때문은 아닐까요? 보험사는 여전히 '쉬쉬하는 중' 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보험사 손해 = 소비자 이익'이라는 대칭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이 소비자에게 받아갈 때는 악착같이 받아가면서, 돌려줄 때는 아주 인색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보험사가 앞장서서 "건강 관리 잘하시면 보험료 많이 깎아드립니다"라고 홍보하길 기대하는 게 무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금감원 정책, 더 나아가 생활비를 줄이려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보험사들이 '건강인 할인특약' 절차 간소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