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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14년 만에 부활의 날갯짓

[취재파일]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14년 만에 부활의 날갯짓
노무현 정부가 2003년 도전했다가 실패한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건조 계획이 14년 만에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습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건조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밝힌 바 있는 대선 공약이기도 합니다. 송 후보자가 국방부 장관 자리에 앉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만, 원자력 잠수함 건조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입니다. 
 
송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건조 사업이었던 이른바 362 사업에도 관여했습니다. 당시 송 후보자는 해군의 전력을 총괄하는 기획참모부장이었기 때문에 362 사업의 진행 경과와 성과, 실패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해군 기획참모부장 시절 원자력 잠수함보다는 이지스함 건조에 경도됐었다는 평이 있긴 하지만 청문회에서 드러난 여러 의혹들과는 별개로 원자력 잠수함 건조 사업만 놓고 보면 적임자인 건 분명합니다.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밝혔듯이 군사적 목적으로는 무기로든 연료로든 원자력의 사용을 금지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야 합니다. 미사일 탄두에 장착될 탄두로서의 핵이 아니라 잠수함의 동력원으로서의 원자력 사용에 대한 동의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이미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결심만 하면 1~2년 내에 뚝딱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해낼 수 있는 일본이 어떻게 반응하고,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건입니다.
 
국제 정치적 문제와 함께 우리나라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 기술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 기술은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362 사업을 통해 야무지게 다져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잠수함용 원자로 기본설계 마쳤다
한국형 3천톤급 잠수함 가상도
362 사업단은 당시 해군 대령이었던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이 단장을 맡았고 한국원자력연구소의 김시환 박사를 팀장으로 원자력 추진기관 연구팀, 일명 진해팀을 산하에 뒀습니다. 진해팀은 잠수함용 원자로의 기본설계를 마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중소형 원자로 표준설계인가 직전까지 과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표준설계인가는 원자로 기술의 완성을 뜻합니다. 인가만 나오면 곧바로 업체와 계약을 맺고 제작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김시환 박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원자로 설계 베테랑들의 실력을 감안하면 새로운 잠수함용 원자로 기본설계는 2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문근식 예비역 대령은 "362 사업 때에는 잠수함을 건조해 본 경험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정권의 의지가 확실하고 국민적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문 대령은 무기로서의 원자력 이용을 금지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대해 "20% 미만 농축 우라늄은 국제적으로 상업 거래가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북한의 점증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20% 미만 농축 우라늄을 에너지원으로 원자력 잠수함을 짓겠다면 미국은 반대할 명분이 군색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14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을 통해 우리나라에게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했습니다. 20% 미만 농축 우라늄이라면 가까스로 잠수함용 원자로의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문 대령은 "이번에 원자력 잠수함 사업을 다시 추진한다면 362 사업, 사드(THAAD) 배치와는 달리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단단하게 지지를 받아야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원자력 잠수함의 소음이 디젤 잠수함보다 심해서 적에게 노출될 위험이 오히려 크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원자력 잠수함에 첨단 방진 마운트라는 설비를 장착해 원자력 잠수함이 디젤 잠수함만큼 조용히 기동할 수 있습니다.
 
전력화된 국산 최대 잠수함은 214급으로 배수량이 1,800톤입니다. 배수량이 214급의 1.6배인 3,000톤급 잠수함들은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되고 있습니다. 1,800톤급 뿐 아니라 3,000톤급 잠수함의 건조 능력도 확보했다는 뜻입니다. 3,000톤급 잠수함은 장보고-Ⅲ 사업으로 명명됐고 '배치(batch)-Ⅰ'의 1~3번 함이 2020~2024년 속속 해군에 인도됩니다. '배치'는 같은 구조로 건조되는 함정들의 묶음입니다.
 
배치-Ⅰ은 디젤 추진 방식인데 배치-Ⅰ의 후속인 배치-Ⅱ의 3척은 기존 납축전지 대신 리튬전지를 장착합니다. 같은 디젤 잠수함이지만 항속거리가 훨씬 깁니다. 배치-Ⅱ 3척은 2025~2027년 건조됩니다. 배치-Ⅱ의 후속인 배치-Ⅲ 3척은 아직 동력원이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결심하면 장보고-Ⅲ의 배치-Ⅲ 3척이 원자력 잠수함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
 
우리나라와 미국은 3년 전 원자력 협정을 개정함에 따라 20% 미만의 농축 우라늄을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제한이 사라졌습니다. 잠수함 동력원으로서의 우라늄 사용도 평화적 사용으로 볼 수 있는지는 미국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원자력 잠수함은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면 일본도 덩달아 만들겠다고 나설 것이 뻔합니다. 원자력 잠수함은 군사 강대국들의 전매 특허 무기체계인데 너도나도 보유하면 미국으로서는 군사적 영향력을 잃게 돼 반길 리가 없습니다.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겠다면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미국을 설득해야 합니다.
 
기왕 미국을 설득할 요량이라면 잠수함 동력원으로서의 농축 우라늄의 순도를 20% 이상으로 높이는 편이 낫습니다. 20% 미만 농축 우라늄도 잠수함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7~10년에 한 번씩 연료를 교체해야 합니다. 잠수함을 통째로 잘라내는 대공사입니다. 반면 미국처럼 순도 90% 이상 농축 우라늄을 동력원으로 쓰는 잠수함은 30년 동안 연료를 교체할 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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