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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SK하이닉스가 누굴 인수한다고?"…'주식 떴다방'의 괴(怪)문자

[취재파일] "SK하이닉스가 누굴 인수한다고?"…'주식 떴다방'의 괴(怪)문자
느닷없이, 알지도 못하는 번호로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은 분들이 있습니다.
"A사, SK하이닉스(가) 인수 추진설. 단기 접근 7천 원 목표. 매집 시작"  

이 괴문자가 무차별로 살포되면서 주식시장이 난리가 났습니다. 소문의 한복판에 선 A 기업의 주가는 4천 원대에 시작해 "SK하이닉스에 인수될지도 모른다"는 이 '괴문자'가 본격적으로 유포된 뒤 5천6백 원까지 빠르게 올랐습니다. 주가가 계속 오르자 "진짜 정보인가 보다"라는 판단을 한 개미투자자들의 추가 매수가 이어졌습니다. 오후 들어 거래량도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사이버 경고를 내렸고, 해당 기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시를 했습니다.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결국 장이 끝날 때쯤에는 주가가 다시 4천 원대로 내려왔습니다. "이건 엄청난 호재다"라는 생각에 뒤늦게 뛰어들어 비싸게 산 사람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이런 혼란이 생겼을까요? 이 모든 혼란의 시작은 27일 정오를 즈음해 무작위로 살포된 '괴문자'입니다. 이런 허위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낸 이들은 누구일까요?
이들을 바로 '주식 떴다방'이라고 부릅니다.

● 올리고, 팔고, 빠지는 '주식 떴다방'

거창한 단어가 붙었지만, 한마디로 주가 조작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들이 사기를 치는 방법을 간단히 요약해 보겠습니다.

▶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허위 정보를 뿌린다.
▶ 여기에 속아, 혹은 혹해서 개미투자자들이 주식을 산다.
▶ 가격이 오르면 얼른 팔고 사라진다.

포털사이트의 지식백과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 현장 주변에 철새처럼 모여드는 '이동식 중개업소'를 떴다방이라고 합니다. '떳다방'이란 말은 부동산 거래에서 쓰이는 단어인데, 주식시장에서도 철새처럼 몰렸다가 사라진다고 해서 '주식 떴다방'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2017년 6월 27일 8뉴스 주식 떴다방 용어 정의
● 왜 뻔한 거짓말에 속나?

전문가들은 2가지 이유를 꼽습니다. 첫 번째는 알고도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작전 세력이란 것을 알면서 작전에 편승하려는 세력입니다. 물론 '빠져나오는 시기를 놓쳐서 망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망하지 않을꺼야"라는 생각으로 들어갑니다.

또 하나는 진짜 알려지지 않는 중요한 정보라고 믿는 경우입니다. 처음에는 "거짓말이야" "작전이야"라면서 믿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용히 컴퓨터를 켜고, 주식 떴다방이 보내준 회사의 주가 변동 상황을 지켜봅니다. 작전 세력들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주가를 끌어올리면 이런 생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진짜 오르는데, 조금만 사볼까" 대부분 비싸지 않은 주식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개미투자자들이 아주 조금씩 사기 시작하면, 주가가 더 빠르게 올라갑니다. 그렇게 작전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주식 떴다방 피해자 인터뷰
취재진이 만난 회사원 이 모 씨는 OOO이라는 회사에 관한 주식 떴다방의 문자를 받고, 2천5백만 원어치의 주식을 샀습니다. 하지만 제때 빠져나오지 못해 5백만 원을 손해 봤습니다. 그는 6년 넘게, 1억 원 넘게 투자를 해오면서 큰 손해를 본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손실을 피하지 못한 겁니다. 그는 "손해를 보고 있는 와중에도 '이렇게 꼭 믿고 기다려주세요' '일정 금액까지 반드시 올라갑니다'라는 문자가 오고, 그 문자에 또 현혹돼서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설명했습니다.

● 어떤 내용인가?

최근 가장 많이 발송됐던 '신부자아빠'에게서 제가 받았던 문자메시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OOO 기업. 오늘 마지막 기회, 이번 주 목표 16,000원. 흔들 때 매집 들어가세요"
"약속 지킵니다. XXX 기업 믿고 매수하세요"
"오후 상한가 도전, 공격적으로 가겠습니다"
주식 떴다방이 보낸 문자메시지
물론 이것보다 더 구체적인 문자메시지도 있습니다. "미국 최대 펀드 투자" "OOO가 3천억 원 투자한다" "시총 5천억원 목표 발표" "주총이 끝난 뒤 사업 발표한다"는 식입니다. 물론 모두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가 이 회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최근 주식 떴다방 문자는 예전에 거짓말에 비해 너무도 구체적이고 대범합니다. 이렇게까지 특정 기업을 자세히 언급한 '거짓말'은 나오지 않았었기 때문에 앞으로 거짓말이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또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주로 유명 투자자를 사칭합니다. 휴대전화 번호는 계속 바뀌지만 보낸 사람은 항상 신부자아빠나 쉐도우투자단입니다. 이름이 비슷한 실제 유사투자자문단이 있기는 한데, 이들은 한국거래소 측에 "우리는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한마디로 내용과 보낸 사람 이름 모두 사기라는 겁니다.

● "왜 그런 정보를 나누겠습니까?"

상식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렇게 좋은 정보라면 묻지도 않았는데, 왜 문자 메시지로 보내주겠습니까. 남찬우 한국거래소 투자자보호부 부서장은 "좋은 정보인 경우는 불특정 다수인들한테 굳이 알려줄 이유가 없죠. (개미투자자를) 유인을 해서 시세 차익을 노리기 위한 작전세력의 농간으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왜 휴대전화 추적을 하지 않는 걸까요? 도대체 누구 명의의 전화인지 왜 밝히지 않는 걸까요? 그 사람 찾아서 막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한국거래소나 금융당국은 통신추적을 할 수 없거나 하기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자명합니다. 통신 추적을 할 수 있는 검찰이 영장을 받아서 주식 떴다방을 잡으면 됩니다. 단순히 문자 몇 통 보내서 장난치는 수준을 넘어서서 이제는 시장을 교란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제 검찰이 나설 때입니다. 여의도 증권가 수사하라고 서울 남부지검에 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꾸려놓지 않았습니까?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 중인 우리 증시가 '주식 떴다방'에 계속 놀아나서는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신부자아빠의 문자메시지도 이젠 그만 받아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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