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北 '동결 대 동결' 전략 주목적은 한미동맹 약화"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계춘영 인도 주재 북한대사의 발언에 대해 "한미동맹을 아무 힘없는 '종이 동맹'(paper alliance)으로 전락시키려는 목적"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2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힐 전 차관보는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북한의 핵 동결이 굳건한 한미동맹을 저해하는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계 대사는 최근 인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미국 측이 잠정적이든 항구적이든 대규모 군사훈련을 완전하게 중단한다면 우리 또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동결로 바꾸면 결국 북한에 대한 호혜적 보상으로 귀결된다"면서 "나는 그것이 올바른 협상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동결은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라며 "그저 분위기 개선을 위한 동결은 안 되고, 동결 대가로 한미동맹의 동결이 초래되면 더욱 나쁜 결정"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또 조만간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북한 문제로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남북대화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 측 생각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지낸 힐 전 차관보는 북미대화 가능성을 묻는 말에 "북한이 과거 비핵화 검증 문제로 합의를 파기했다면서, 갑자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화에 나서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미국은 '적합한 조건' 아래 언제든 북한과 대화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북한이 과거 합의를 준수할 용의를 보이는 것을 '적합한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