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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무차'로 미세먼지 해결? "효과 미미, 쓸데없이 왜 해"

<앵커>

요즘 도로에서 물안개를 뿜는 이런 차량을 보신 적 있으실 텐데요, 대당 6~7백만 원씩 들여 도로청소용 살수차를 개조한 이른바 '분무차'입니다. 공기 중에 떠 있는 미세먼지를 잡겠다며 노원구를 시작으로 4개 구청이 앞다퉈 도입했는데, 효과 없는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동취재, 노동규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강남대로에 12톤 살수차를 개조한 분무차가 들어섭니다. 미세먼지를 가라앉히겠다며 차체 위로 물을 안개처럼 뿜어내는 차입니다.

[성현아/서울 봉천동 : 뭔가 시원한 느낌이 닿았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별로 기분은 좋지 않아서 얼굴 피했어요.]

지난 3월, 노원구가 처음,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며 살수차 7대를 개조해 '분무 차'를 만들었습니다.

대당 개조 비용은 대략 6~7백만 원. 이어, 금천구가 2대, 서초구가 4대를 도입했고, 양천구도 곧 4대를 개조할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효과는 있을까? 분무차가 지나기 전과 후의 공기 질을 측정해 봤습니다. 미세먼지 농도에 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김재명 박사/공기 질 측정 전문가 : 유의미한 숫자 변화는 없고요. 효과가 미미하다고 보입니다.]

미세먼지가 습기에 묻어 잠깐 땅에 떨어지지만, 금세 말라 공기 중으로 퍼지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도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아아 이거는… 아 왜 이런 거를 쓸데없이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승묵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 : 낮에는 보통 (공기 중 미세먼지가) 섞이는 게 1천5백m까지 섞이는데, 3m 분무해서 입자가 제거된다고 해도 그게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계산해보면 나오죠. 쓱 지나가면서 하는데 뭐 1%도 안 되죠.]

서울시조차도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말합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관계자 : 아이디어로 미스트를 뿌리는 경우가 있는데 일종의 '쇼잉(내보이기)'이라고는 하지만, 그 효과가 너무 미미하고요….]

그런데도 각 구청은 왜 앞다퉈 분무 차를 도입했을까?

[서초구청 관계자 : (우리가) 측정을 해서 '아, 이게 정말 효과가 있다'라고 해서 추진한 부분은 아니에요. 하지만, 노원구청에서 했던 부분을 가지고 조금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저 노원구가 효과 있다고 해서 따라 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처음 분무 차를 도입하면서 미세먼지를 평균 25% 줄였다던 노원구는 취재가 시작되자 슬쩍 발을 뺍니다.

[노원구청 관계자 : 그렇게 과학적으로 (측정) 했느냐고 물어보시면 저희가 그렇게까지 연구기관도 아니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다른 자치구에서 보고 약간 확산이 된 것 같아요. (구청) 본인들이 판단하시라고 (말한다.)]

미세먼지를 줄이겠다고 앞다퉈 도입한 분무차. 효과 없는 전시 행정에 세금만 축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박춘배, VJ : 김형진, CG : 류상수·변혜인·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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