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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너가 감히 나를 신고해?"…끔찍한 보복범죄 왜 못 막나

[리포트+] "너가 감히 나를 신고해?"…끔찍한 보복범죄 왜 못 막나
폭행 사건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던 사람이 감옥살이를 끝내고 찾아온 범인에게 폭행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가 범인으로부터 여러 차례 위협을 받았다는 유가족의 증언에도 경찰은 범인에게 보복죄를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범죄 신고자들이 겪는 보복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보복죄가 적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신고자 신변을 보호하는 법이 마련돼 있어도 법적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신고자들이 더 많은 상황입니다.

■ 출소 뒤 반복적 위협…결국 폭행으로 살해당한 신고자

지난 5월 31일 51살 김 모 씨가 인천의 한 공원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습니다. 김 씨는 얼굴 뼈가 5곳이나 골절된 상태였고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지난 7일 끝내 숨졌습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근처 CCTV를 확보해 55살 박 모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출소한 범죄자의 폭행으로 숨진 신고자
박 씨는 2년 전 김 씨의 가게 앞에서 한 여성을 폭행하다 김 씨의 신고로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출소했습니다. 박 씨는 출소한 뒤에 여러 차례 김 씨를 찾아와 위협하며 괴롭혔다고 숨진 김 씨의 유가족들은 말했습니다.

[김 모 씨 유가족]
"좋은 일 하고 사망했다는 게 마음이 너무너무 지금 아프고. 잠을 이루지 못할 그런 지경이에요."

경찰은 지난 5일 박 씨를 체포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박 씨는 김 씨를 때린 것은 인정했지만 보복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보복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더 엄하게 처벌할 수 있습니다. 경찰은 그러나 박 씨가 보복을 위해 폭행을 했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살인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 4년간 한 달 평균 20건, 늘어나는 보복범죄

지난해 8월 경찰청이 제출한 '2012년 이후 보복범죄 연도별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보복범죄는 2012년 229건, 2013년 232건, 2014년 243건, 2015년 339건으로 파악됐습니다. 2012~2015년 4년간 한 달 평균 20건이 넘는 보복범죄가 발생한 겁니다.
2012년 이후 보복범죄 연도별 검거 현황
유형별로는 협박한 후 상해까지 입히는 등 2개 이상이 합쳐진 '보복범죄'가 491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보복 협박(386건), 폭행(214건), 상해(159건)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 보복범죄 혐의 적용이 어려운 이유는?

보복범죄는 가벼운 폭행도 1년 이상의 징역으로 엄히 처벌됩니다. 처벌이 무거운 범죄에 속하지만, 보복범죄 혐의 적용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29살 김 모 씨는 과거 자신을 폭행했던 가해자로부터 다시 위협을 받았습니다.
[피의자 A씨/지난 3월 협박 당시]
"나 감옥 보내려고 그랬어? 여기 흉기 들고 위협한다고 빨리 신고해."
김 씨는 위협 내용을 녹음해 신고했지만 경찰은 보복범죄가 아닌 단순 폭행 사건으로 처리했습니다. 뚜렷한 보복 목적을 갖고 한 행위만 보복범죄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게 경찰 측의 입장입니다.

■ 보복 범죄 피해자 77%, 보호법 대상 아니다?

수사기관이 범죄 피해자나 신고자의 신변을 경호해 주는 '특정범죄 신고자 보호법'이 있지만 실제로 해당 법을 적용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보복범죄 피해자의 77%가 보호법 대상이 안 돼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고자 10명 중 8명이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신고자가 적은 이유는 특정범죄 신고자 보호법의 적용 요건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신고자가 강력범죄나 성범죄, 조직범죄와 관련돼야만 신변 보호 대상에 포함됩니다. 직접 경찰에 신변 보호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경찰 인력과 관련 예산 부족으로 보호 조치는 최소한에 그치고 있습니다.
[곽대경 /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교수]
"보복범죄를 적용할 수 있는 요건들을 더 명확하게 하고 구체화해서 보복범죄를 적용하기 수월하게 만드는 그런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획·구성: 정윤식,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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