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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랑 고백의 장(場)된 417호…박 전 대통령 재판 참관기

민경호 기자 ho@sbs.co.kr

작성 2017.06.20 15:26 수정 2017.06.20 16:55 조회 재생수78,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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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사랑 고백의 장(場)된 417호…박 전 대통령 재판 참관기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에서 준비기일을 포함해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시작된 지 한 달 반이 넘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오늘(20일)로 벌써 14번째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아무래도 언론의 관심도 조금 줄어들고, 기사화되는 빈도도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이 방청 열기입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의 경우 국민 관심사가 큰 재판이기 때문에, 대법정에서 열려도 자리가 항상 모자랍니다. 그래서 매주 수요일마다 그 다음 주 재판들에 대해 추첨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 추첨 경쟁률이 시간이 지나도 크게 줄어들지 않는 모습입니다.

지난 5월 26일에는 모두 390명이 응모했습니다. 그다음 주인 6월 2일에는 295명으로 100명가량 줄었지만, 그다음 주인 6월 9일에는 283명으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가장 최근인 지난 14일에는 297명으로 다시 증가했습니다. 3백 명 가까운 사람들이 노리는 자리는 불과 68석에 불과합니다. 경쟁률은 이 기간 동안 평균 4.65대 1이었습니다.

실제 재판정에 들어서서 방청석에 앉으면, 그 열기는 훨씬 뜨거워집니다. 요즘 박 전 대통령 재판 방청석 대부분은 지지자들로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곳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 붙잡고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요즘 재판에서는 매 기일마다 다음과 같은 일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법정 경위들이 다른 재판정에서는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안내를 합니다. : "피고인들이 드나들 때 일어나지 마십시오."

 2. 박 전 대통령이 드나들 때, 적게는 1~2명, 많게는 6~7명 정도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3. 법정 경위가 '자리에 앉으라'고 안내하지만, 그중 절반 정도는 박 전 대통령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안내를 무시하고 일어서 있습니다.

 4. 재판장은 "법정 경위의 지시를 따라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받거나 감치에 이를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5. 박 전 대통령이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 흐느끼는 소리, 또는 작게 '아이고' 하는 소리 등이 들립니다.

 6. 그럴 때마다 법정 경위가 '재판정 안에서 정숙을 유지해주기 바란다'는 주의를 줍니다.


 7. 재판정을 나서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10명 가까이 되는 방청객들이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크게 소리 지릅니다. (※ 재판 초기에는 박 전 대통령이 자리를 뜰 때마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재판장이 '감치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를 한 뒤부터는 하루 재판이 모두 마무리됐을 때 주로 이런 일이 있습니다. 한 방청객은 "어차피 재판 끝났는데 뭐"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이보다 더 과격한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매번 있는 일은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있는 일입니다. (요즘 박 전 대통령 재판은 일주일에 4차례 진행됩니다.)
 
 8. 안내하는 법정 경위에게 "내가 사랑해서 사랑한다고 하는데 무슨 잘못이냐!"고 큰소리로 항의하기도 합니다.

 9. 어김없이 재판장이 '감치될 수 있다'고 주의를 줍니다.

어제(19일) 재판에서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시작되고 나서 가장 과격한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재판이 시작 전부터 한 여성 방청객이 재판장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질문 있습니다! 판사님 들어올 땐 왜 일어서고 대통령님 들어올 땐 왜 일어나지 말라고 하십니까! 대통령님이 판사님보다 높지 않습니까!"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방청재판이 마무리될 무렵에도 소동이 있었습니다. 법정 경위가 한 남성 방청객에게 "휴대전화로 녹음한 것 아니냐, 확인해보자"고 하자 "아들에게 문자 보내려는 것인데 왜 이러느냐!"라며 큰소리로 항의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재판장이 말렸지만, 이 남성의 항의는 몇 차례 더 이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재판이 끝났습니다. 어김없이 일부 방청객들이 퇴정하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힘내세요, 사랑합니다!"라며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법정 경위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는데 왜 그러느냐"며 다시 주의를 줬고, 그러자 휴대전화 녹음 문제로 항의하던 남성을 포함한 사람들이 '재판도 끝났는데 무엇이 문제냐'며 거칠게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재판 시작 전 '왜 대통령 들어올 때 일어서지 않느냐'던 여성 방청객이 "경위가 날 감시했다"며 큰 소리로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법정 경위는 '주변 사람들과 계속해서 대화하고 울먹이는 등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퇴정해 나가면서도 법정 경위를 향해 "원래부터 생긴 게 노려보는 것처럼 생겼어" 등의 말을 이어가고, 다른 방청객들도 가세해 소리치며 항의하는 등 충돌 직전까지의 상황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 10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21회 공판이 시작될 때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이 앞서 진행되던 최순실 씨 사건에 병합되면서, 최 씨 사건에 회차가 맞춰지게 돼 21회 공판이 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14번째 출석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처음으로 퇴정 명령과 함께 앞으로 방청 금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입장하자 남성 방청객이 "대통령님께 경례!"라며 소리친 것입니다. 재판장이 "질서 유지에 지장이 있다"며 퇴정을 명했고, 해당 방청객은 나가면서도 "대통령님께 인사하는 데 무슨 지장…. 대한민국 만세, 애국국민 만세입니다. 민족의 혼을 지켜야 합니다!"라며 끝까지 소리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 박 전 대통령 재판의 경우 법정 경위가 10명가량 배치되고,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입니다. 재판 초기에 긴장감을 갖고 진행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여유를 되찾는 다른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입니다.

마지막으로 '판사 들어올 때만 일어서고, (전직) 대통령이 들어올 때는 왜 일어서지 못하게 하느냐'는 것에 대한 법원 관계자의 설명으로 취재파일을 마치려고 합니다. "우선 법정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또, 피고인이 전직 대통령이었든 무엇이었든 그 사람의 지위에 떠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한다는 취지이다."

 10. 그리고 재판정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사랑한다 외치는 것이 계속해 제지되자, 방청객들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