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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고통스러운 '지원조건' 없는 새 통화협정 도입하기로

SBS뉴스

작성 2017.06.20 10:24 조회 재생수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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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신흥국 등의 통화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통화협정을 도입한다.

미리 해당국의 재정상태 등에 대한 심사를 해두었다가 위기 발생 시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신속히 공급하는 내용이다.

과거 한국에 부과했던 것과 같은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등의 조건도 부과하지 않는다.

IMF가 새 통화협정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IMF는 전통적으로 재정적자 감축 등 고통이 따르는 개혁을 구제금융 제공 조건으로 부과해 왔으나 신속한 자금공급을 위해 이런 방향으로 방침을 바꾸기로 했다.

20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IMF는 이달 내에 열릴 이사회에서 이런 새 통화협정 도입을 정식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일부 국가들과는 이미 새 통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IMF는 미 연준이 금융완화의 "출구"정책으로 금리 인상이나 자산축소 등을 추진할 경우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신흥국의 통화와 주가가 급락할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새 통화협정은 경상수지적자로 인한 경제악화가 아니라 단기간에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나는 "자본수지형"으로 불리는 통화위기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런 상태에 빠진 국가는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달러화를 팔고 자국 통화를 사들이는" 외환시장 개입을 하게 된다.

새 협정은 이에 필요한 자금을 해당국에 급하게 빌려주기 위한 것으로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자금이 중심이 된다.

평소 해당국의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등을 평가해 경제운영이 건전하다고 판단하면 협정을 맺는다.

대출총액은 각국의 IMF 출자액 등을 토대로 상한선을 정한다.

IMF는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 때 인도네시아에 은행파산을 요구하는 등 각국에 엄격한 지원조건을 부과했다.

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 국가들은 이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지도층과 국민 사이에 IMF에 대한 거부반응이 강하다.

이 때문에 기존 위기대응제도는 지원받을 국가들이 받기를 꺼려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새 협정은 사전심사를 통화하면 지원을 받는 국가 중앙은행의 서명만으로 자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해 해당국의 정치적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MF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과 이미 새 협정체결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중국은 거액의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행히 리먼 사태 이후 각국의 경상수지가 개선되고 경제상황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미 연준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긴축에 나설 경우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

IMF와 통화협정을 맺으면 그것만으로도 시장에서는 해당국의 재정 건전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IMF는 특정 국가가 두드러지게 눈에 띄지 않도록 복수 국가와 동시에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3국과 아세안은 아시아의 다국간 통화협정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확충을 추진하는 등 통화위기에 대비한 안전망 구축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