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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런 곳에 도대체 왜?…'쓰레기'와 함께 버린 '양심' 고발

[취재파일] 이런 곳에 도대체 왜?…'쓰레기'와 함께 버린 '양심' 고발
이달 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사진 몇 장을 보게 됐습니다. 서울역 2층 비즈니스 존에 설치된 무인복합기의 모습이었습니다. 사진을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지면서 "세상에"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무인복합기에 집어넣은 쓰레기
한 누리꾼이 직접 촬영했다는 사진에는 무인복합기 2대에 쓰레기를 잔뜩 집어넣은 장면이 찍혀있었습니다. 출력한 종이가 나올 부분에 일회용 커피 컵, 음료수 캔, 각종 종이와 빨대 등등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놀랄만한 충격적인 사진이죠.

도대체 누가 왜 이곳에 쓰레기를 버린 걸까…. 궁금해서 서울역에 문의했습니다. 복합기를 비추는 CCTV가 있다면 누가 버렸는지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요. 서울역 측에서는 따로 CCTV 를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마음먹고 찾으면 신원을 확인해 처벌받게 할 수 있겠지만, 시민들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해 직원들이 직접 쓰레기를 치웠다고 하더군요. 원래 서울역 곳곳에 쓰레기통이 많이 설치돼 있는데, 이 일이 있고 난 뒤 무인복합기 바로 옆에 쓰레기통이 추가로 설치됐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각종 언론과 방송 프로그램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를 고발해 왔습니다. 과거 뉴스를 찾다 보니 7년 전 sbs 8시 뉴스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고발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고발하고 지적해도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는 도무지 근절되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가 저도 참 궁금합니다. 과태료 액수가 높지 않아서 일까요, 아니면 어떤 누리꾼의 지적처럼 이게 바로 우리 시민의식의 수준인 걸까요.

거리에 버린 쓰레기 봉투, 벤치 위에 올려놓은 일회용 커피컵. 흔히 발견되는 이런 모습 말고, 설마 여기까진 아니겠지 싶었던 공공시설물에 초점을 맞춰 취재해봤습니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체통, 의류수거함, 폐건전지 수거함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몇 년 전엔 누군가 우체통 안에 버린 담배 꽁초에서 불씨가 살아나 우체통 내부에서 연기가 피어오른 일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우체통 근처 가게 사장님이 재빨리 물을 부어 큰 피해는 막았지만, 자칫 우체통 하나를 완전히 태울 뻔했습니다.

취재하면서 한 가지 더 알게 된 점은, 공공시설물 안팎이 모두 수난을 겪는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우체통 겉면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편물 수거 시각표나 각종 안내 공지문을 행인들이 자꾸 뜯어 버린다고 합니다. 취재진이 우체통을 촬영하기 바로 전날 우체국에서 붙인 안내문도 하루도 안 돼 누군가 또 뜯어버렸습니다.
훼손된 우체통 안내 공지
우체국은 대민서비스를 하는 공공기관이라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훼손된 우체통을 보면 시민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저 우체통은 버리고 안 쓰는 건가 보네' 혹은 '우체국에서 제대로 관리를 안 하나 보네'. 누구보다 우체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체국 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광화문 우체국 이승우 집배실장이 시민들의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취재진에게 전한 이야기에 귀 기울였으면 합니다.

▲ 광화문 우체국 집배실장 이승우 씨 인터뷰

"우체통은 공공시설물이기 때문에 시민분들이 조금 더 청결하게 쓰레기를 넣지 않고 사용 하시면 우편물도 안전하게 배송 될 겁니다. 그런 대국민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게 많은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지적하니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요즘 거리에 쓰레기통이 너무 안 보여서 버릴 데가 없으니 그런 것 아니냐는 의견입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고 봅니다. 종량제 실시 이후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마다 쓰레기통 숫자를 줄였더니 요즘에는 정말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테러 우려로 쓰레기통을 철거하거나 폐쇄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정말 쓰레기를 버릴 데가 마땅치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시민들은 쓰레기를 아무 데나 막 버리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집으로 싸 들고 가기도 한다는데, 대부분은 손에 쥐고 있다가 쓰레기통을 발견하면 즉시 그곳에 버립니다. 잠깐의 불편을 감수하는 거죠. 바로 이러한 생각과 태도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얼마 전 천안시에서 없앴던 거리의 쓰레기통을 재설치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21년 만의 쓰레기통 부활이라니 의미심장합니다. 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이 더 지저분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순기능에 더 큰 기대를 건다"고 말했습니다. 천안시가 쓰레기통 부활을 선언한 이유는 쓰레기통의 무단 투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시의 이번 도전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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