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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길 잃은 사드, 맹신과 불신 사이…

김태훈 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7.06.19 08:07 수정 2017.06.19 08:08 조회 재생수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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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길 잃은 사드, 맹신과 불신 사이…
정권이 바뀌어도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 이슈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전 정권은 사드를 인류 최고의 요격 무기라고 치켜세우며 사드가 북한의 모든 미사일을 요격할 것 같은 환상을 퍼뜨렸습니다. 현 정권은 되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사드의 배치 절차상의 문제를 짚으며 미국에게는 묘한 압박을, 중국에게는 부질없는 기대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사드는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무기체계인데 전 정권이나 현 정권에게는 정치 무기 같습니다. 사드는 적의 특정한 미사일을 특정 단계, 특정 고도에서 요격하는 무기인데 전 정권은 맹신했고, 현 정권은 불신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입니다.

사드는 일부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을 대기권 안으로 낙하하는 이른바 종말 단계의 상층부에서 요격할 수 있습니다. 종말 단계는 미사일의 비행 단계 중 요격이 가장 어렵고 요격의 실효성도 떨어집니다. 전 정권의 주장처럼 만능 요격체계가 될래야 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전혀 몹쓸 물건도 아닙니다. 북한의 일부 미사일을 걷어내는 데는 일정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 THAAD가 뭐길래
미국 미사일방어국의 MD 구상사드는 Terminal High Altitude Air Defense의 첫자를 따서 만든 단어입니다. Terminal 즉 종말 단계 중 High Altitude 즉 고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체계입니다. 미사일 비행 과정 중 마지막 부분인 종말 단계에서만 요격할 수 있습니다. 또 종말 단계의 해발 40~150km 고고도에서만 요격하지 저·중고도에서는 요격을 못 합니다.

통상 미사일의 비행은 발사 후 중력을 이겨내며 솟아오르는 상승 단계(boost/ascent phase)와, 대기권을 뚫고 올라가 최고점을 찍고 낙하하는 중간 단계(midcourse phase)를 거쳐 대기권을 뚫고 내려오며 음속 몇 배의 속도로 초고속 낙하하는 종말 단계(terminal phase)로 구분됩니다. 이 3가지 단계 중 종말 단계에서는 미사일의 속도가 가장 빠르고 요격 지점 바로 밑이 아(我)측 지역이어서 요격하기가 대단히 까다롭습니다. 아래는 미국 미사일 방어의 총책인 미사일 방어국 홈페이지에 게재된 종말 단계에 대한 설명입니다.

The terminal phase is very short and begins once the missile reenters the atmosphere. It is the last opportunity to make an intercept before the warhead reaches its target. Intercepting a warhead during this phase is difficult and the least desirable of the phases because there is little margin for error and the intercept will occur close to the intended target. Terminal phase interceptor elements include the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now being delivered to the U.S. Army, the Aegis BMD near-term Sea-Based Terminal Defense capability using the SM-2 Block IV missile, and the U.S. Army's PATRIOT Advanced Capability-3 (PAC-3) now deployed worldwide. These mobile systems defend against short- to medium-range missiles.

미국 미사일 방어국의 설명에 따르면 종말 단계는 매우 짧지만 요격을 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입니다. 종말 단계에서의 요격은 적 미사일의 목표인 아측 지역 바로 위에서 이뤄지고 실수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요격 지점입니다.

종말 단계에서의 요격은 상승·중간 단계에서 요격하지 못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시도하는 마지막 수단입니다. 사드는 이렇게 위험한 종말 단계 상층부에서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 일부를 요격할 수 있는 체계입니다. 낙하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사거리 3,000km 이상의 중거리 미사일에는 손도 못 댑니다. 

우리 군은 종말 단계보다 요격이 수월하고 덜 급박한 상승 단계와 중간 단계에서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습니다. 남북 사이 거리가 너무 가까워 상승 단계와 중간 단계에서는 탐지·식별·추적·요격으로 이어지는 요격 절차를 수행할 겨를이 거의 없습니다. 차기 이지스함에 중간 단계에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는 SM-3 요격 체계를 장착하지 않는 한 종말 단계가 처음이자 마지막 요격 기회입니다.

북한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중거리 노동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서울에 떨어질 때까지 11분 15초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때 사드는 노동이 종말 단계 중 고도 40~150km까지 내려왔을 때 45초 동안 요격할 기회가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45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무수단리보다 남쪽 지역에서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나 KN-02를 쏘면 사정은 크게 달라집니다. KN-02는 사드 요격 고도 아래로 날아오기 때문에 사드는 속수무책입니다. 스커드의 경우 사드의 요격 가능 시간은 노동의 반 토막, 반의 반 토막으로 줄어듭니다. 순식간에 탐지·식별·추적·요격을 해야 하는, 말 그대로 초 싸움입니다. 개량된 스커드인 스커드 ER은 낙하 시 텀블링 운동을 해서 맞추기도 어렵습니다.

지난달 30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상정하고 미사일 요격 시험에 성공했는데 미국은 가상의 북한 ICBM을 종말 단계가 아니라 중간 단계에서, 사드가 아니라 지상 기반 요격 시스템(GBI)으로 맞춰 떨어뜨렸습니다. 미국은 적이라고 할 만한 나라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ICBM 방어에만 특화하면 됩니다. 북한, 러시아, 중국에서 ICBM을 쏘면 미국은 30분~1시간 정도의 대응 시간이 있습니다. '넉넉히' 상승·중간·종말 단계에서 3번이나 요격할 수 있습니다. 

● 남한 3분의 2 방어론의 실체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정리하면 사드는 미사일 비행 단계 중 마지막 단계의 높은 곳에서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의 일부를 요격할 수 있는 체계입니다. 인류 최고의 요격 체계가 아닙니다. 요격 가능성은 미국이 지난달 시험한 GBI나 이지스함의 SM-3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정권은 "사드 1개 포대가 남한의 2분의 1~3분의 2를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계산을 수행한 군 관련 기관 소속 과학자에게 기자가 직접 물어봤습니다. 그의 대답은 "남한의 2분의 1~3분의 2 방어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입니다. 사드 1개 포대의 방어 범위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사드 1개 포대는 남한의 2분의 1~3분의 2 지역으로 떨어지는 북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종말 단계 상층에서 몇 개는 걷어낼 수 있고 몇몇은 못 잡습니다.

사드는 맹신할 방어무기도 아니지만, 불신의 대상도 아닙니다. 전 정권이 모종의 이유로 사드에 열광하며 사드를 들이는 바람에 일이 꼬여 지금까지 논란이 되는 것이지 사드 자체로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사드나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체계 KAMD는 종말 단계라는 극취약 지역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라 요격 성공 확률이 많이 낮고 위험합니다.

그래서 사드, KAMD보다 중요한 것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작전입니다. 종말·중간·상승 단계까지 갈 것도 없이 여차하면 발사 전에 북한 미사일을 북한 지상에서 없애자는 목표입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전제 조건이기도 합니다. 북한 미사일 방어 능력을 키우고 전시작전통제권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는 사드 배치의 투명성도 중하지만 킬 체인 구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 낫습니다.